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뒤에 오는 것들 - 행복한 결혼을 위한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
영주 지음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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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이란 신간 책의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았기에 나중에 보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출판사서평을 보니 '며느리 사표'를 쓴 저자의 신작이였다. 사실 그 책도 관심은 있었지만 보진 못했다.

왠지 이 책도 미루다가 읽고 싶어도 아쉽게 못 읽게 될까봐 얼른 서평단 신청을 해서 받아보았다.

 

 

저자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면, 「남편의 부재와 무관심 속에서 그저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것이 전부인 줄만 알던 삶을 살던 결혼 23년 차, 명절을 이틀 앞둔 어느 날 시부모님께 "며느리를 그만두겠습니다" 말하고 '며느리 사표'라고 쓴 봉투를 내밀었다. 개인에게 일어난 '작은 혁명'이었다. 이 과정을 책으로 썼더니, 이후 각종 신문사의 인터뷰 면을 장식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여하며, 독자들이 그를 따라 줄지어 며느리 사표를 내는 등의 '큰 혁명'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결혼 뒤에 오는 것들』 을 통해 이 땅의 여성들이 슬픈 결혼을 대물림하지 않기를, 혼자여도 행복하고 함께여도 불행하지 않은 결혼을 이어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고 말한다. 현재는 '가족꿈심리작업소'를 운영하며 꿈 작업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중이다」라고 소개 한다.

 

전작을 읽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이번 책만 읽어도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그녀의 삶, 우리의 삶에 대한 간절한 응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몇 일 전 남편과 시댁에 가는 일정 관련해서 대화하다가 목소리를 키운 적이 있다. 시어머니 생신으로 시댁에 가려 하는데 나는 회사에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 남편이 두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가고 나는 주말에 따로 가기로 했다. "너 몇 시 기차 타고 올래?"라는 남편의 물음에 "점심 때쯤? 내가 일찍 가서 뭐해. (반기지도 않을텐데)"라고 대답했고 "어머니 생신인데 며느리가 미역국 끓여야지."라고 말하는데 속에서 울컥하고 뭔가가 올라왔다. "내 살림도 아닌데 거기 가서 어떻게 미역국을 끓여."라고 대꾸하는 내게 남편은 "칠순인데 며느리가 그것도 안하냐?"라고 대답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말해버렸다. "뭐 칠순이 대순가. 백세시대에." 정말 작게 중얼거렸을 뿐인데 남편의 얼굴이 욹으락 붉으락 해지며 정말 유치한 말들을 내뱉었다. 아이들을 재우면서 왜 내가 화가 났을까 생각해보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남편의 말이 가부장적인 발언이라고 생각되어 화가난 것이다. 왜 굳이 먼저 어머니가 칠순이시니까 뭔가 우리가 신경써서 챙겨드려야하지 않냐고 언급했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얘기했어도 내가 어머니 생신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그렇게 남편의 심기를 건드렸을까.....

 

 

 

 

나는 아직 결혼 8년차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 뒤에 오는 것들』의 결혼 23년차의 결혼 선배의 이야기들이 엄청 공감이 되고 내가 결혼생활에서 불편했던 것들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책을 펴든 순간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금방 빠져들었고 단숨에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26

우리의 가정은 지금 건강한가?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정신 바짝 차리는 여성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자신을 잃어버리고 인습에 순응하는 여성은 당연하게 보는 세상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자신에게 일어나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문제들을 살피고, 좋은 며느리이기보다는 자신에게 먼저 최선을 다하려는 여성인 우리는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가부장 월드에 갇혀 며느리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을 뿐이었다. 이제 더는 이토록 이상한 세상에서 살지 않겠다는 여성들이 가부장 월드라는 사회적 세뇌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고 있다.

 

나는 시댁과 물리적으로도 거리가 있고 어머니도 내 삶에 크게 관여를 하지 않는 분이라 일정거리를 늘 유지하며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따금 드리는 안부 전화를 할 때 이야기가 길어지다보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다가도 "얘야, 나 땐 더 심했다아~ "이러시면서 본인의 힘들었던 시절을 이야기하시며 내가 남편의 부재로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라고 하셨다. 자꾸 그러다보니 별로 전화를 하고 싶지도 않고 용건이 있어서 전화를 드려도 아이를 씻겨야 하거나 재워야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서둘러 끊었다. 우리 친정 엄마도 고생이라면 어디서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온갖 고생을 하며 사셨지만 나에게 자신의 힘듦을 토로하진 않으셨었는데 무슨 이야기든 당신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결론을 맺는 어머니를 보면서 왠지 편하고 친한(?) 관계를 맺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시부모님과 여러 모로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지내지만 가부장적 사고를 몸에 휘감고 있는 남편과 지내면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남편들의 어이없는 발언들을 마주 할 때 내가 그런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있게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내 안에 단단한 말들을 쌓는 연습을 해야겠구나 싶다.

 

 

 

35

정신을 차리고 보니 20여 년이 흘러버렸고 나는 벌판에 홀로 서서 길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늦었지만 고장 난 차를 점검하고 다른 길로 전환이 필요했다. 첫 번째로 남편을 잃을 준비를 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책임지는 것이었고 동시에 잃어버린 나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자 사라졌던 남편이 돌아왔다. 사실상 우리의 진짜 결혼은 '남편을 잃을 준비'과정에 하나였던 이혼 선언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내 옆의 소중한 존재가 누구인지를 늘 생각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게 위해 나는 준비한다. '그를 잃을 준비'를. 그럴 때 진정으로 그 사람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소중한 존재를 잃지 않기 위해 '잃을 준비'를 한 다는 말, 너무 슬픈 말이다. 소중한 존재와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사는 게 당연할 수 없단 말인가. 나도 결혼 생활하며 남편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기대감도 잃고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소망의 끈마져 끊어졌을 때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하고싶지 않았던 그 말을 뱉어낼 수 밖에 없었다.

