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미니북)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미니북 (한글판) 41
헤르만 헤세 지음, 박진권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서양인이 보는 불교는 어떨까?


헤르만 헤세가 이해한 부처에 대해 소설을 통해 바라본 느낌이었다.

인도 최고 계층이었던 싯다르타와 그 친구 고빈다. 둘은 부와 안정 대신 내면 평화와 행복을 지향한다. 이들은 혼자가 아닌 같이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마음을 같이 해 수도하는 길을 선택한다. 넘치는 부귀영화를 뒤로하고 그들은 모든 걸 버린다. 그렇게 강을 건넌다. 그 와중 고빈다와 싯다르타는 의견이 달라진다. 고빈다는 고타마란 스승을 만나 길을 떠난다. 싯다르타는 카밀라를 만나 사랑하고 맨땅에서 사업가를 만나 부를 축적한다.
또다시 모든 걸 이룬 싯다르타는 다시 공허함을 느낀다. 이에 온갖 도박으로 모든 재산을 잃어버린다. 시타르타는 다시 빈털터리가 된 후. 카밀라를 떠나 강가에서 만난 뱃사공과 같이 일을 하기로 한다. 카밀라는 싯다르타 아들을 넘기고 죽음을 맞는다. 부자는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이별한다. 결국 싯다르타는 자연을 벗 삼아 해탈하고 그를 만난 고빈다는 그를 경배한다.


싯다르타를 제외하고 대부분 그가 쓴 책을 10대 때 다 읽었다.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 내면과 그가 쓴 글이 많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항상 나는 내면과 외부에서 보는 나에 대한 괴리로 힘들었다. 내 내면은 힘들고 괴로웠다.  소멸을 향해 삶을 억지로 버티면서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항상 신경질적이었다. 자주 아프다고 말하고 엄마는 열심히 나는 병원에 데리고 갔다. 병원은 정상이라고 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
 외부적인 나는 항상 괜찮아 보였다. 집도 행복했고 부족함이 없었다. 학업 성적도 좋았고 친구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항상 내면은 궁핍하고 불만이었다. 내면은 한없이 악한데 외부 사람이 나를 오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현실과 이상 괴리를 '헤르만 헤세'는 일관된 이야기지만 다른 형식으로 많은 소설을 썼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그랬다. "나는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이야기 방식을 다르게 할 생각이 나지 않을 때 나는 소설을 그만 쓸 것이다." 이 이야기는 헤르만 헤세에게도 포함되는 이야기다.
항상 똑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전개한다. 그 어린 시절 차마 이해가 가지 않아 읽지 못한 책이 바로 이 책, '싯다르타'다.
 헤르만 헤세 소설에는 항상 상반된 성격을 지녔지만 비슷한 점도 많은 두 인물이 등장한다. 결국 이들은 선과 악으로 끝에서 다른 끝에 있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다가 결국엔 동일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결말을 맺는다. 이 책 또한 그렇다. 다만 고빈다와 싯다르타가 아닌 고타마와 싯다르타가 상반되지만 동일한 인물로 설정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당시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방탕하지만 결국 득도를 했다며 고빈다가 그에게 존경을 표할 때, 어린 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다.
너나 나나 욕망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

싯다르타는 이미 모든 걸 다 갖고 시작한다. 부모는 그냥 그렇게 완벽한 삶을 살다 죽길, 간절히 바란다. 그는 지혜로웠고 부유했으며 존경을 받았다. 그는 그 이상을 원했다. 가난한 자는 부유함을 꿈꾼다. 지혜롭지 못한 자는 지혜를 구한다. 존경을 받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르는 사람도 있다. 그는 영혼이 궁핍했다. 그렇기에 부도 지혜도 존경도 그에겐 아무 소용없는 것들이었다. 그는 빈손으로 모든 걸 보장하는 부유한 집을 떠난다.
 그는 거지와 다름없는 수도승이 된다. 친구 고빈다 또한 같은 생각이다. 그 후, 싯다르타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에서 부를 쌓고 욕망을 채운다. 타인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세상 달콤한 모든 유혹을 다 겪어본다. 고빈다는 청빈한 고타마를 따라 재미없고 따분한 삶을 이어간다.

무의미한 악순환 속에서 그는 지치고, 늙고, 병들어 갔다.(109)

싯다르타는 결국 세상 모든 것을 스스로 얻은 후 망가진다. 그는 결국 소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ㅡ그때 자연을 벗 삼아 배우는 또 다른 스승을 만난다. 강을 건너는 뱃사공이 바로 그 사람이다.

당신은 다른 것도 강으로부터 배우게 될 것입니다.(143)

모든 욕망을 내려놓은 후, 뜻밖에 선물을 받는다. 갖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카밀라와 자신이 낳은 아들이다. 그를 위해 끊임없는 희생을 하지만 아들은 그 행동을 비웃을 뿐이다. 그가 완벽한 삶을 만들고 즐기기만 바랬던 아비를 떠났던 것처럼 아들 또한 싯다르타를 비웃고 그를 떠난다.

당신은 그 아이를 사랑의 끈으로 묶어 구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153)

싯다르타 진정한 스승 뱃사공은 말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지배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만들고 싶었던 존재, 아들을 포기하라 말한다.

당신이 아들을 위해서 열 번을 죽는다고 해도, 그것으로 아들의 운명을 조금도 덜어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165)

결국 인생은 혼자였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한다고 해서 타인을 의지대로 변화시킬 수 없다. 내 의지로 내 재산을, 욕망을, 지혜를 채울 수 있다. 결국에는 이 또한 순식간에 사라진다.
모래알을 쥐고 있다가 과감하게 손을 펼 수 있는 힘. 그 힘은 비로소 아들과 이별로 깨닫게 된다. 그 후 진정한 스승인 뱃사공이 숲 속으로 사라짐 또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반대로 오랜 벗인 고빈다와 재회 또한 담담했다. 그에게 만남과 헤어짐 조차도 큰 시련과 고통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그저 흐르는 강물처럼 흘러가는 순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항상 내면과 싸우며 산다. 외부를 통해 내면을 채울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이 소설 안에 들어있다. 과연 우린 부와 지혜와 타인 인정을 통해 내면 안식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담담하게 웃는 얼굴로 말한다.

"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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