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르치기 -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는 핀켈 교수의 새로운 교육법
도널드 L. 핀켈 지음, 문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훌륭한 스승은 누구일까? 사실 이 말을 던지기 전에 나는 무심결에 ‘잘 가르치는 스승은 누구인가?’라고 질문을 할 뻔 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이미 이 책에서 얘기하는 ‘들어주는 선생님’은 후보에도 들어가지 않게 된다. 보통 우리는 잘 가르치는 사람을 떠올린다. 이 책에서는 과연 일방적으로 떠드는 사람을 훌륭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책이 시작된다.
예외가 있긴 했지만 중요한 지식을 배운 중요한 사건은 대개 학교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교사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잠시만 생각해 봐도 중요한 배움의 경험, 곧 일생동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험은 이외로 제도권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결과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을 것이다.(30)
좋은 교육이란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31)
이 책은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은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일이라는 충격적인 전제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은 채 배울 의지를 갖춘 학생들에게 배울 내용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서로 의견을 물어보면서 답을 찾는 자리를 제공해주라고 얘기한다. 저자는 학생들에 대한 평가를 일방적으로 물어보고 답하는 형식인 시험이 아닌 이 토론을 통한 결과인 ‘보고서’를 통해 평가할 것을 권한다.

저자가 교사로서 가르치는 각종 ‘영문학 수업’ 중 도입한 경험과 노하우를 적으면서 이런 내용들을 뒷받침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각광받고 있는 ‘자기주도학습’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육아 방식 중 유태인이 자식에게 한다는 ‘하브루타’ 즉, 토론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교육과는 정 반대에 서 있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많은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듣고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후 많이 기억하는 사람이 시험을 봤을 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
의문점
심지어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교사 한 명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동등한 교사와 함께 논쟁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이런 수업 방식이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에서도 학생과 동등한 위치에서 토론을 진행하면서 유지해야 할 교사로서 권위에 대한 많은 고찰에 대한 흔적이 보인다. 요즘 교권이 흔들리고 있다. 과연 교권을 위협하는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이 교사에게 예의바른 토론 상대자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상반된 의견을 갖고 있는 동등한 교사들이 자신의 반대되는 의견과 감정을 분리해 이성적으로 수업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가능할지 궁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자발적으로 깨우치는 이런 수업방식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수업방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런 수업 방식을 습득하고 필요성을 깨달은 선생님과 부모가 있어야 한다. 앞서 읽은 ‘앵무새 죽이기’에서도 그랬다. 누군가 처음으로 굳어진 패러다임에 이의를 제기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이런 변화를 인지하고 원하는 수요가 많아져야 학생은 점점 억지로 수업을 임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이 수업안 주인공으로서 적극적인 깨우침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학생때 경험
사실 대학 때 이런 교수법을 행하셨던 교수님이 계셨다. 가재환 교수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민법 사례연구였다. 절대 교수님은 자신의 견해를 얘기하지 않으셨다. 끝까지 우리 학생들이 발표하고 교수님이 이에 대해 물어보면서 수업이 진행됐다. 그리고 교수님이 가장 말씀을 많이 하셨던 자리는 종강 후 교수님이 사주셨던 한정식 집에서였다. 이 수업을 제대로 공부했던 친구는 민법의 재미에 푹 빠졌고 법학보다 밥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나 같은) 학생은 오로지 교수님이 사주셨던 구절판만 기억이 날 것이다.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 이 수업을 수동적으로만 임했던 게 못내 아쉽다.
결국은
학문이란 스스로 생각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위해 행하는 끊임없는 연구과정이다. 결국 선생님이 해준 강의가 무조건적 답이 될 수 없다. 대학 때까지는 책 그대로, 강의를 달달 외워 복사하는 지식으로 다른 이보다 우수하다고 증명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이상에 대한 연구는 결국 독자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 책 ‘침묵으로 가르치기’는 복사기가 아닌 학문을 배우는 과정을 미리 깨우쳐주는 과정이다. 학생 스스로 답을 깨우치는, 제대로 된 수업의 과정인 것이다.
학생 내신 대답해 주기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스스로 결정해나가야 성격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둘째, 결국에는 신디(학생)에게 무엇이 최선인지는 신디가(학생이) 더 잘 안다고 믿기 때문이다.(253)
왜 선생님은 이 책을 선택하셨을까?
이 책을 선생님께서 심화 독서토론에 선정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책의 주인공은 저자가 아니다. 저자의 말을 백 프로 수용하고 수동적으로 생각만 한다면 완벽한 독서라고 할 수 없다. 책은 ‘침묵하는 선생님 역할’을 한다. 책을 통해 우리는 배운다. 이 책은 독서를 매개로 한 토론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달을 수 있었다. 학생 스스로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며 이야기한 것이야말로 진정한 내 것이 된다는 걸 이 책은 아주 명명백백하게 얘기해 주고 있다.
어떤 책을 깊이 성찰하는 최선의 방법은 같은 책을 읽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독자를 만나는 것이다. 두세 명을 찾을 수 있으면 더 좋다. 함께 모여서 개방형 세미나를 열고 진지하면서도 편안하게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지도자나 교사를 초빙하지 않아도 모인 사람들끼리 세미나를 진행할 수 있다.(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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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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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9 15: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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