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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여자들
설재인 지음 / 카멜북스 / 2019년 7월
평점 :
“너의 시간이 고여 흐를 수 없다면, 그러면 내가 지구를 기울여 줄게. 헐거운 나라도 괜찮다면, 이런 나라도 해낼 수 있다면, 견고한 지구를 기울여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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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사로 일하다 돌연 퇴직 후 무급의 복싱선수를 하고 있는 저자, 낮에는 복싱 밤에는 암벽 등반 후 매일 한 편씩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쓴 글들을 ‘혹평 독자단’ = 온라인에서 모집한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책으로 출간했다.
13편의 다양한 단편들을 견고하게 잘 써 졌다. 같은 내용이 하나도 없으며 사랑, 이주노동자, 왕따, 성폭력, 페미니즘, 복싱선수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했다.
책을 읽고 작가의 소개를 보니 교사와 복싱선수에서 나오는 글이 개인의 경험인지 궁금하다.
파우치의 비밀을 알았을 때 그 스릴과 소름이 인상깊었던 <내가 만든 여자들>은 성폭력에 대한 피해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글 같았다. 이야기는 폭력에 치우치지 않고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며 독자의 궁금증을 극대화하여, 결론까지 한달음에 읽었다.
7살 어린아이와 젊은 여성의 죽음으로 시장하는 <지구를 기울이면>은 뺑소니로 두 사고가 동시에 일어나며 즉사, 그 이후의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써냈다. 마지막 장에서 자인의 마음을 죽은 고인에게 비유하여 쓴 듯한 문장과 ‘지구를 기울여 너의 시간을 흐르게 한다’는 로맨틱한 문장에서 울컥했다.
이런 아름다운 표현이 복싱하는 전 수학교사에서 어떻게 탄생했는지, 감탄만 나온다.
소장하고 싶은 단편들이 너무 많았고, 작가는 누구 울리는 작품을 잘 쓰는 듯 하다. <바지락 봉지> <엔드 오브 더 로드웨이> 등등 어디서 읽어보지 못한 가슴 절절한 이별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읽어서 책을 덮었을 때는 가슴이 뭉클하고 따뜻하다.
첫 작품이라는게 놀랍게 완성된 문장과 그 감정들이 작가에 대해 알아보게 되고, 작가의 말처럼 이런 책을 내준 카멜북스에게 감사할 정도.
오랜만에 한국 단편 소설, 정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