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앨런 운의 법칙 - 내면의 힘이 운의 크기를 결정한다 제임스 앨런 콜렉션 3
제임스 앨런 지음, 박은영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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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해가는 시점에 접어들면서 갑작스레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나는 이러한 근원지 불명의 스트레스가 찾아올 때면 꼭 자기계발서를 읽어주어야 하는 편인데,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읽다보면 안정감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현명한 인생의 교훈을 얻음으로써 공감과 함께 다시금 일어설 힘을 얻기 때문. 원래는 이럴 때마다 데일 카네기의 책만 주구장창 읽곤 했지만 이번에는 새로 알게된 자기계발서 제임스 앨런의 <운의 법칙>을 읽으며 평정을 되찾기로 하였다.

21세기에 들어서며 바쁜 현대사회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런 이들을 치료라도 하려는 듯 무수히 많은 자기계발서가 끊임없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난 그런 무분별식, 알맹이 없는 겉핥기식 위로의 말만 폭풍처럼 쏟아내는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1900년대에 출간된 고전 자기계발서를 찾아 읽는 편인데 이 책의 저자 제임스 앨런 역시 1900년대에 유명했던 성공철학 전파가이다. 많은 유명인에게 영감을 준 그는, 그가 살아생전 많은 이들을 보고 들으며 배운 여러 깨우침을 책으로 써내려갔다.

이 책 <운의 법칙>은 결론적으로 '운이란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보고 처음으로 '운'이란 글자를 사전에 검색해보았는데, '인간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사전엔 나와있지만 앨런은 결국 이 운은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 선과 양심의 힘을 믿으며 이를 지향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 본성의 옹졸한 부분을 뛰어넘을 줄 아는 사람에게 결국 운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운이 찾아올 때, 우린 결국 성공에 다다른다고.

그는 책 전반에 걸쳐 성공을 위한 여러 마음가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참 마음에 위로가 되는 구절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나약함에 울부짖고 있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우리가 길을 찾는 때이며,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 우리 자신의 주인이 되어 내가 하고자 하는 길을 향해 단호히 나아가야 한다고. 우린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그에 대한 결과의 원인이며,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내 자아 내에서 발생하는 무수한 오류와 혼란을 제거할 사람은 오직 우리 뿐이니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결정해야 한다고. 그렇게 세상의 혼란함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이러한 확고한 말들이 현재 졸업을 앞두고 방황하는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종종 영적, 우주 등 이런 단어들이 사용되어 처음엔 뭐지 사이비인가? 이런 약간의 거부감과 의문심이 들 수 있지만, 그가 하는 말은 이것들에 무조건적으로 의지하라는 말이 아니라, 결국 이런 우주 내에서 우리의 영성을 발휘하기 위해선 우리 자신이 우리 스스로를 위해 모든 것을 내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

현재 방황하고 혼란스럽고, 지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마음의 안정을 위해 꼭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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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갬빗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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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격리로 인해 더 이상 외출하지 못하게 되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OTT를 끼고 살곤 했었다. 특히 다른 많은 OTT 입문자가 그렇듯, 나 또한 OTT 업계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애용하곤 했는데 당시 넷플릭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바로 '퀸스 갬빗'. 주인공 엘리자베스 하먼역을 맡았던 안야 테일러 조이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세계적으로 체스 붐까지 일으켰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었다. 나도 호기심에 도전했다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최근 새롭게 출간되었다고 해 좋은 기회로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원래 원작 소설이 따로 있는 작품인 줄은 몰랐는데, 퀸스 갬빗은 1983년 작가 월터 테비스가 출간한 소설 <퀸스 갬빗>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책의 줄거리는 드라마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하먼(베스)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한 고아원에 맡겨지게 된다. 낯선 곳에서 한동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그녀는 우연히 지하실에서 홀로 체스를 두고 있던 샤이벌 아저씨의 모습을 목격한 뒤 '체스'라는 게임에 매력을 느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샤이벌에게 체스를 배우게 되는데, 천부적 재능을 선보이며 빠르게 그를 앞질러 나간 그녀는 이후 자질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체스 게임에 나서게 되며 자신의 명성을 키워나간다.


