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허영심과 오만함은 비슷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애초에 나는 사실 이 단어들의 뜻에 대해서도 따로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오만함은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 즉 내가 나를 얼마나 좋게 보느냐와 관련 있으며,
허영심은 제3자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분석이 마음속에 와닿았다.
또한 오만함 자체가 그리 환영받을 만한 태도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다아시는 오만할 권리가 있다'라는 샬롯의 말에서 자신이 가진 것이 그렇게나 많은데 자기 자신에 좀 도취할 수도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애초에 다아시가 오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말수가 적고 지나치게 사교성이 없는 것일 뿐, 딱히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깔보는 듯한 행동은 겉으로 하지 않았기에.
(실제로 다아시도 인정한다.
난 사교성이 너무 없으며 새로운 사람들과 하는 스몰토크에 자신 없다고,,,, 왤케 귀엽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런 다아시는 겸손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겸손한 척하는 것보다 더 기만적인 행위도 없다고.
겉으로 겸손한 체하는 것이 때론 무성의에 지나지 않거나 간접적인 자기 과시의 증거라는 말이 내 안에 무언가 경종을 울렸다.
그러면서 허영은 두말할 것도 없는 결점이지만, 오만은 뛰어난 마음의 소유자가 통제력만 있다면 자긍심으로도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느 정도의 과하게 드러내지 않는 정도의 오만함은 자존감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자신이 이룬 과업에 대해 좀 뿌듯해하고 만족해하는 것이 큰 결점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겠지.
하지만 어찌 되었든 다아시는 결국 사랑이라는 힘 아래 엘리자베스의 팩폭을 계기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간 자신이 해온 사회성 부족한 행동들, 그리고 언연 중에 배어 있던 오만함이 얼마나 잘못된 것임을 깨달은 후
먼저 스몰토크를 시도하는 등의 변화를 도모하였다..!
잘못을 깨닫고 변하는 모습이 이 남자의 또 다른 매력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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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엘리자베스의 경우, 그녀는 타인의 말만 듣고 생성된 데이터에 의거해 다아시를 '아주 나쁜 사람'이라는 편견을 안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 점은 정말 좀 답답했다. 개인적으로 엘리자베스는 내가 마음에 들 만큼 매력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당당하고 솔직하지만, 나는 그것이 가끔 무례함이 되어 드러났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리고 제3자의 말에 휘둘려 멋대로 타인을 판단하는 점이 별로였다.
나중에 다아시의 편지를 읽고 난 후 엘리자베스 역시 자신의 이런 편견 어린 태도를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