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야행 - 불안과 두려움의 끝까지
가쿠하타 유스케 지음, 박승희 옮김 / 마티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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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는 '극야'라는 어둠에 갇힌 미지의 공간이 있다. 극야는 태양이 지평선 밑으로 가라앉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길고 긴 칠흑의 밤이다. 그 칠흑 같은 밤이 위도에 따라 3개월에서 4개월, 어떤 곳에서는 반년이나 이어진다."

이 책을 고르는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극야'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논핀션'이라니 집어 들었다.

과연 살면서 극야를 경험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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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무지 잘 타는 나에게 북극의 여행은 꿈도 못 꾼다. 영하 30에서 심하면 50도를 넘나드는 지구의 최북단

그린란드의 북극을 여행하는 작가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런 탐험을 시작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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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작가는 극 오지의 탐험을 선호한다. 몇 년에 한 번이라도 여행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썩는다고 느낀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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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대부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높은 고지에 있거나 엄청 춥거나, 엄청 덥거나 엄청 멀거나 쉽게 가고 싶다면 엄청 비싸다.ㅎㅎㅎ

그렇게 보고 나면 훨씬 이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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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일을 그만두고 남미 여행을 했을 때, 불행히도 겨울이었다. 칠레의 그 유명한 '토레스 델 파이데'도 운영 중단,

작정을 하고 경관을 보겠다고 올라간 아르헨티나의 '엘찰튼-피츠로이' 트래킹은 설산에 온 땅이 얼어붙어 넘어지기를 대 여섯 번, 정말 미끄러지면 끝도 없는 낭떠러지를 떨어지는, 목숨을 걸고 한 여행이었다.

그렇게 본 피츠로이가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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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길로 모든 여행은 숙소에서 휴식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우유니 소금사막이든 마추픽추든

모두 고생해야 한다는 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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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가는 어떤가, 진짜 정말로 자신의 소명을 다하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

장작 80일을, 해도 없이 달빛과 랜턴에 의지하고 말동무 없이 썰매 끄는 개 1마리를 동행하고서 말이다.

심지어 저장소의 식량은 또 백곰에게 털려 목표점을 찍지도 못하고

식량부족으로 중간에 개를 먹을 생각까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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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극야의 아름다움, 달빛에 비친 북극의 자연, 하늘의 별들의 아름다움을 글로 읽는 것만으로도 작가가

이번 탐험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아니, 부러웠다.

하늘에 수없이 펼쳐 진 아름다운 별을 80일간 보는 것. 아마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았겠지만 본국에 돌아와 

다시 일상을 헤쳐나가는데 커다란 힘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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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탐험을 준비하는 2012년부터 탐험 완료 2017년을 기록한 책이다.

80일을 혼자 있던 만큼 작가의 많은 생각이 담겨있다. 중간중간 작가가 울컥한 장면에 나도 같이 울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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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은 아니지만 북극의 추위, 몸의 고단함,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끼려 노력했고

극야를 작가의 표현에 바탕으로 상상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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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웠다, 허허벌판 얼음 위의 작가와 개.

나는 언젠가 저런 경험을 하게 될까? 그런 용기가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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