 


 

56

1892년에 발표된 샬롯 퍼킨스 길먼의 단편 소설 <누런 벽지>에서

의사인 남편과 사는 주인공 여자는 아기를 낳은 후 우울증과 신경쇠약을 앓는다. 남편을 아내를 위한다며 모든 활동을 금한다. 심지어 글(일기) 쓰는 일까지 중단시킨다. 의사 남편, 의사 오빠, 권위자인 위어 미첼 박사까지 모두 여자에게 '휴식 요법'을 권한다. 여자는 오히려 "자극과 변화와 더불어 마음에 맞는 일이야말로 내 건강에 좋다고" 믿지만, 남편이 들으면 "의사인 내 말을 못 믿겠소?"라고 말할 게 빤하기에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여자는 남편이 의사라는 사실이 자신의 병을 악화시키는 한 가지 이유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중략) 남편과 집안 환경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아내를 보이지 않는 창살에 가두었다. 모든 일이 남편을 중심으로 판단되고, 제한되고, 결정되었다.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누런 벽지>라는 책 내용이 들어왔다. 나도 둘째를 낳고 육아를 할 땐 '보이지 않는 창살'안에 갇혀 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사랑스럽고 좋다가도 내 삶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외로움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에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84

어머니는 우리를 키우며 욕 한번 하지 않은 것을 자랑처럼 이야기했다. 사실 이는 진짜 착해서가 아니라, 모든 게 겁이 나서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닮아서인지 나도 욕 한번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내 안에 욕이 없어서가 아니라 뱉어본 적이 없으니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태도는 누군가 욕하는 소리도 받아들이기 어렵게 했다. (중략) 남편과 사우면서 욕이나 막말을 해본 적이 없고, 남들과 싸워본 적도 없다. 싸우려고 하면 심장이 벌렁거려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좋은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저 나도 어머니처럼 모든 게 두려워서 피해왔던 겁쟁이였다.

지금은 소리도 지르고 장난스러운 욕도 뱉는다. 남편에게 '조폭마누라'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변했다. 이제는 무엇이 진짜 착한 것인지 안다. 외부에 착하게 굴려다가 정작 자신에게 가장 잔인해진다는 사실을, 그 끝은 스스로를 죽이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3

 

불쾌한 느낌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므로 아리아드네의 실타레처럼 알 수 없는 복잡한 미궁 같은 마음속 감정의 실마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필요나 원하는 바를 찾게 된다. 반대로 감정을 억압하면 마치 미궁 속의 미노타우로스에게 잡아먹히듯, 자신이 진짜 원하는 바를 영영 잃어버린다. 이처럼 감정은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는, 마음속 계기판과 같다. (중략) 불편한 감정은 자신에게 켜지는 빨간불이다. 그럴 때 잠시 나를 멈추어 세워야 한다. (중략) 멈추고 점검하는 순간이 바로 나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를 채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살면서 사람이 어찌 늘 좋은 기분과 감정만 유지하겠는가, 불편한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그 감정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일은 스스로 해야하는 일이다. 전에 나는 그런 감정이 생기면 회피하거나 인식하지 않으려 했다면 요즘의 나는 곰곰히 그 이유를 생각해본다. 내 불편한 감정에서 따로 떨어져서 생각하다보면 어느 새 바람빠진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던 감정들이 빠져나오고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방법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것도 나와 그다지 긴밀한 관계가 아닌 사람한테 받은 감정은 그렇게 해결이 가능하지만 가까운 가족들간의 관계는 그렇게 쉽지 않은 듯 하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부모도 남편도 아닌 내 두 손에 달렸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상황을 변화시킬 힘도 내게 있었다. 상대만 보면 그가 변하지 않는 한 불행을 바꿀 수 없다. 외부 탓은 자신의 책임에 대한 직무유기이자 여전히 아이로 살겠다는 태도다.

(중략)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나의 필요를 위해 직접 스스로 행동한다는 의미다. 무엇을 원하고 얼마만큼 필요로 하는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야 나는 인생을 스스로 거머쥐는 어른이 되었다.

 

 

나도 부족한 어른이지만 '상황 탓, 환경 탓, 남 탓'하는 어른을 보면 성숙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 함께 일했던 상사 분이 업무 보고를 할 때 가끔 '핑계대지 말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그런게 아니라며 억울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일 처리를 시간 안에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 이유를 주변 상황에 돌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오랫동안 내가 결혼생활에 있어서 힘든 이유를 '남편 탓'으로만 치부했는데 이제는 내 생활이므로 내가 바꿔보려 노력하고 있다. 그랬더니 걷히지 않을 것 같은 내면의 안개도 조금씩 걷히고 남편도 조금씩 내 말을 들으려 하는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184

지금은 경제적 자립을 위해 예전처럼 처절하게 일을 찾지는 않는다. 나 한 사람만 책임지면 되기 때문이다. 일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바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으로 사는 생활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을 쫒느라 많은 일에 치이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기 쉽다. 나는 비록 적게 벌지만, 결핍이 아닌 풍요로움을 느낀다. 남은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내어주면 더할 나위 없다.

먹고 사는 것을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으면 힘과 목소리가 생긴다.

 

너무 공감가는 말이다. 내가 나홀로 육아를 하다가 직장을 구해 일을 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어느 정도 맛보며 한없이 낮아졌던 자존감도 서서히 올라왔다. 그러면서 남편에게도 당당히 뭔가를 요구할 힘과 목소리가 생겼다.

 

 


 

 

 

209

서른 초반에 병이 걸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질병 자체는 애도할 일이지만, 나에게는 또 감사한 일을 가져다주었다. 스스로 돌보지 않던 건강을 챙기는 계기가 되었다. 이 병이 아니었다면 '나는 원래 약해'라고 생각하며 평생 골골거리고 살아왔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네 인생살이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세상에 좋다고 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나쁜 일일 수 있고, 나쁘다고 여기는 일이 좋은 쪽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중략) 살아 보니 나에게 행복으로 안내해준 초대장은 대부분 고통에서 온 것이었다. 기적은 더욱 그러했다. 죽을 각오로 내밀었던 '며느리 사표' 한 장이 시가 전체에 변화를 가져왔으니까.

