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육에 이르는 병>에서 부터 <내 심장을 향해 쏴라> 까지.
한 동안 읽은 책들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아이들과 함께 앉은 카페 자리에서, 소파 위에서,
남편은 내게 “무슨 걱정 있어?” “무슨 생각 해?” 라고
(평소보다 더) 자주 묻곤 했다.
냉철한 관찰자는 못 되며 감정 이입의 일인자인 나는
읽고 있는 책과 생활의 감정을 분리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다혜의 <아무튼, 스릴러> 를 읽으며
혹여 내가 놓친 무엇이 있을까나 하며 읽은 책들이다.
이번에도 역시 배운 점들이 있다.
내가 제일 구하고 싶어하는 건 결국 ‘내가 뭘 좋아하는가’하는
문제의 정밀하고 첨예하고 오차 없는 정답이라는 것.
<살육에 이르는 병>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최고의 반전 소설이라기에
대체 어떤 반전일까 훔쳐보고 싶었는데,
이른바 ‘서술트릭’이라는 기법 자체를 나는 싫어한다.
개다가 꽤 센 책과 영화를 접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이 책이 그려내는 사악함은 유독 나와 맞지 않았다.
(남편한테 도서관에서 빌려다 달래서 읽었는데,
남편이 제목 보고 당황했을 것 같다. ㅎㅎ
퇴근길에 앞장 정도는 조금 넘겨 봤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긴 했다. )
<콜럼바인>에는 짧은 평은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내 맘에 쏙 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책이다.
지난 해 아주 인상 깊게 일은 책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기도 하고.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이 책은 조금 꾸역꾸역 읽었다.
내가 이미 최근의 독서 흐름 때문에 지쳐 있었기도 하고.
이상하게 자꾸 (장르가 다르기야 하지만)
<인 콜드 블러드>가 비견됐다.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 트루먼 카포티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새삼 느낀다.
밝은 책, 어두운 책, 이런 이분법 싫어하는데
지금은 이 말 밖에 안 떠오른다.
요 다음 책은 밝은 책으로 좀 읽어야겠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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