이 책은 체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훨씬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체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책을 읽으며 체스 경기가 펼쳐질 때마다 생소한 용어들로 약간의 골머리를 앓곤 했는데, 그럼에도 그 모든 체스 씬을 작가가 정말 생동감 넘치게 잘 표현해내서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되었다. 특히 접전을 벌일 때의 그 스릴감, 성공했을 때의 희열감이 고스란히 책장 너머로 나에게까지 전해져 정신없이 책을 읽어나갔다. 아마 사람들이 퀸스 갬빗에 그토록 환호했던 이유가 바로 그 스릴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단순히 체스라는 주제를 넘어 주인공 베스의 성장을 통해 그 시절의 시대상, 페미니즘, 그리고 입양을 통해 느낀 가족의 정, 사랑, 우정, 계속된 약물중독과의 싸움 등 휘황찬란한 명성 그 이면의 여러 모습을 비춘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체스를 소재로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그려낸 작가의 구상과 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오며, 개인적으로 TV보다는 베스의 심리와 감정 변화를 더욱더 상세히 묘사한 원작 소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언젠간 기회가 된다면 체스를 한번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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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저녁달 클래식 1
제인 오스틴 지음, 주정자 옮김 / 저녁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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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만과 편견' 서평을 적게 되었다.

로맨스를 정말정말 사랑하는 나로서는,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고전문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바로 이 <오만과 편견>을 꼽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나는 오만과 편견, 정확히는 이 소설의 남자주인공 '다아시'를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오만'과 '편견'이라는 단어로 이루어진 이 소설의 제목도 그만큼 좋아한다. 오만으로 점철된 남자와 편견으로 뒤덮인 여자가 만나 서로의 잘못을 깨닫고 사랑에 빠진다는 멋진 스토리. '사랑은 더 나은 나를 꿈꾸게 한다'는 말을 텍스트로 풀어낸다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수많은 매체에서 언급되고 영화 및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오만과 편견에 대해 알아보자.


재산이 많은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책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들도 많이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소설의 중심이 되는 베넷 집안은 어느 날 자신의 마을에 재산 꽤나 갖고 있는 미혼의 젊은 남성 '빙리'가 이사온다는 소식을 듣고 들뜬다. 베넷 집안에는 딸만 5명인 데다, 개중에는 혼기가 꽉 찬 이들도 있었기에 베넷 부인은 자신의 딸을 이 남성에게 시집보내고픈 열망을 가감 없이 표출한다.

그리고 며칠 뒤에 열린 무도회에서 드디어 이 빙리를 만나게 되는데, 모두에게 친절하고 예의 바른 빙리와는 달리 내내 그의 옆에서 사교성이라곤 1도 없는 자세로 무뚝뚝한 분위기만을 풍기는 '다아시'를 보며 여자주인공 '엘리자베스'는 그를 무례하다고 여긴다. 특히나 그 계기가 되는 말이 있었으니..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와의 첫 만남에서 그녀를 향해 무려 '봐줄 만은 하지만 춤을 출 정도로 내키지는 않는다, 난 다른 남자들이 무시한 저 여자와 춤을 추어 저 사람의 기를 살려주기 싫다'는 망언을 내뱉고야 만다. 진짜 싹바가지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이런 빈정댐에 재치 있게 답하며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이야기해나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참으로 싸가지 없고 오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다아시는 그런 그녀의 당당함과 재치에 반하고야 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무엇. 생각보다 다아시는 소설의 초반에서부터 이미 그녀에게 뿅 가버렸다. 진짜 이 남자를 어쩜 좋니

반면 빙리는 엘리자베스의 언니 제넷과 사랑을 키워가고, 엘리자베스는 그 둘의 교류를 응원하며 종종 빙리의 집에 방문하곤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아시와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 둘은 흡사 말다툼과 같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의견 충돌을 일으키곤 했지만 다아시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 있어 속으로 좋아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친구인 빙리에게 엘리자베스에 대한 자신의 호감을 구태여 숨기지도 않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는 빙리의 말에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명상하고 있었다"라고 얘기할 정도니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노빠꾸에 나는 이미 반해버렸고,, 근데 그러면서 자기가 엘리자베스에게 너무 많이 말을 걸진 않았나 속으로 혼자 안절부절못하는 게 매력포인트.