 

 

 

 

 

 

 

217

 

 

 

 

 

233

우리는 무의식에 끌려다닐 때는 모르다가 의식이 확장될수록 훨씬 자유로워진다. 내가 누구인지 이해한다는 것은 자유로움이 점점 더 확장된다는 뜻이다. 다만 마음대로 살 수 있다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자유롭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기 때문이다. 점점 더 함부로 살 수 없어진다.

 

 

 

238

아이들이 크면서 일을 찾았고, 경제 활동을 하면서 작은 희망을 품었다. 하고 싶은 일이었고, 그 일이 보잘것없는 나에게 조금씩 힘을 주었다. 경제적인 활동은 내가 하는 역할들이 의무만이 아니라 권리도 함께 누려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다. 개인으로서 원하는 바를 찾아가는 과정은 남자뿐 아니라 여자에게도 당연히 주어져야 하고, 시공간의 자유와 권리 또한 동등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최소한의 한 집안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불평등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247

차라리 뻔뻔해도 기꺼이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그 편이 더 아름답다. 그 태도가 나를 더 겸손하게 한다. 사람들이 인정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나에게도 인정하겠다고 허락하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서평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다시금 생각하고 위로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이따금 결혼생활에 있어서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다시 밀려올 때쯤 다시 이 책을 펼쳐봐야 겠다. 결혼생활에 있어서 탈출구를 찾고 싶어하는 이 땅의 많은 아내,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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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책육아 - 13년차 교사맘의 우리 아이 생애 첫 도서관 육아
최애리 지음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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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책보다는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즐겁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줄 몰랐다. 그런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건 지독히 외로워서였다. 사람이 그리운데 어린 아이 육아중에 딱히 만날 친구도 없고, 그럴 기운도 없고, 뭘 해도 즐겁지가 않았을 때 유모차를 끌고 도서관을 찾았다. 첫째 아이 키울 땐 그렇게 힘든지 몰랐는데(돌이켜보면 그냥 당연한 줄 알았던 것 같다. 육체적으론 힘들었지만 그리고 아이가 주는 신기함과 새로움에 취해 심적으로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둘째 아이가 태어날 즈음 여러 문제들이 겹치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 날 위로해 준 곳, 내게 쉼이 되어 준 곳은 다름 아닌 도서관이였다. 신기하게도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치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 내가 무엇때문에 힘들었는지 내 속마음을 읽고 드러내 주는 말 들을 책 속에서 만났다.

얼마 전 내게 온 책, 『캐리어 책육아』의 저자는 나와는 조금 처지가 다르지만 그래도 책과 도서관이란 매개체를 통해 삶의 긍정적 변화를 경험한 분이라 참 반가웠다. 저자 최애리 작가님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서른이란 나이에 중등교사가 되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엔 대학원까지 다니며 초년 교사 생활을 보내고, 늦은 결혼을 하여 어쩌다보니 연년생 아이를 낳고, 그 뒤로 막내를 낳아 아이 셋 다둥이 맘이 되었단다.

전쟁 같은 연년생 육아에서 이제 막 숨을 돌리려 할 즈음 계획에 없던 셋째가 찾아왔다.

그 당시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살던 곳보다 좁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는데 그 상황도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아이 셋 독박육아에 의욕만 앞선 내 마음은 그렇게 우울의 미로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캐리어 책육아』

요즘 책 읽는 엄마들이 참 많다. 거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자신에 대해 파악한 후 꿈을 찾아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엄마들도 있고, 전업맘으로 지내더라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배우기를 즐기고, 보다 안정된 엄마로 아이를 참 잘 키우는 엄마들이 많다. 그럼 나는 어떤 엄마일까? 사실 내가 잘 살아보고 싶어서 책 속에 파묻힌 건 작년 2019년이였던 것 같다. 당시 남편도 해외 장기출장을 가서 홀로 아이를 돌봐야했고 직장도 다니고 살림도 해야했다. 누가 보면 그런 와중에 어떤 짬이 나서 책을 봤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틈틈히 시간이 꽤 있어서 남편이 있는 지금보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시간이 상당했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 책을 보던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 전 책을 보든지, 읽은 책을 정리했다.

『캐리어 책육아』를 만났을 즈음, 나에겐 변화가 있었다. 2년 반의 좁은 집 생활을 접고 아이들이 여기 저기 부딪히지 않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고, 남편이 긴 출장을 마치고 복귀를 했다.

사실 이것 저것 남편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아이를 키우며 지낼 때는 의지할 분은 오로지 내가 믿는 하나님뿐이라, 삶이 바쁜 것 같지만 사람한테 의지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내가 만든 체계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어서 편안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내가 교육적으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아서 아이를 키우는 부담도 적었다. 이제 곧 큰 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된다. '엄마가 책을 자주 접하면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따라서 책을 보게 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서 안일하게 '아이들의 책읽기 습관' 잡아주기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저희도 책을 읽겠다고 책을 집어와 펼치고 읽어달라고 한 날도 있었고, 자기 전 책을 3~4권씩 읽고 잔 나날들도 있었다.

『캐리어 육아』를 보면서 반성된 것이, 나는 책읽기를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했단 사실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책을 가지고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학교 일과 삼남매 육아를 널뛰듯 하는 일상에서 실상 책을 볼 마음의 여유도 내겐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여섯 살 때 유치원에서 받아온 '100권 책 읽기 스탬프판'이 계기가 되었다. 아이에게 화냈던 미안함을 풀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는 아이의 유치원 과제인 책 읽기 도장을 아이와 하나씩 찍어가기 시작했다.

매일 책 한권이라도 읽어 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새 금방 100권을 채우게 되었고, 그게 뭐라고 괜히 뿌듯해졌다. 아이도 엄마와 함께 하는 그 시간을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작은 성공을 경험하고 나자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캐리어 책육아』 프롤로그 중

『캐리어 책육아』를 읽고 나서, 나도 저자처럼 해봐야지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럴 엄두도 나지 않고.... 작가님이 책 속에 담아놓은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노하우'를 정리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시도해보고자 한다. 물론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해지고, 책을 이해하는 능력도 생기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까지 길러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처음부터 욕심부리지 말고 하루에 한 두권씩 엄마와 책 읽는 시간을 통해 즐거움과 흥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103 빨리 읽기 독립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서적 사랑과 공감적 듣기 능력까지 쌓을 수 있다면 읽기 독립쯤이야 조금 느려도 크게 상관없다.

