“지붕에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소리에는 기분좋은 견고함이 있었다. 그 소리가 어떤 것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장벽인 것처럼, 점점 깊어지는 밤을 막아주는 버팀목인 것처럼.”전작 <운명과 분노>를 너무 인상깊게 읽어서 작가에 대한 신뢰는 100%였다. 다음에 작가의 신작이 나온다면 주저없이 사겠다고 생각했고 드디어 작가의 신작이 나와 구입했다.구입시기는 빨랐지만 밀려있는 독서 순서로 이제야 읽었다.작가가 플로리다에 살면서 썼다는 11편의 내용은 플로리다를 간,직접적으로 나타내고있다.책은 전작과 완전히 다른 느낌의 단편소설집이었다.전작이 어디로 흘러갈지모를 전개와 속도감, 반전이 있었다면 이번 단편은 환상적이다.판타스틱이 아니라 판타지적이다.현실에서 동떨어진 느낌인 11개의 단편을 따라잡으려고 집중할 수 밖에 없었고 단편이 끝나고 ‘내가 뭘 읽은 거지?’ 여운이 또렷하게 남았다.좋은 여운이었다. 작품에 휘둘린다는게 이런 느낌일 것이다.완전히 매료되었고 그 뒤에 다시 책을 보니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누군가는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이게 무슨 내용인지, 난해하고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개인적으로 이런 내용을 좋아하는 나는 너무 만족스럽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한 섬나라를 둘러싼 벽이 생기고 외부에서 침입하는 자들을 막기 위해 벽을 지키는 경계병이 되는 주인공 카바나.무사히 벽을 지키고 2년이 지나면 벽과는 상관없는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혹독한 추위, 바람, 콘크리트와 바다 뿐인 벽 위에서 시간은 당연히 더디게가고 초반 소설의 흐름도 더뎠다.등장인물들의 배경과 사회 배경이 어떤지 따라잡느라 집중했다.책은 총 세 장으로 나뉜다. ‘벽, 상대, 바다’각 장으로 넘어갈때마다 상황변화가 너무 극적이라 엄청나게 몰입할 수 있었고, 책은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재미있었다.디스토피아적인 뻔한 장치로 스토리가 전개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전개를 상상 할 수 없었다.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자세한 장면 묘사도 너무 좋았고 특히 주인공 ‘카바나’의 감정 변화나 중간 중간 그의 행동과 선택도 좋았다.여운이 많이 남는 디스토피아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