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 - 한 출판편집자의 회상
오쓰카 노부카즈 지음, 송태욱 옮김 / 한길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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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찾아가는 유토피아-한 출판편집자의 회상》,
오쓰카 노부카즈(1939~) 지음/송 태욱(1966~) 옮김, 한길사, 2007
원제: ‘이상적인 출판을 바라는 한 출판 편집자의 회고‘《理想の出版を求めて- 一編集者の回想1963-2003》, 大塚 信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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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편집자 정신 덕분에 세상이 밝다. 작가가 짓고 때로는 역자가 옮기고 편집자는 책을 만든다지만 투자는 결국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깨어야 모두 산다. 책도 사고 문화도 산다. 비록 책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겠다. 독자가 살려면?
#理想の出版を求めて一編集者の回想1963_2003 #大塚信一 #이와나미쇼텐 #岩波書店 #한길사 #日本出版 #편집자 #編集者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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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 회사의 접수부에 느닷없이 하야시 다쓰오 씨가 나타났다.
“재미있는 책을 중복 주문했으니 자네한테 한 권 주지.˝
얀 코트(Jan Kott, 1914~ )의 신간 《The Eating of the God》이었다. 폴란드 출신의 연극평론가의 솜씨로 쓴 그리스 비극론이었다(당시 얀 코트의 이전 저서 《셰익스피어는 우리의 동시대인》Szkice o Szekspirze은 우리의 공유재산 가운데 하나였다).
‘하야시 다쓰오 씨가 일부러 우리 회사까지 가져다준 책이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한번 훑어보고 한두 가지 감상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 결과 나는 진분쇼인(人文書院)에서 나온 《그리스 비극 전집》(ギリシャ悲劇全集)을 사서 영어사전을 옆에 놓고 공부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빠졌다(그 후의 경험으로 보면 책을 가지고 와서 으른 것은 하야시 다쓰오의 책략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그 덕분에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은 대충 훑어볼 수 있었다.
이 계몽과 도발의 정신, 적어도 도발의 정신만은 편집자에게 필수적이라는 것을 몸소 가르쳐준 하야시 다쓰오 씨가 나에게 절대 허락하지 않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뭔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일이었다.
-63쪽-

˝그러나 그렇게 긴장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어려운 시대에 이와나미쇼텐이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지커나갈 것인가 하는 데 있었다. 감히 ‘브랜드‘라는 말을 했는데,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 브랜드를 지키는 일은 일본문화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활자를 떠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되었다는 말이 들려왔다. 책의 판매는 급커브를 그리며 감소했다.
-441~442쪽-

˝ ‘브랜드‘ 라든가 ‘간판‘이라는 것은 전통과 축적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브랜드‘나 ‘간판‘은 단순히 그것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끊임없이 재생산해야 비로소 브랜드나 간판을 유지할 수 있고, 나아가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 이와나미로 일관해온 나의 30년은 브랜드 재생산을 위해 아주 조금밖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이와나미라는 커다란 벽이 눈앞에 가로놓여 있었으므로 나의 사소한 반역도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4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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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나서, 두 문단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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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의 신부님
박기호 지음 / 휴(休)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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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의 신부님》,
박 기호 다미아노 지음, 휴 펴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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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인 듯 아닌 듯 표지에 써 있는 ‘산 위에 띄운 우리 시대 노아의 방주 이야기, 사람아 흙으로 돌아가라!‘라는 글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흙이라면 혹시 죽음을?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생물이 피조물이 나고 살고 돌아가는 곳은 결국 흙. 세상을 등진 은둔 도피를 연상하는 산은 복음서에서 산위의 등불로 세상에 드러나는 곳이다.
스스로 떨어지되 격리하지 않고 재속 안에서 이상을 따라 공동체생활을 하는 것이 바로 예수를 사는 현대 축성생활의 모범적인 한 형태가 아닐까?
#산위의신부님 #산위의마을 #박기호 #예수살이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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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방이나 지역에 가도 역사의식과는 상관없이 이미 신봉하기로 한 자기 신념에 오로지 충성하는 이들이 있다. 지역 유지로서 하부 정치 여론을 형성하는 이들이다. 종교인이 일상에서 자기 종교의 색깔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경우는 식당 같은 곳에서도 종종 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직접 운영하는 업소에서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이들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에 비하면 홍씨의 의식과 생활태도는 확실하다. 자기 정체의 투철성과 실천성을 느끼게 한다. 홍씨를 볼 때마다 나는 사제로서 얼마나 믿음에 투철하게 일상 속에서 복음을 선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한다. 또한 내가 진정으로 진보 진영에 속하는지도 묻는다. 비평하는 사유만 날카롭고 행동하는 실천에서는 무기력한 ‘신념의 노화‘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나는 이발관 홍씨처럼 의식과 생활에서 일치성을 가졌는가? 사제로서 세상에 대한 예언직의 소명이 무력화, 왜소화하지는 않았는가? 복음정신과 역사의식을 가까운 이웃들과 공유하고자 노력했는가? ‘좌파‘라는 틀을 능동적으로 수락하며 역사 발전의 창조적 동력이 되고 있는가? 이것은 나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 사목자이자 지식인이며 진보 진영에 속한다고 여기는 모든 지성들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190~191쪽-