 

 

엄마표 한글, 친숙해지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

 

105 <라온>이라는 보드게임은 자음과 모음 타일을 이용해서 단어를 만드는 게임이다. 자음과 모음의 결합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하여 낱문자 교육(음절식 교육)에 도움을 주는 놀이식 방법이다.

106 한글 노래_ 뽀로로와 동물 등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가나다송, 자음송, 모음송 등 한글 교육을 주제로 엄청나게 많은 노래 콘텐츠가 있다. 나는 유튜브 영상 추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깔끔하게 따로 노래 영상을 모아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들려주고 자주 접하게 해서 익힐 수 있도록 도왔다.

109 신문의 경우 글자 크기와 색깔, 디자인이 매우 다양하다. 아이들과 거인 글자, 색깔 글자 놀이를 하면서 함께 읽어보면 정말 재밌다.

111 먼저 유튜브 검색 조건을 '영어'로 한정했다. 또 하나는 평일에는 절대 볼 수 없도록 했다. 즉 '영어로' 검색하고 '주말에만' 볼 수 있다는 조건으로 스마트폰을 일부 허용했다. (중략) 물론 허용되는 시간에도 아직까지는 엄마의 의도가 포함된 '유튜브키즈'나 '칸아카데미키즈'만 볼 수 있다.


 

우리 큰 아이는 한글을 배우고 있는데 내가 낱문자로 배웠던 것과는 달리, 통문자로 배우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 내가 배운 방식대로 "'ㅎ'과 'ㅏ'를 합쳐서 '하'가 되는데, 발음은 '흐+ㅏ'를 계속 발음하다 빨리 발음하면 '하'가 되는 거야."라고 가르쳐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금도 배운 글자는 잘 읽는데, 배우지 않은 받침이 섞인 글자는 읽지 못한다. 위의 한글 익숙하게 하는 팁을 아이에게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어울리는 몰입 독서 비결

 

몰입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있을 것

피드백이 있을 것

과제와 능력이 균형을 이룰 것

평소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책 읽기를 적은 양이라도 빼먹지 않고 매일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주말이나 방학처럼 시간이 많이 생기면 나는 삼남매와 책 읽는 날로 아예 '몰입 데이'를 정했다. 물론 아이들은 그런 날이 있는지 모른다. 엄마만 알고 의도해서 여는 '몰입 독서 프로젝트'다.

우선 몰입을 통해 재미를 느끼려면 목표가 있어야 한다. (중략) 내가 얼마만큼 책을 읽었는지 스티커나 스탬프 등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책을 읽을수록 채워지는 칭찬판을 보면서 아이들이 성취감을 꽤 많이 느끼는 걸 알았다. 나는 칭찬판이 다 메꿔지면 앞에 소개한 쿠폰(놀이터이용 1회, 마사지 1회, 엄마랑 자기 1회 등)을 챙겨주거나 아예 트로피나 메달을 줬다. (P117)

 

 

121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독서 통장으로 아이들과 읽었던 책에 관한 기억을 소환하고 동기 부여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131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 어떻게 사용해야 여유롭고 우아한 엄마가 될까? 나의 생활시간 사용을 분석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책 읽는 시간을 만들어내야 했다. 그때부터 플래너, 장보기 앱, 마트 안 가기, 가사도우미 서비스, 안 되면 가전제품 적극 활용 등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영역별로 세세한 전략을 짰다. (중략) 결국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확보 한다는 건 가사노동을 줄이고 엄마의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일이었다.


 

무언가 얻고자 하면 그만큼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야하나보다. 아이들과 책을 읽기 위한 저자만의 노하우가 담긴 문장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쓰는 시간은 소중히 다루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좀 반성이 되었다.

책육아를 돕는 도구들

캐리어 책육아 P140

1. 독서대

2. 소파/ 의자/ 빈백

3. 흘려듣기 장비 _ 재미난 영어책 읽기를 위해 영어 영상 흘려듣기를 함께 한다. 물론 영어 노출을 많이 하기 위해 엄마가 의도한 시간. 스마트 텔레비전과 외장하드 활용.(디지털화하여 파일형태로 소장)

4. 집중듣기 장비_해드셋, 청력보호기능있는 것을 구입.

 

  

7. 캐리어★★★★

 

 

 

 

『캐리어 책육아』 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가 쓴 목록 제일 밑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도구일 것이다. 나도 코로나사태 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도서관에 입장하지 못한다는 핑계로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는 것을 그만 두었다. 지금은 원하는 책을 대출하는 것은 가능하니, 다시 아이들 책을 찾아보고 조금씩 빌려오는 것 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러다가 나도 언젠가는 도서관 책을 빌리기 위해 캐리어를 끌게 되지 않을까.

 

148 우에니시 아키라의 『습관 심리술』 , 누다심의 『엄마의 첫 심리공부』를 읽으면서는

165 내가 나를 먼저 괜찮게 바라봐주자고 마음먹었다. 아이낳고 살찌고 늙어버린 아줌마가 아니라 저출산의 시대에 아이를 셋이나 낳아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거기다 내 아이도, 남의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는 꽤 괜찮은 직업을 가지지 않았느냐고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167 나는 더 이상 내 현실을 독박육아라는 실험상자안에 가두지 않기로 했다. 독박이라고 말하면 왠지 억울하고 불공평한 것 같다. 하지만 독점이라고 하면 이익을 혼자서 독차지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사랑하는 삼남매의 사랑을 독점하기로 했다. 독점육아로 말을 바꾸고 나자 생활이 조금씩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말이 바뀌니 의식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생기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들도 열심히 찾게 되었다.

