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판사 솔로몬과 비할 수 없이 인간은 훨씬 많이 실수합니다. 만약 실수한다는 이유로 나, 판사 솔로몬을 탄핵한다면 (3초간 무응답), 인간이라는 존재에게는 처음부터 판사라는 직책이 허용되지 않습니다.“5편의 단편 모두 주옥같은 작품이다. 특히 대상을 받은 [최후의 심판]은 혹시 모를 미래에 나타날 인공지능과 인간의 갈등을 이런 구성으로 풀어낼 수도 있구나했다. 인공지능이 판사를 맡고 일어난 판결에 실수가 있었고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에 대해 인공지능을 재판하는 내용이다. 검사와 인공지능의 숨막히는 공방이 두드러졌는데 특히 인공지능의 답변이 (당연하지만) 너무 논리정연해서 위험해보일 정도였다.인간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무가 된다는 설정의 [두 개의 세계]는 다소 뻔해보이지만 감성적 포인트가 두드러졌고 결국 모두가 멸망하면 지구에 수십만 그루의 나무가 남게되는 지구긍정적(?) 결말이 아이러니했다.윤회(輪廻) - 죽은 영혼이 새로운 육체에 깃들어 다시 살아간다는 불교적 용어를 이용한 [삼사라] 역시 영혼이 우주를 떠돈다는 (내가 생각해 낼 수 없는) 독창적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농촌에서 살아가는 이주 여성에게 언어적 그리고 다른 부가적 도움을 주는 로봇 제니의 등장과 농촌마을에서 일어난 할머니 살인사건이 이주여성이 용의자가 되며 벌어지는 스토리를 통해 sf를 다룬 내용이지만 사회적 문제도 다룬 것이 인상깊었다.마지막으로 죽은 아내의 인공지능을 네트워크 클라우드에 등록시켜 육체를 찾아 항해하는 목적을 지닌 발세자르의 이야기는 진부하긴 했지만 주인공의 목소리를 통해 서술하며 간절함과 애달픔을 증폭시킨것이 이 소설의 킥이었다.이 책의 가장 이점은 사실 가격이었다. 7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수상작품을 5편이나 읽을 수 있다니… 요즘 처럼 책 값이 엄청나게 오른 이 시대에 말도 안된다…! 사실 이런 것을 떠나서 작품들 자체가 너무 좋았다. 구병모 작가님의 심사평도 작품들을 마무리하기 좋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