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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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젖니를 비틀어 잇몸에서 뽑아내듯, 살짝 비틀어 조심스럽게 파내고 나니 아주 작고 축축한 구멍이 남는다. 그것을 손가락으로 잡고 굴리며, 만약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그것을 지니고 다녔을지 궁금해진다. (중략) 그것이 덧날지.
아니면 내 몸이 그것을 분해할지 궁금하다. 어쩌면 나는 그것이 거기에 박혀 있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지니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여성인 ‘나’가 상대방인 ‘당신’을 원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려나간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나’와 ‘당신’이 나오는 챕터와 과거의 ‘나’가 성장하는 과정을 써내려간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달된다.

그와 함께하는 것이 안정된 관계가 아닌데도 안정감을 원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처럼 보이는 이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지속할 수 밖에 없는 ‘나’가 ‘당신’과 시간을 보내고 갈등을 겪으면서 서서히 콩깍지가 벗겨지는 과정이 매우 현실감 있다.



나도 이런 경험을 했었는데 (대학시절에) 나에게 너무 잘해주는 것에 눈이 멀어서 그 사람이 얼마나 못됬고 악한 사람인지, 내가 거기에 물들고 있는지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는데 조금 더 믿어보자, 변할거다 라는 믿음과 정으로 만남을 이어오다 헤어지게되었다.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 뒤로 사람 보는 눈이 좀 좋아졌달까? 일단 모르는 사람은 경계하는게 좋더라는 이러쿵 저러쿵…



아무튼 책으로 돌아가면 젊은 시절 겪는 그 ‘사람’에 대한 애정과 욕망으로 ‘나’ 또한 그에게 매료되었고 ‘나’를 좀먹고 주눅들면서 그 사람에게 의존되어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더라. 주변인에겐 아니라고 말하지만 주변사람들도 눈치채는 ‘나’의 변화.

책의 말미에는 흔들리는 젖니를 뽑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이 치유될지 덧날지, 어쩌면 평생 모르고 지니고 다녔을지 모른다는 문장에서 결국 ‘나’가 그 사람과의 관계를 깨닫고 이겨나가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아 다행임을 느꼈다.


누구나 살면서 이런 ‘젖니’같은 관계를 가졌을거라 믿는다. 중요한 건 이것이 나에게 득인지 해인지 깨닫는 것과 해가 된다면 과감히 뽑아버리고 치유되길 기다리거나 보살피는 것이라고 본다. 책에서는 ’사랑‘이 그 관계의 본질로 보여지지만 우정이거나 직장내 관계이거나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나타난다고 본다. 이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이겨내길 바란다. 나아가 몰랐을 사람들이라도 이 책을 읽고 ’비슷한 상황‘이라고 느낀다면 바로 ’맞다!‘고 생각하시길.
문제를 스스로에게만 찾질 마시길 바란다.
어쩌면 “뻔뻔스러울 정도로 나다워지는 것.”이 되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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