˝지성과 이성, 기술과 문화의 시대에 학위와 신학과 경전연구는 많지만 생애 단 한 번이라도 배운 것을 실천하는 데 투신했던 신앙인은 진실로 극소수다. 우리 가족들은 극소수의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가. 산 위의 마을은 보잘것없지만 찾아오는 가족들은 경외로운 사람들이다.
이렇게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산다는 것은 은총이다. 함께 사는 가족들을 포함하여 공동체를 찾아오는 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우리 예수살이 모토처럼 ‘지상에서 천국과 같은‘ 삶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복음의 가르침을 저렇게 순진하게 믿는 이가 있는데도 지상의 천국이 없다면 우리 교회도 성경도 모두 사기집단이다. 지상의 천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고 말을 바꾸어서라도 천국의 삶을 꾸려볼 일이니 그것이 공동체 마을이다.˝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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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 - 독립적인 인생을 위한 용기, 개정판
미하엘 보르트 지음, 최대환 옮김 / 파람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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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실망시키는 기술》/《Die Kunst, die Eltern zu enttäuschen(2018)》,
미하엘 보르트Michael Bordt S. J.(1960~) 지음/최 대환 세례자 요한 옮김, 파람북 펴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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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시키는 기술‘이라! 첫 인상부터 매우 도발적인 표제이다. 지은이는 부모를 실망시키는 이유 두 가지를 든다. 내 정체성을 확립하려 부모와 경계를 그어 자유로워지는 것과 진지하고 진정한 관계를 이룸으로써 나 자신과도 진정한 관계에 도달하고자 바란다는 것. 어찌보면 역설로 들리지만 읽고나서 보니 나와 내 안을 성찰하여 다루어 싸워가는 과정을 거쳐 결국 화해에 닿는 과정이 ‘실망시키는 기술‘이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다른 이와 관계하는 것도 쉬울 것이다. 맺음말에서 지은이는 ‘˝씩씩하게 상처입을 수 있는 능력˝을 설명한다.
내가 나와 다른 이와 사회와 바람직한 관계가 될 수 있는 힘과 덕이 충분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면 내 부모도 좋은 방향으로 ‘잘 실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살아가는 기술이다.
#부모를_실망시키는_기술 #Die_Kunst_die_Eltern_zu_enttäuschen #미하엘_보르트 #Michael_Bordt_SJ #파람북 #부모와_자식관계 #사람사이_관계 #살아가는_기술 #주체적_삶 #정체성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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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실망은 곧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를 사로잡고 있던 모든 착각과 환상, 희망사항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실망할 때 비로소 착각이 사라진다. ‘실망하다‘라는 독일어 단어의 구조가 이를 보여준다. 우리는 착각에서 벗어나며 (ent-täuchst), 우리가 틀렸고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ent는 ‘제거‘의 의미를 지닌 전철이며, täuschen은 ‘속이다‘, ‘(재귀용법으로) 착각하다‘, ‘속다‘의 의미-역주)
이는 대단히 극적일 필요는 없다. 휴가 중에 매혹되었던 포도주를 집에 돌아와서 마셔보니 그때의 맛과 다를 때, 우리는 실망한다.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 실망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신경 생리학자들이 말하듯, 우리의 미각 기호는 그다지 중립적이지 않다. 그 매혹이 실은 태양의 강렬함, 석양의 인상, 기후, 심지어 휴가지에서 느끼는 느긋한 기분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5~26쪽-

˝부모는 자녀들을 언제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기에 그만큼 자녀들에게 쉽게 실망한다. 자녀들은 부모의 사랑과 배려, 희망과 염려에 있어서 유일무이한 초점이며, 그로 인해 때때로 감정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낳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세월이 흐르면서 약화되기는 하지만, 자녀들은 늘 부모의 한 부분으로 남게 된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가지는 유대보다 훨씬 강하게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부모를 실망시킬 때, 왜 부모가 그토록 큰 타격을 받는지 이해할 만하다.
부모에게 자녀란 자신들이 일생에 걸쳐 이루어낸 것들과 관련한 문제다. 부모에게 자녀들의 인생에 대한 바람과 계획, 생각을 내려놓는 것은 아마도 부모 자신의 인생에 관한 것보다도 더 힘든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의 인생 설계에 서 부모에게 종속된 부분이 남아 있지 않고,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람직하다. 이로부터 자녀가 내적으로 성숙하는 과정이 생겨나는 최선의 경우에 이르기 때문이다.˝
-107~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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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레몬심리 지음, 박영란 옮김 / 갤리온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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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원제:《아가씨, 어떠한 다른것도 아가씨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해 드릴게요:姑娘, 别让情绪害了你》(柠檬心理, 2019)
레몬심리 지음•박 영란 옮김, 갤리온 펴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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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미는 감정을 그때그때 직설로 표현하기보다는 감추고 사는 것이 편하겠지만 알게 모르게 쌓이는 응어리는 내 숨을 막는다. 그러다가 내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쌓인다면 터질 것이고 분명 남에게 영향을 끼친다. 자신은 터져 찢어지고 남은 얻어 맞아 멍이 들고 주위에선 손가락질하고 피하는 현실이 반복한다.
사람은 말 그대로 사람으로 타고 났으니 사람과 서로 말하고 싸우고 익히고 화해하고 어루만지며 밀고 당기면서 사람이 된다 .이것이 삶이다. 삶은 달걀이 끓는 물 속에서 서로 부딛히지만 깨지지 않는 것처럼.
#기분이_태도가_되지_않게 #姑娘_别让情绪害了你 #레몬심리 #柠檬心理 #심리상담플랫폼 #박영란 #갤리온 #감정 #기분다스리기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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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안 좋을 때면 질문을 던져보자.
밥은 제대로 챙겨 먹었나?
요즘 잠은 제대로 잤나?
운동은 좀 하고 있나?˝
-25쪽-

