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슬픔이 자꾸만 사람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든다는 걸 알아.“”왜 사람들은 슬픔을 자처하 는 걸까. 자처하지 않아도 세상에 슬픔은 넘쳐 나는데.“유령으로 시작해서 유령으로 끝나는, 소소하고 덤덤하고 희한(?)하지만 책 페이지 줄어드는 것이 아까웠던 작품. 내가 요즘 한국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 작품같은 감성때문인듯.포근한 침대에 앉아 따뜻하게 이불을 덮고 읽다가 스르르 잠들면 좋을 것 같은 안정감이 좋았다.이 책의 특이한 점은 사물을 인물로 표현한 점이다. 어느날 나타난 유령은 나와 똑같이 생겼는데 유령이 아니란다, 갑자기 해파리가 되는 사람들 중 사람의 내면을 유지하는 해파리와 조우, 낯선 사람이 나의 원룸에서 뿌리를 내리고 굳어버려 나무가 되어버린 일, 개구리처럼 동면을 위해 자신을 묻어달라는 남자를 만난 일.비일상적인 상황이 이질감 없이 일상적인 것 처럼 읽혔다. 그런면에서 저자의 뻔뻔함이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중간 중간 저자의 위트에 웃음도 났다. 등장인물의 감정을 강조없이 그냥 썼을 뿐인데 책을 덮으면 그 감정이 밀려와서 여운을 진하게 느꼈다.약간 환상소설 느낌도 있어서 지루함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환상적인 느낌도 아니라서 깔끔했다.얼른 다음 작품을 읽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