173 '부의 추월차선'에서 저자는 열정을 가지고 사랑할 수 있는 나만의 돈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 그럴 때 진짜 부, 3F와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자유에 관한 내용이 나를 가장 설레게 했다. 이 책을 읽은 후

184 보물지도 무비는 모치즈키 도시타카의 '보물지도 무비'라는 책을 읽고 만들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꿈과 글과 사진, 음악을 이용해 뮤직비디오 형태로 만들어서 보고 듣는 것이다. 가족사진을 시작으로 타고 싶은 자동차나 가고 싶은 여행지 등 이루고 싶은 꿈이 들어간 장면에 이해리의 <나는 문제없어>라는 노래를 넣어 만든 약 4분짜리 음악 영상이다.

245 낭독은 까막눈이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글을 깨치게 해 주었다. 엄마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시간을 독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도 도서관에 다니며 미국 공공도서관의 오버 드라이브 서비스로 영어책을 볼 수 있었고 아이들은 한글 책을 읽어 가듯 영어책도 술술 읽기 시작했다. 이제 챕터북도 곧잘 읽어내니 영어울렁증 있는 엄마로서 감격스러울 뿐이다. 우리 아이의 미래가 더 궁금해졌다.


책과 함께 하는 삶을 통해 저자가 느끼는 생각들을 담은 문장을 담아왔다.

그 중 '독박육아'말 대신 '독점육아'로의 전환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이젠 '독점육아'로 명명해야겠다. 책을 통해 아이들만이 아니라, 엄마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삶. 그것을 위해 오늘도 난 읽고 쓴다.

좋은 책을 만나 참 감사하다.

저자의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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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 글쓰기에서 출판까지 실전 로드맵
백미정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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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작가가 되는 일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선뜻 "저 작가가 꿈이예요." 말하기가 어렵다. 또한, 나만의 글쓰기가 아닌 보여주는 글은 더욱 다듬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특히 타인에게 감응하는 글쓰기는 더 더욱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아서 '작가'라고 하면 존경심부터 든다. 그런 나에게 온 책,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을 보며,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을까 생각해봤다. 나는 내 감정과 생각들을 잘 정돈하고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존재감 없이 살아왔던 지난 날들 속에 풀지 못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풀어내기 위해 글로 나를 표현하고 내 이야기를 담아낸다.

지금은 많이 부족해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작가가 된다면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먼저 왜 작가가 되고 싶을까 생각해봤다. 무엇보다 어딜 가든 튀지 안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 존재감이 약한 나같은 사람도 세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작가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듯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같은 사람들을 공감해주고 위로하며 연대하고 싶다.

요즘은 책을 낼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해져서 예전보다 작가로서 진입장벽이 조금 낮아진 듯 하다. 한동안 글쓰기, 책쓰기, 출판하기 등에 관심이 생겨 그런 책들을 보았는데 어느 책을 보면 나처럼 꾸준히 쓴다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쓰는 삶을 살아야 되는 이유를 명쾌하게 풀어낸다. 어떤 책은 원고 투고의 방법과 거절, 전업 작가로서의 현실에 대해 적나라하게 밝힌다. 어느 책을 읽든 읽고 쓰는 삶에 대한 의지는 변치 않지만 책을 내는 것에는 자신감이 생겨 책의 컨셉을 잡아보고 글감을 수집해 보고, 책을 읽다가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은 기록해놓다가도 '아무나 책 쓰는 게 아니지. 나는 아무런 스펙도 이력도 없는 정말 평범한 30대후반 아줌마인데, 내가 무슨...'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들 셋, 엄마작가 백미정님이 쓰신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감춰 뒀던 나의 꿈틀거리는 욕망을 살살 건드렸다. 제목에서도 보듯이 어느 스펙을 갖고 있는 이가 아닌 '엄마'라는 신분의 사람이 작가가 되면 좋겠다고 한다. 그럼 이분의 이력은 어떨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애국자'라 칭하고, 누군가는 '거꾸로 목메달'이라 칭하는, 아들 셋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엄마작가. '생계유지'와 '현실도피'라는 아이러니한 이유2가지로 16년 동안 주야장천 일을 했다. 존재가 바스락, 소리를 낼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다보니 작가가 되었다. 잠시 희열에 빠졌으나,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글쓰기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다시금 당신을 떠올리며 글을 썼다.」라고 하는 작가 소개.

 

책을 받아보자 마자 펼쳐 보인 속 지면에 '희노애락의 모든 삶, 글 쓰는 삶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분,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타겟으로 글을 쓰셨구나하는 짐작으로 뭔가 내 꿈을 들킨 듯도 하여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글쓰기에서 출판까지 실전 로드맵'이라는 부제를 보고 글쓰기에 대한 정보를 주는 책이라는 확인을 하고 목차를 둘러보았다. 크게 '왜 쓸까, 무엇을 쓸까, 어떻게 쓸까, 독서, 글을 쓰면서 글을 쓰고 난 후 궁금한 것들, 출판사들의 거절에 대한 자세, 작가가 된다는 것'등 총 7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책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에세이책을 읽는 느낌도 나고 솔직하고 거침없는 저자의 필력에 가끔 피식 웃기도 하며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자는 3년간 무려 15건의 출판계약을 따냈다고 하는데 정말 치열하게 쓰고 열정적으로 출판사문을 두드리셨겠단 생각이 든다. 정말 간절해야되는 구나. 실행에 옮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닐텐데, 어떤 마음으로 쓰셨을까 궁금해졌다.