하지만 이런 속마음과는 달리 다아시는 성격 자체가 나무같이 딱딱하고, 지나치게 이성적이며, 겉으로는 감정을 잘 내비치지 않는 성격이라 엘리자베스는 그에 대한 안 좋은 마음만 커져갔다. 더군다나 다아시에게 혼쭐 당하고 쫓겨난 위컴이란 작자가 이간질을 시도+다아시가 빙리와 그녀의 언니인 제넷 사이를 갈라놓았다고 생각해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아주 그냥 증오하게 된다. 제대로 어긋나버린 그들...

그러나! 그녀에 대한 마음을 참지 못한 다아시는 결국 그녀에게 고백하고야 만다. 그것도.. 엄청나게 로맨틱한 대사들로!!!!

다아시가 사랑을 고백하며 이 둘이 서로의 마음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이 대목, 이곳에서 엄청난 티키타카가 오가는데 둘 사이의 감정적 케미가 엄청나서 홀린 듯 정신없이 글을 읽어 내려갔다. 이 장면이 오만과 편견의 클라이맥스라고 생각.

애를 써봤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소용이 없었죠.

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을 얼마나 흠모하고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다아시의 고백. p.283

근데 얘는 고백을 하면서도 자신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없었던 이유, 이를테면 그녀의 집안이 얼마나 열등하고, 그런 그녀와 결혼하는 게 자신의 가문에 얼마나 수치가 될지, 그녀의 가족이 얼마나 무례한지에 대해서 오목조목 너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다 말해버린다. 얘 진짜 어쩌면 좋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고백을 대체 누가 좋아하냐구요.. 결국 엘리자베스는 폭발해 다아시에게 말한다.

당신을 나쁘게 생각할 이유는 아주 많아요.

당신의 부당하고 냉혹한 처사를 용납할 수 있는 동기는 제게 없습니다.

...당신을 싫어하게 된 이유가 또 있지요.

이 일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당신에 대한 평가는 이미 정해졌어요.

저는 처음부터, 그러니까 당신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당신의 태도에 오만과 자만심과 다른 사람들을 깔보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당신의 반감이 바탕이 되고 여러 가지 사건이 쌓이면서 혐오감이 확고해졌죠.

당신을 안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 당신은 제게 결코 결혼하고 싶지 않은 남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엘리자베스의 팩폭. p.289

미치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서로에 대한 오해만 쌓인 채 다아시의 고백은 망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다아시는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한 편지를 엘리자베스에게 전해주는데(이것마저 로맨틱), 거기에는 그동안 엘리자베스가 자신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점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서술한 글들로 가득하였다.

자신의 소중한 친구인 빙리가 잘못된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그녀의 언니를 반대했던 이유부터 시작해 그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린 위컴이 사실은 어떤 작자인지까지.

사실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다아시가 하는 말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 베넷 집안의 사람들은 가족으로 삼기에 너무 피곤하고 무례했으며, 그런 집안에 자신의 친구를 장가보낸다는 게 친구로서는 걱정되었을 것.

그런데 무엇보다도 다아시가 더 좋게 보였던 것은, 그 모든 자신의 행위에 대한 근거를 설명함에 있어서 굳이 변명이나 자신을 방어하는 표현들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 자신이 나쁘게 보일 것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모두 표현한 것.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굳이 이해해달라 말하지도, 용서해달라 말하지도 않고 깔끔하게 인정한 것.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자신이 기분 나빴다면 사과한다는 점.

이런 점에서 나는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다.

마, 이런 게 상남자다.

엘리자베스 역시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다아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비로소 그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자각, 인정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동안 편견이란 색안경 안에서 그를 제대로 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음을 깨달으며 그렇게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포인트 1) 오만한 남자 vs 편견 가득한 여자

이 소설의 관점 포인트 중 하나는 소설의 제목인 '오만'과 '편견'에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키워드에 맞춰 다아시가 얼마나 오만한지,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얼마나 편견으로 가득한지에 대해 집중하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다아시의 경우, 그는 타고나기를 고귀한 태생이며 집안 역시 어마어마한 부자였기에 귀족의 언행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지나치게 깍듯한 예절로 항상 타인을 대하여왔고, 성격 자체도 사회성이라곤 1도 없는 성격인지라 모임에 가면 항상 묵묵부답.

그렇기에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남들의 눈에는 그가 지나치게 오만하다고 비쳤으리라.

물론 나도 사회에서 다아시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소설 속 다른 인물들과 같이 그를 젠 체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동생 메리의 의견이 되게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 사람의 오만함은 다른 경우와 달리 그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아요.

