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2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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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어째서 세실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던 것일까? 의자에 꼼짝 못 하고 앉아 있던 본모르 영감은 어떻게 그녀의 목을 조를 수 있었던 것일까? 그는 필시 세실을 붙잡아 바닥으로 같이 쓰러지면서, 그녀가 한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도록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계속 그녀의 목을 졸랐을 터였다. 옆집과의 사이에있는 얇은 칸막이벽 너머로는 어떤 소음이나 비명도 들려오지 않았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정신착란 증세로 인한 사고이 거나, 처녀의 희디흰 목덜미 앞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살인 충동을 느낀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새로운 사상들에 역행하듯 순종적인 가축처럼 성실하게 살아온 불구의 노인이 그런 야만적인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모두들 아연 실색했다. 대체 그 자신조차 그 존재를 알지 못했던 어떤 뿌리
‘깊은 원한이 그의 몸안에서 서서히 곪아들어가다가 머리로 옮겨갔던 것일까? 그가 저지른 행위의 잔혹성은 그의 죄악을백치의 죄악처럼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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