나에게 쓸모 있었던 것들을 쓸모없는 글쓰기로 감금시키고 난 후, 나는 '거짓된 행복'에서 탈출해 '고통스런 해방'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미치도록 궁금할 때, 내가 잘 쓰고 있는 것이 맞는지 미치도록 궁금할 때, 쓸모없는 글쓰기를 계속 해 보자. 삶의 의미도 계속 물어보자. 답이 없어도 괜찮다. 괴로워도 괜찮다. 최고의 선이지 않는가!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P150

 

글쓰기와 집안일은 정리정돈의 힘이 강한 행위였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내 현실과 미래가 불안할 때마다 찾아오는, 평생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를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글쓰기를 하며 집안일을 하며 꾸역꾸역 모아갔다. 굳이 삶의 의미를 알아야 되나 싶다가도 걸레질이 삶의 의미 같을 때도 있고, 글을 쓰며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때에는 이 쾌감을 다른 엄마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삶의 의미가 되었음 좋겠다 싶기도 했다. (P15)

얼마 전 이사를 한 후,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느라 한동안 좀 집중하지 못한(?) 멍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책읽기에 집중하려고 했을 때라 위의 문장들이 와 닿았다. 집안일과 글쓰기. '정리정돈의 힘이 강한 행위'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수선한 집안을 정돈하느라 머릿속과 복잡한 감정들을 글로 정리하지 못하니 뭔가 불안하고 정신이 없었나보다.


솔직해지자. 내가 먼저 살아야 남도 살릴 수 있는 거다. 내가 무어 그리 대단하다고 오지랖을 펼치는가. 작가인 나부터 챙기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 글쓰기로 단단해진 나의 팔뚝이 독자들의 허우적대는 손을 잡아줄 수 있을 테니. (P31)

나는 애초부터 타인을 위한 글쓰기보다 '나를 위한 글쓰기, 나를 단련하는 글쓰기'로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내 수준을 넘어선 글들도 쓸 수 있지 않을까.


'문학은 용기다'라는 말은 한참 뒤에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정제된 마음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한데 중요한 건 글에 대한 나의 태도였다. 내가 글에게마저 잘 보이려 했다면 이 세상의 많은 엄마들, 이 세상의 많은 아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포기한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잘 살아낼 용기가 진짜 글감임을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잘 살기 위한 용기, 잘 쓰기 위한 용기 잊지 말고 잃지 말자. (P42)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주변 지인 엄마들에게 독서와 글쓰기 전도사마냥 굴었던 적이 있다. 내가 해보니 너무 좋아서 해보라고 권했지만 다들 쉽지 않게 생각하는지 선뜻 해볼까 생각해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몇 일간 책과 글을 누리지 못하고 살면서 드는 '나 잘 살고 있나? 왜 내 삶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지가 않지? 몸은 덜 바쁘고 덜 힘든데 왜 더 피곤하지? 왜 이유없이 불안한 마음이 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일기'를 좀 다시 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하루지만,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뭔가 허무한 느낌이다.


우리 엄마들은 삶의 고단함이 최적의 글감인 존재가 아니던가. 그대가 내 글에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되었다면 그대는 이미 작가의 피가 흐르고 있는, 외롭고 그리고 위대한 사람일 것이다. (P76)

시간을 정해 놓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올린다.

누군가에게 나를 보이고 싶은 욕망과 인정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쓰게 된다. (P92)

나도 그런 욕구가 있나보다. 사생활이 노출되기는 꺼려하면서 가끔은 나를, 내 생각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있나보다.


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는 포인트는 넘치는 지식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진심임을 잊지 말고. (P117)

직장일 하듯 글쓰기 습관을 들이고, 집안일 하듯 작가의 마음을 지켜가자. (P122)

생활의 한 일부분인 듯 글쓰기를 하라는 작가의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다. 뭔가 거창하게 꾸밈이 있는 화려한 글들은 아니고 소박한 글들이었지만 솔직하고 유쾌하게 다가온 책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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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전쟁 - 외식업 고수가 알려주는 골목에서 살아남는 법
조현기 지음 / 스마트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엔 '창업'이라 하면 여유 자금도 있고, 자기만의 아이템도 있고 경험도 있어야 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해서 그다지 관심을 갖질 않았다. 그런데 최근 1년 사이 지인이 독특한 형태의 과일 가게를 오픈하기도 하고, 한 지인은 기존 사업체를 인수받아 운영하기도 해서 그들은 어떻게 그 어려운 걸 도전하고 운영해 가고 있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알아야 질문이라도 한다고 창업이나 사업에 대한 아무런 정보나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그들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나눌 수도 없었고 가끔 손님으로서 이용해 주는 정도 밖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온 책, 「골목식당 전쟁」 은 '창업'무식자인 나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쓴 친절한 책이었다.

목차를 보면, 크게 5가지 파트로 나뉜다.

Part1에서는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Part2에서는 초보 창업자가 준비해야할 것들, 특히, 창업을 준비하며 돈 아끼는 팁까지 제시한다.

Part3와 Part4는 외식업 창업을 위한 핵심 요소들을

Part5에서는 마지막으로 창업 첫 단추를 잘 끼워 제대로 잘 알고 끈질기게 노력할 것을 이야기한다.

 

오늘도, 내가 인상깊게 보았던 부분 위주로 정리해봤다.

페이지 104

내가 정작 궁금했던 것은 본사의 업력과 대표의 이력, 이 브랜드의 스토리, 현재 가맹점 수 및 평균 매출액, 상권 및 점포 기준, 슈퍼바이저의 업무계획 및 역할 초보 창업 시 별도 지원사항 등의 실질적인 내용이었다. 이 브랜드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기에, 정말 지속 가능한 본사인지, 브랜드 관리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는데 말이댜.

그런데 대부분의 부스에서는 자기네 브랜드에서 현재 최고 매출을 올리는 매장, 그 매장의 투자 대비 수익, 현재 최고 히트 브랜드라는 것만 강조한다. 또 외식업 창업을 처음 하면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서 겁을 주고, 자신의 브랜드는 그런 것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람회 기간에 계약하면 엄청난 혜택이 있으며, 계약금만 걸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중간중간에 강조한다.

페이지 110.

"안 돼요, 20만원 이라니, 너무 많아요."

이런 경우에는 한 번 더 말해보고 반응을 보아야 한다. 한 번 더 부탁했더니 심적 변화가 느껴지면 계약을 하루이틀 늦추어보는 것도 좋다. 만약 한 번 더 이야기했는데 반응이 더 좋지 않으면 10%정도로 하면 된다.

"사장님, 그럼 정말 힘들게 창업하는 것이니 저를 도와주신다고 생각하고 10%만 부탁드립니다."