그럴 만하니까요.

가문에 재산에 모든 것을 다 갖춘 멋진 젊은 남성이라면

자신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죠.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오만할 권리가 있어요.

샬롯의 말. p.61

내 생각에 오만은 일반적인 결함이야.

내가 읽은 모든 책에 의하면 정말 흔한 일이고, 인간은 본성적으로 특히 오만함에 끌리는 영향이 있거든.

우리 중에 실제든 상상이든 자신이 가진 자질에 스스로 도취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거야.

허영심과 오만함은 전혀 다른 의미인데 두 단어가 같은 뜻으로 쓰일 때가 많지.

그런데 사람은 허영심이 없어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함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와 연관이 있지만,

허영심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연관이 있으니까.

메리의 말. p.61

대게 허영심과 오만함은 비슷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애초에 나는 사실 이 단어들의 뜻에 대해서도 따로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만함은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 즉 내가 나를 얼마나 좋게 보느냐와 관련 있으며,

허영심제3자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분석이 마음속에 와닿았다.

또한 오만함 자체가 그리 환영받을 만한 태도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다아시는 오만할 권리가 있다'라는 샬롯의 말에서 자신이 가진 것이 그렇게나 많은데 자기 자신에 좀 도취할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애초에 다아시가 오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말수가 적고 지나치게 사교성이 없는 것일 뿐, 딱히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깔보는 듯한 행동은 겉으로 하지 않았기에.

(실제로 다아시도 인정한다.

난 사교성이 너무 없으며 새로운 사람들과 하는 스몰토크에 자신 없다고,,,, 왤케 귀엽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런 다아시는 겸손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겸손한 척하는 것보다 더 기만적인 행위도 없다고.

겉으로 겸손한 체하는 것이 때론 무성의에 지나지 않거나 간접적인 자기 과시의 증거라는 말이 내 안에 무언가 경종을 울렸다.

그러면서 허영은 두말할 것도 없는 결점이지만, 오만뛰어난 마음의 소유자가 통제력만 있다면 자긍심으로도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정도의 오만함은 자존감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자신이 이룬 과업에 대해 좀 뿌듯해하고 만족해하는 것이 큰 결점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겠지.

하지만 어찌 되었든 다아시는 결국 사랑이라는 힘 아래 엘리자베스의 팩폭을 계기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간 자신이 해온 사회성 부족한 행동들, 그리고 언연 중에 배어 있던 오만함이 얼마나 잘못된 것임을 깨달은 후

먼저 스몰토크를 시도하는 등의 변화를 도모하였다..!

잘못을 깨닫고 변하는 모습이 이 남자의 또 다른 매력포인트.

.

.

반면 엘리자베스의 경우, 그녀는 타인의 말만 듣고 생성된 데이터에 의거해 다아시를 '아주 나쁜 사람'이라는 편견을 안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 점은 정말 좀 답답했다. 개인적으로 엘리자베스는 내가 마음에 들 만큼 매력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당당하고 솔직하지만, 나는 그것이 가끔 무례함이 되어 드러났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리고 제3자의 말에 휘둘려 멋대로 타인을 판단하는 점이 별로였다.

나중에 다아시의 편지를 읽고 난 후 엘리자베스 역시 자신의 이런 편견 어린 태도를 인정한다.

이제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그녀는 점점 자신이 부끄러웠다.

다아시에 대해서든 위컴에 대해서든

자신이 맹목적이고 편파적이며 편견에 사로잡힌 터무니없는 사람이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난 정말 야비한 사람이었어!"

엘리자베스의 말. p.307-308

우리는 사람을 볼 때 타인을 자신의 잣대에 비추어 판단하는 경향이 많다.

그가 어떠한 말을 했을 때, 그가 정말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음에도

'아~ 쟤는 저런 의도로 말했을 것 같아. 정말 별로다'라는 따위의 말로 사람을 판단하며

그 사람의 일부만 보고 전체를 정의해버리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혹은 그 사람에 대한 타인의 평가, 소문 따위에 휩쓸려 그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기도 하지.

결국 거기에는 그렇게 '평판'만이 남았다는 테일러의 reputation(평판) 앨범이 생각났다.

편견은 정말 우리의 시선을 편협하게 만든다.

.

.

그렇기에 이렇게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 찬 남녀가 서로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그것을 사랑으로 승화해 결실을 이룬다는 이 소설이 난 그렇게 좋더라.

