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위력은 대단하다. 슬픔은 우리를 발가벗기고 초라하게 만든다. 우리는 아주 작은 일에도 웃고, 달리고, 노래한다. 그래야 슬픔의 힘에 눌리지 않기 때문이다.”“우리가 타인에게 얻고 싶은 건 어쩌면 진심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무조건적 온정이 아닐까.”진짜 신비로운 소설이다. 요 근래 읽은 작품 중 가장 신비롭고 환상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작가의 개성이 정말 뚜렷하다. 그런데 중간 중간 유머도 빠지지 않고…! 혼자 ‘풉’ 거리며 웃은게 여러번이다.ㅋㅋㅋ8편의 작품은 ‘상실’,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실과 이별은 슬픈 법인데 작품에서 표현하는 이것들은 마냥 슬프게만 표현되진 않았다.상실을 겪은 등장인물과 보조인물을 통해 슬픔을 나누고 기이한 상황을 통해 슬픔을 가볍게 표현했다.특히 표제작이자 미발표작인 <나이트 런닝>은 첫 번째 단편으로 소개되어 읽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 자신의 왼팔을 자른 숙모, 실종된 아빠를 찾기 위해 합격 뉴스에 실린 자기 사진을 바꿔달라고 새벽에 찾아온 소녀, 동생을 잃은 아빠와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하는(?) 주인공이 밤사이 불길을 피해 달리는 설정인데… 이 글만 읽어서는 내가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쥬…ㅋㅋㅋ앞서 표현했듯 슬픔을 고백하지만 유머를 놓지않는 작품. 하지만 우리가 평소 읽던 친숙한 이미지가 아니라 소설을 많이 접하지 못한 독자가 읽는다면 난해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아니면 나처럼 하드코어 소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취향저격일 수도?나는 막상 슬픈일이 닥치면 그 슬픔을 깊게 바라보고 애도하는게 아니라 당장의 슬픔에 도망치며 가볍게 받아들이고 유머를 보태서 넘어가려 한다. 그런 점에선 작품에 나온 등장인물과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오는 유머에 중간중간 웃을 수 있었나?8편 모두 너무 다른 소재의 글과 느낌이라 단편이 장편보다 쓰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색다른 매력을 가진 작가님을 만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