이런 경우 웬만한 건물주라면 해준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절대 요점만 짧게 얘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개인 사정, 경제적 상황, 기타 여러 이유를 함께 얘기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까지 했는데도 깎아주지 않는다면 계약을 다시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냉정한 건물주라면 계약기간 동안 다른 일들도 융통성 없게 처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보증금 역시 건물주와 건물의 상황에 따라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니,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서 협상하고, 끝까지 절대 포기하지 마라.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저자의 진심이 느껴진다. 온갖 무분별한 정보에 노출된 채 관련 업자들에게 휘둘릴 초보 창업자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왠지 창업 준비할 때 이 분께 컨설팅을 받으면 최소한의 실수도 하지 않고 순탄하게 창업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이지 115

권리금을 협상하려면 반드시 내가 계약하려는 점포가 어떤 상황인지 환경을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협상이든 상대와 상황, 조건을 파악하지도 않고 임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권리금 조율도 별반 다르지 않다.

무권리거나 적은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면 혹여나 장사가 잘되지 않아도 충격이 덜하다. 그러니 권리금으로 5,000만 원 이상의 큰 금액을 지불하고 들어갔다가, 나중에 속은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다른 일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권리금 협상은 절대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권리금은 시설 권리금, 영업 권리금, 바닥 권리금이 있다. 눈으로 봐야할 시설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부분이 가구의 유격, 스크래치 등 훼손 정도, 냉난방기의 관리 상태, 주방기기의 연식으로 인한 고장, 기기 소모품 교체 등이다.

(중략)

시간이 걸리더라도 권리금을 계약하기 전에 여러 번 방문해서 꼼꼼하게 체크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수리를 요구하거나 금액을 조정하고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업 권리금은 기존 매장을 그대로 인수할 경우 통상적으로 운영기한이 3년 이내일 때 순수익의 약2년치 정도이다. 운영기한이 3년 이상일 경우에는 순수익의 1년치, 또는 상호협의를 통해 정한다.

기존에 장사하던 것을 이어받지 안하고 새로운 메뉴로 바꾸는 경우에는 영업 권리금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닥 권리금은 대부분 기존 세입자의 매출 및 상황에 따라 가장 금액적 변수가 크다. 기존 세입자가 오랫동안 장사가 잘 안 되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경우에는 시세보다 싸게 들어갈 수 있고, 영업이 잘 되어 매출이 높을 경우에는 시세보다 더 주고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중략)

권리금 협상 전에 사전 정보를 모아야 한다. 인근 부동산에 가서 주변시세도 물어보고, 내가 들어가려는 상가 자리의 주인의 상황 및 성향도 체크하는 것이 좋다. (중략) 권리금을 협상할 때는 권리금 상한선을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기존 세입자나 부동산 관계자가 그 이상을 원한다면, 그 매장은 나와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더 낫다. 근거 없는 확신에 사로잡혀 무엇인가에 홀린 듯 허겁지겁 점포를 계약하고 나면, 십중팔구 차후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생기고 문제가 발생한다.


'권리금'에 대한 개념을 잘 알지 못했던 나도 위의 책 내용을 보며 꼼꼼하게 보게 됐다. 언젠가는 다시 찾아 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좀 정리를 길게 해봤다.

 

페이지 120

인테리어 비용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공사 도중에 자꾸 변경하거나 추가하면 함께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인테리어 시작 전에 충분히 자료를 조사하여 미팅을 하고 수정하여, 공사 시작 후에는 변경사항이 없도록 해야 인건비가 추가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공사기간도 최대한 길어지지 않게 해야 공사비뿐만 아니라 기타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페이지 122-3

시설체크 안 하면 큰돈 든다

전기 · 가스 · 수도 · 정화조 등을 증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기는 내가 설치하는 전기제품들의 표준 전기소비량을 측정하여 정리해서 전기업자에게 문의하면 상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특히 여름에 전기용량 초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전기업자를 통해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가스는 대부분은 도시가스지만 간혹 LPG인 경우 내가 사용할 화구의 개수와 가스 화력, 필요에 따른 도시가스 교체 가능 여부를 미리 체크해야 손해를 막을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도는 당연히 문제가 없겠지 생각하고 체크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다. 반드시 사전에 곳곳의 수도꼭지를 틀어서 수압을 체크하고, 주변 상인들을 통해 수도 문제가 없는지 체크해야 한다. 음식 장사에서 물이 문제가 생기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므로, 가장 중요하다.

정화조는 대부분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데, 내가 하려는 업태의 필요한 용량만큼 되어 있는지, 여유가 있는지 체크하면 된다.

인테리어 공사 전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들

- 체크 안 하면 낭패 보는 14가지 포인트

초보 창업자는 꼭 숙지하여 별도 비용과 시간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 페이지 124)

1. 건물 용도부터 챙겨야 한다.

: 창업 아이템과 계약한 점포 용도가 맞는지 등기부등본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음식점은 건물의 용도가 근린생활시설군일 때 가능하다. 근린생활시설은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인데, 규모와 시설의 종류에 따라 제1종 근린생활시설과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나누어진다.

2. 오래된 건물은 전기용량을 꼭 체크하자.

: 오래된 건물의 경우 전기용량이 부족한 경우도 종종 있다. 사전에 인테리어 업자를 통해 전기용량을 꼭 체크하고, 다음의 표와 같이 예상 전기사용량을 정리하여 한여름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외식업은 가스사용량도 중요하다.

: 오래된 건물은 아직도 일반 가스통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배관 문제와 화력을 꼭 체크해야 한다. 볶음류와 국물류의 메뉴가 많은 음식점, 요리 속도가 중요한 음식점에서는 화력이 매우 중요하다.

4. 수도관 체크 안 하면 큰일난다.

: 오래된 건물을 임차할 경우 수도관이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지, 겨울철 수도관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기존 세입자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5. 아이템에 따라 정화조용량이 다르다.