결점을 커버하고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랑.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힘이 아닐까?



포인트 2) 사랑, 그리고 결혼이란?

그리고 그 당시 시대상에서 바라본 '사랑', 또 '결혼'이란 문화에 대한 등장인물의 다양한 의견도 소설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보통 사람들은 사랑에 있어 어느 정도의 밀당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롯은 이렇게 지적한다.

"그것이 재밌을 순 있겠지만, 그러한 기술들로 자신의 호감을 상대에게마저 숨겨버린다면 그를 잃게 될지도 모를 거라고.

호감을 전혀 북돋지 않는데 진정한 사랑을 키울 수 있을 순 없다,

그 사람이 계속 나를 좋아하도록 내 쪽에서도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냥 그렇게 거기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고 지적하는 샬롯의 말에

와.. 정말 진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 여성은 수동적으로 비쳤던 그 시대에,

사랑에 있어 이렇게 진취적인 태도를 문장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저런 깨어 있는 정신을 가질 수 있지?

또한 다아시는 사랑에 대해 시가 사랑의 양식이라고 생각했다며, 훌륭하고 건강한 사랑은 무엇이든 흡수해서 살찔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얄팍한 사랑이라면 훌륭한 소네트 한편으로도 고갈되고 마는 것이라고 말한다.

살 찌우는 사랑이란 표현이 색달라서 인상적이었다.

나는 비단 연인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 남들에게 표현하는 사랑을 과연 어디까지 살 찌울 수 있을까?

웬만하면 포동포동하게 찌우고 싶은데.

.

.

결혼에 있어 결혼은 사랑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보다도 더욱 현실적인 것이라고 말한 샬롯의 말도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결혼이 자신의 목표였다며, 배운 사람이지만 가난한 자신 같은 여성으로서는 오직 결혼만이 명예로운 대책법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낭만 따윈 없는 사람이라며, 내가 원하는 건 단지 어느 정도 신분과 돈이 갖춰진 따스한 가정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대답이

현실적이라 공감되면서도 어딘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런 그녀와 결혼관이 달라도 너무 다른 엘리자베스는 샬롯을 창피하게 여겼지만,

난 샬롯이 더욱더 마음에 밟혔다.

사실상 엘리자베스처럼 운 좋게 돈 많고 신분 좋은 남자와 만나 열렬히 사랑하며 결혼하는 엔딩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거야말로 정말 동화 속 이야기지.

그렇기에 샬롯이 말한 대사들이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포인트 3) 다아시=완벽한 남자주인공

어찌 되었든 난 다아시가 로맨스소설계의 완벽한 남자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1. 이성적이며 다소 무뚝뚝, 감정에 서툰 면이 있으면서도 순애보인데다 그렇다고 집착광공처럼 지나치게 강압적이지도 않으며,

2.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3. 자신의 잘못된 점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쓸데없는 변명을 덧붙이지 않음

4. 그걸 인정하고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모습.

5. 결정적으로 신분 좋고 돈도 많고 잘생김.

=어케 안 좋아하죠?

그렇기에 난 오만과 편견이 너무너무너무 좋다.....

후대의 로맨스 소설 작가들은 모두 이 다아시를 표본으로 삼아 멋진 캐릭터의 남자주인공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난 정말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 동안 5000권이 넘는 로맨스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아직도 다아시만큼 무뚝뚝함과 다정함, 그 사이의 적절한 밸런스를 맞춘 완벽한 귀족 캐릭터의 남주를 보지 못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레전드 로맨스 소설.

비단 사랑에 대한 것뿐만이 아닌 결혼 문화, 자신의 성격까지 되돌아보게 된다.

역시 고전은 고전.

