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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갬빗 ㅣ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평점 :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격리로 인해 더 이상 외출하지 못하게 되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OTT를 끼고 살곤 했었다. 특히 다른 많은 OTT 입문자가 그렇듯, 나 또한 OTT 업계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애용하곤 했는데 당시 넷플릭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바로 '퀸스 갬빗'. 주인공 엘리자베스 하먼역을 맡았던 안야 테일러 조이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세계적으로 체스 붐까지 일으켰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었다. 나도 호기심에 도전했다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최근 새롭게 출간되었다고 해 좋은 기회로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원래 원작 소설이 따로 있는 작품인 줄은 몰랐는데, 퀸스 갬빗은 1983년 작가 월터 테비스가 출간한 소설 <퀸스 갬빗>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책의 줄거리는 드라마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하먼(베스)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한 고아원에 맡겨지게 된다. 낯선 곳에서 한동안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그녀는 우연히 지하실에서 홀로 체스를 두고 있던 샤이벌 아저씨의 모습을 목격한 뒤 '체스'라는 게임에 매력을 느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샤이벌에게 체스를 배우게 되는데, 천부적 재능을 선보이며 빠르게 그를 앞질러 나간 그녀는 이후 자질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체스 게임에 나서게 되며 자신의 명성을 키워나간다.
이 책은 체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면 훨씬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체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책을 읽으며 체스 경기가 펼쳐질 때마다 생소한 용어들로 약간의 골머리를 앓곤 했는데, 그럼에도 그 모든 체스 씬을 작가가 정말 생동감 넘치게 잘 표현해내서 읽는 내내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되었다. 특히 접전을 벌일 때의 그 스릴감, 성공했을 때의 희열감이 고스란히 책장 너머로 나에게까지 전해져 정신없이 책을 읽어나갔다. 아마 사람들이 퀸스 갬빗에 그토록 환호했던 이유가 바로 그 스릴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단순히 체스라는 주제를 넘어 주인공 베스의 성장을 통해 그 시절의 시대상, 페미니즘, 그리고 입양을 통해 느낀 가족의 정, 사랑, 우정, 계속된 약물중독과의 싸움 등 휘황찬란한 명성 그 이면의 여러 모습을 비춘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체스를 소재로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그려낸 작가의 구상과 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오며, 개인적으로 TV보다는 베스의 심리와 감정 변화를 더욱더 상세히 묘사한 원작 소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언젠간 기회가 된다면 체스를 한번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