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버린 - 김유담 소설집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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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볼링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그것에 매달릴 각오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그 무엇도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8편의 단편이 담긴 이 책에서 대부분의 주인공은 지방에서 올라온 혹은 형편이 어려운 여자였다.

어려운 형편을 딛고 취업했어도 크게 성공한 그들은 없고 평범한 직장,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들이었다.


처음 나오는 단편 [핀 캐리]에서는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해 자신을 희생해 생계를 이끌던 오빠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밤낮 없이 일하면서도 볼링을 놓지않았던 그를 동생은 이해하려했고 오빠의 볼링 노트를 읽고 볼링장을 찾아가 핀을 던지면서 오빠의 마음을 헤아리려한다.

마지막 라운드의 스트라이크를 통해 보너스 라운드를 얻어 내기 볼링의 승리를 잡던 오빠에게서, 인생의 보너스를 얻길 원했던, 그렇게 삶을 지속하던 오빠를 이해하며 이야기가 끝나는데 여운이 많이 남았다.
오빠가 힘들 땐 왜 그를 돌아보지 못하고 그가 힘들었을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런 후회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책 제목이자 단편으로 실린 [탬버린]은 떨어지는 성적을 지방의 학교에서 만회하려 전학을 간 은수가 친구 송을 만나는 이야기다. 은수와 송은 야간자율학습을 불참하며 매일 노래방을 다녔고 송의 탬버린 연습에 대한 애착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형편이 못 되어 배우고 싶은 그림을 배우지 못하는 송이 탬버린을 흔들어 털어내려 한 것은 무엇인지, 그녀가 그려준 그림에 색칠만 했을 뿐인데 엄마의 등살에 미술 공부를 하고 관련 직장에 취직한 은수, 그리고 그런 그녀의 연락을 받은 송의 속마음은 어떤 것인지.
학창시절, 사춘기를 겪었던 누구라도 송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겪지 않은 경험을 겪은 사람처럼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하는 신기한 단편들을 읽었다. 대부분의 단편들이 슬프고 우울한 느낌이었지만 그런 감정들이 잔잔하게 다가와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항상 느끼지만 한국 문학은 참 신기하다. 잔잔한 소설들이 파도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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