˝그러나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조차 정확히 모른다. 누군가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잘 모르겠어. 그냥 기분이 별로야.’
‘우울한 것 같아.’
‘~한 것 같다’라고 에둘러 말하지 말고, ‘나는 화가 났다’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자. 꾸준히 운동해야 근력이 생기듯이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도 조금씩 꾸준히 해봐야 는다. 그러다 보면 느낌을 정확히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이 자신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음을 깨닫게 될것이다. 오히려 억눌린 감정이 폭발할 듯한 위험이나 표현을 제대로 못해서 생기는 답답함을 느끼지 않아 훨씬 건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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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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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 열규 에라스무스(1932~2013) 지음, 사무사책방 펴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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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편히 읽기가 쉽지 않았다. 앞 뒤 왔다갔다 돌아보고 생각에 잠기고 예화 신화 인용글도 찾아 보다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꼭꼭 씹느라 오래 읽었다
선조가 살아 온 것처럼 죽음과 친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지은이는 죽음을 지우고 감추고 어둠 밖으로 내치지 말자고 한다. 우리가 살아 숨쉬는 공동체와 새 연을 맺는 과정이 수천 년 이어 온 우리의 상장례인데 반해 현대의 상장례는 끊어버리는 의식이 되었다. 스스로 관을 장만해 들어가 누워보던 옛 노인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꼭 맞는 죽음을 맞추고 누리는 호스피스요 경건한 신앙인이다.
서른세 해 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목요신학강좌에서 지은이에게 전통문화 부문 ‘아리랑‘ 강좌를 들은 기억이 나서 꺼내어 본다.
#메멘토_모리_죽음을_기억하라 #김열규 #사무사책방 #상례 #죽음 #의례 #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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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이 인간의 죽음은 생물학의 테를 벗어나고 자연의 테를 벗어남으로써 인간다움을 지닌 죽음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 죽음은 정신이나 영혼의 몫이 되고 문화의 몫이 된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의 경우, 조선조말기를 거쳐 극히 최근세에 이르기까지 죽은 이들도 확연하게 가족 구성원 속에 편입되어 있었다. 죽은 이는 가버린 가족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족으로서 집안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 보이고 있는, 살아 있는 사람끼리 사이의 교섭보다 더 긴밀한 것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산 사람 사이에는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한국인들에게 죽은 이는 이제 가버린 사람, 사라져버린 사람이다. 호적부에서 삭제될 때, 죽은 이는 살아 있는 가족들에게서 삭제되는 것이다. 사망신고서는 영원한 퇴거증명서다. 이 두 가지 죽음 사이에, 커다란 문화체계의 차이가 있음을, 역사의 차이가 있음을, 그리고 죽음을 정신화하고 영혼화하는 관점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해야 하는 것이다.˝
-13~14쪽-

˝의식이나 의례에서 그것을 치르는 자들의 편의나 편리는 아주 무시되거나 아니면 최소한으로 축소되어야 한다. 형식의 엄정성, 절차의 절대성이 편의성에 밀리면 이미 그건 예식도 의식도 아니다. 사무에 지나지 않는다. 사무는 효율을, 의례는 형식을 존중한다. ••• 의식이나 의례에서는 그것들이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상징가치가 다른 가치에 앞선다. ••• 뿐만 아니라, 상징가치에 더해서 의식이나 의례는 막중한 정서가치를 갖는다. ••• 모스크바에서 한국학 관계 학회가 열렸을 때, ••• 현지의 한 러시아인 학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스크바에서 장례가 치러지면 장의차는 상가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 선다. 그것으로 관을 가족들이 손수 운송하면서 돌아간 이에게 마지막 고별을 고하는 절차로 삼기 때문이다.
이것은 절차를 일부러 어렵고 힘들게 만든 것임을 관을 크레인에 매달아서 내리는 한국인 상주들에게 귀띔해주고 싶다.˝
-342~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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