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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 외 지음 / 다람 / 2022년 12월
평점 :
“막연히 이렇게 될 줄은 알았어도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 x 백만개 x 천만개 강력추천
제목부터 정말…👍🏻
나도 많다. 하고 싶던 많은 일들을 아이들이 잠든 뒤의 밤으로 미룬 적이… 내가 하고 싶던 일들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지금은 둘 다 어린이집 보내고 낮에 책을 좀 읽는다. 이것도 조만간, 곧 회사 복귀라 더 치열하게 내 시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
그런데 역시나 아이들과 저녁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을 재울 때면 같이 자는 밤이 수두룩하다. 잠을 이겨내고 나와도 밀린 청소를 하고 책을 펼치면 시간은 벌써 자정을 향해 달린다. 😇
14개월 차 연년생을 키운 지난 2년 동안 내 삶은 ‘육아’ 그 자체였다. 첫째는 유독 손을 타서 4개월이 될 때까지 말 그대로 ‘앉고 재웠다’. 특히 낮잠을 재우는 2-3시간은 아이가 안겨야만 잠을 잤다. 둘째가 태어나자 첫째는 나를 더 찾았다. 나는 내가 없는 삶을 살았다.
책에서도 언급하듯 아이가 없던 시절 아이를 키우는 삶은 공감되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어보니 내 삶은 온통 아이로 가득 차서 아이 말고는 다른 이야깃거리가 없어졌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길게 가지 못했다.
그리고 육아 경험자의 이야기를 공감하지 못하던 시절의 그 이야기들을 지금은 온몸으로, 매시간 느끼고 있다.
“…….아이가 완전히 잠든 뒤에도 침대를 떠날 수가 없다. 어차피 이렇게 끝날 하루 였는데 왜 더 다정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다정하게 거절하면 이해해 주었을까. (중략) 죄책감에 시달린다. 미처 끝내지 못한 내 몫의 집안일을 머리 뒤에 가득 안고서 나는 아이 대신 악몽을 꾼다. 오늘도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내가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런 하루도 괜찮았을까. 사랑은 아주 쉬운 일이 되었다가, 그렇게 영영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많이 울었다. 지난날 나 좋자고 하던 작업을 아이들이 방해하고 옆에서 울었기에 나 또한 소리를 질렀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한바탕 쏟아붓고 우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일을 마무리하고 난 뒤에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어 아이들에게 사과하고 안아주었다. 잊었는지 상처로 남은 것을 모르는지 아이들은 또 나를 찾고 안아주고 고맙다고 해주는데 눈물이 났다. 다 큰 어른인 내가 아이들에게 더 양보하고 참아야 하는데 내가 없는 삶도 너무 힘들어서 포기가 안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없는 삶으로 돌아갈 거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지... 아이가 주는 사랑과 행복과 웃음은 상상 이상이다. 지금껏 느꼈던 그 어떤 감정의 행복과도 비교불가의 감정이다.
여섯 명의 엄마이자 작가인 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공통점이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이전의 삶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들에게 ‘all in’ 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글을 쓰려고 고군분투하며 시간을 내어보지만 그 시간마저 온전히 집중할 수 없고 또 아이들에게 불려나간다는 사실. 아이들에게 지쳐서 감정을 쏟아붓고는 후회와 죄책감으로 지나온 날들.
이런 날들이 나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 ’나와 같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나만 불안한 게 아니구나.‘ 내가 하는 행동,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인성에 영향을 미칠지 조심하고 불안하며 떨던 지난날이 나 혼자만 두렵던 날들이 아니라 안심했다.
최근 읽은 작품 중 가장 많은 위로와 공감을 얻은 작품. (눈물 한 바가지) 세상의 모든 엄마는 위대하다.
이제 애들 밥하러 가야겠다. 다시 치열한 육아 현장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