제인 오스틴은 정말 최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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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론 - 삶이 너의 꿈을 속일지라도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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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의 저자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는 많은 이가 그렇듯 나 또한 정말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작품은 대개 방황하는 영혼에 대해 다룬 것들이 많은데, 그러한 주인공들의 모습이 우리에게 공감과 위로를 가져다준다. 그의 세심한 문장들을 통해 우리는 인생에 대한 그의 치열한 고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이 책 <인생론>은 그러한 그의 지론과 생각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은 헤르만 헤세의 여러 작품 중 그의 인생관이 돋보이는 부분들을 발췌해 엮어놓은 책이다. 책은 총 5가지 챕터로, 인생부터 시작해 청춘, 자라투스트라, 도스토옙스키, 그리고 행복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1장 '내 작은 인생론'은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 다루고 있었는데 읽다 보면 그가 얼마나 섬세하고 여리며, 감정에 예민한 이인지 알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따뜻함을 잃게 되면 참을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는 그는 유년 시절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좌절하고 절망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그의 대표작인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 속 주인공들이 모두 그 자신을 투영한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이러한 감정적으로 예민한 기질이 작가로서는 최고의 재능이었고, 그로 인해 배려 깊으면서도 세심한 문장들이 탄생했으며, 그렇기에 이것이 많은 이의 감정을 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책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한 순 없지만, 어느 정도 많이 하려고 노력은 하는 나로서는 '독서'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긴 파트도 인상 깊었다. 그는 독자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었는데, 그와 관련하여 그가 꺼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교양에 따르지 않고 천성에 따르게 된다면 그는 어린이가 되어 사물과 노닐며 유희를 하게 된다고 말하였는데.. 여기서 뜨끔하며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 주어진 의무보다는 그저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본성에 이끌려 행동하는 중인 나로서는 끊임없이 교양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세상을 탐구한 그의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그가 살아생전 하였던 사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같은 인간이지만 어떻게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자신의 생각을 문장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지 신기했다. 평소 그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이 그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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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주식 투자 첫걸음 - 미국회계사가 쉽게 설명해주는
한명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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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친구 커플이랑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미국 주식 이야기가 나왔었다. 확실히 요새 엔비디아주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 그런지 주변에 엔비디아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 또 들어보면, 국내보다는 미국쪽으로 관심을 많이 돌리고 있는 추세더라. 그래서! 주린이인 나도 이참에 미국 주식에 대해 좀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미국회계사가 쉽게 설명해주는 미국 주식 투자 첫걸음>을 읽게 되었다. 지금 당장 투자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 조금이라도 공부해두면 언젠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다.


저자분은 미국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 후 글로벌 4대 회계법인에서 근무하셨던 분으로, 미국 주식에 해박하신 분이다. 그래서 미국주식을 주종목으로 '미국주식두더지'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계신데, 확실히 회계사로 일하셨던 분이셔서 그런지 주식 투자 전 재무제표 분석의 중요성을 엄청나게 강조하신다. 이 책도 그러한 신조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인데,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경제 상황과 미국 주식의 상관관계,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22개 기업의 최근 8년간 재무 자료를 분석해 설명함으로써 이것이 주는 시그널이 무엇인지, 여러 다양한 경제 지표 읽는 법 등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 주식에 대한 기본 지식을 다룬다고 보면 되는데, 제일 먼저 미국 주식을 왜 시작해야 하는지 그 가능성에 대해 말씀하시며 미국 증권 계좌 개설법, 미국 기업의 실제 재무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는 곳, 그리고 그걸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를 각종 그래프 및 사진과 함께 쉽게 풀이해놓으셨다. 인상적이었던 건, 중간중간 여러 투자자들의 투자 사례들을 가져와 제시함으로써 그 사람의 투자가 왜 그러한 결과를 낳게 되었는데 이론적으로 풀이해주신다는 점. 단순히 이론적 설명을 넘어 실제 사례를 가지고 와 그 이론을 적용시켜주시니 이해하기가 한결 쉬웠다.


또한 주식 용어를 잘 모르는 분이더라도 책 읽기를 겁낼 필요가 전혀 없다. 자산회전율, 매출채권회전율, 매출액순이익률 등 회계에 대해 한번도 배워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그 용어에 친숙해질 수 있게 기업을 예시로 들며 정말 열심히 설명해주신다. 책 자체가 딱딱한 문어체가 아닌 정말 강의를 하시는 것처럼 구어체로 설명해주셔서 그런지 눈에 쏙쏙 들어온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렇게 많은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는 투자책은 처음이었다. 코스트코에 대한 투자은행 애널리스트 보고서와 함께 실제 코스트코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던 뉴스를 요약해 쫘르륵 모아 보여주신 게 정말 흥미로웠다.


미국 주식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주린이라면 이 책, 정말 강추한다!! 진짜 쉽게쉽게 읽혀져서 큰 어려움 없이 알짜배기 정보들을 배워갈 수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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