: 정화조용량을 계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수도사업소에 전화해서 건물 주소를 불러주고, 계획하고 있는 창업 아이템으로 입점이 가능한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그 건물에서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음식점들을 말해주어야 더 정확한 답변을 들 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6. 조명의 위치는 시간대별, 좌석 재배치까지 고려해야

7. 콘센트의 위치도 잘 잡아야 돈 덜 든다.

8. 상가에 불법 건축이 없는지 반드시 체크한다.

9. 계약 전 누수 체크 잘못하면 낭패 본다.

10. 환기, 배기관이 잘못되면 골치 아프다.

11. 창고 공간이 있는지 체크한다.

12. 직원 휴게공간도 고려해야 한다.

13. 비상구를 체크하고 계약하자.

14. 소방 관련 사항은 대행업체가 효율적이다.


페이지 153

예비 초보 창업자들은 하나같이 열정으로 가득 차 있따.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맹목적인 열정의 함정에 깊이 빠져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분명 외식업을 하려면 뜨거운 열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열정을 갖기 이전에, 나만의 뚜렷한 목표와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그런 목표가 있어야만 숱한 풍파에도 견뎌낼 수 있고,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다.

페이지 155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근무했고 브랜드 기획도 했던 경험으로 자신만만하게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그동안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만심과 자존심 때문에 실행이 더 늦어질 뿐이었다. 직접 부딪혀야 하는 일들, 예상하지 못한 일들도 수시로 일어났다.

페이지 157

 

스스로 자기만의 기준을 고민해보자. 그 기준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고,

오늘부터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성공을 원하는가?

물질적인 재산만 쳐다보고 달리지 말고 정신적인 재산,

다시는 오지 않는 그 순간순간의 재산을 한번 떠올려 보자.

「골목식당 전쟁」 P158


저자는 프랜차이즈 인큐베이팅 회사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으며, 점포 양도,양수회사에서 근무했고, 인큐베이팅을 하며 카페,주점,음식점 등 다양한 업종의 외식업을 경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골목식당 초보 창업자들의 계속 되는 실패를 안타까워하며 그들의 고민을 더 깊이 공감하고 실패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5년간 음식점 운영에 뛰어들었다. 그런 그의 경험 속에 녹아있는 생각들이 중반부에 잘 녹아져 있었다. 특히, 자신이 목표한 바 중 하나인 '가족들과 시간보내기'를 위해 점심시간 운영을 접고 남다른 근성과 콘셉으로 하루 5시간 운영을 하게 된 과정이 인상 깊었다. 위에서 기록한 '성공'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나의 삶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페이지 161

많은 초보 창업자들이 안정적인 창업을 하기 위해 어떤 것을 먼저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해하기보다는 핵심만 콕 짚어달라고 말한다. 그것보다 충분한 준비 시간을 가지며 그 핵심을 느끼는 순간까지 이겨내는 게 중요하고, 결과보다 그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한데, 핵심과 결과만을 원하는 것이다.

(중략)

외식업은 절대 포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진정 외식업으로 성공 하고 싶으면 더 늦기 전에 포장보다는 현장에 집중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창업자금보다는 창업 전의 경험 자산, 올바른 가치관과 같은 무형의 자산이 초보 창업자의 창업 성공률과 투자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평소 생각하고 있던 창업에 대한 계획,

내가 꿈꾸는 매장을 그려보고 작성해나가면 그 시나리오가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한

마인드맵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 첫 시나리오가 초보 창업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출발선이 된다.

「골목식당 전쟁」 P164

많은 초보 창업자들이 창업에 실패하는 이유는 터무니없이 높은 목표와 근거 없는 자신감, 결과를 중시하는 태도에 있는 것 같다. 저자는 창업 성공을 위해선 경험 자산과 올바른 가치관이 중요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있는 노력의 과정들을 중요시 한다. 이것은 창업뿐만이 아니라 삶의 여러 부분에서도 꼭 필요한 가치인 듯 하다.

페이지 170

필자는 상권은 마케팅 능력, 입지는 서비스 능력에 비유하고 싶다. 고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얼마든지 전략과 실행 능력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유동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골목식당 전쟁」 에서는 위의 사진과 같이 상권 분석한 실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상권의 소비층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상권 내 업종 분포를 확인하고 오픈하려는 점포 및 입지를 분석, 아이템을 선정하고 사업타당성을 분석하는 방법을 예시를 통해 보여주는데 창업 초보자에게는 정말 깨알같은 꿀팁이다.

브랜드의 본질도 모르고 업력도 없는 상태로 무분별하고 가맹사업을 하는

사기성 본사도 문제이고, 문제가 발생하면 이슈몰이를 위해 편향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창업 비전문 언론사도 문제지만, 아무런 기준도 없이 돈만 준비해서 남들이 하는대로

뒤따라 창업하는 초보 창업자가 가장 큰 문제이다.

「골목식당 전쟁」 P187

「골목식당 전쟁」 의 저자는 위에서 처럼 '남들이 하는대로 뒤따라 창업하는 초보 창업자가 가장 큰 문제'라고 무턱대로 잘 알아보지도 않고, 준비도 철저히 하지 않은 채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러면서 "외식업 창업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프랜차이즈 본사나 상황을 탓하지 말고 즉시 자신을 버리고 창업 고수들처럼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며 쌓은 노하우와 통찰력을 갖춰 모두가 실패하는 곳에서도 성공 요소를 찾아내는 능력을 배우고, 그런 고수의 관점을 닮아야 한다"(페이지 187)라고 조언한다.

책을 꼼꼼히 다 읽고 드는 생각은 내가 '창업교과서'를 만났구나 싶었다. 어쩜 이렇게 창업자들이 궁금해할 부분, 더 나아가 잘 알지못한다는 이유로 궁금해하지도 못하고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다뤘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특히, 책 후반부의 '손익분석표'와 '안정적인 매장 오픈을 위한 항목별 가이드'는 마지막까지 책을 통해 하나라도 더 나눠주려는 저자의 따뜻한 베풂으로 보였다.

나와는 상관 없다고 생각했던 분야라 좀 생소했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여러 사례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고, 책을 보며 있지도 않은 창업 아이템을 생각해보게도 됐다.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초보 창업자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평범한 직장인인 우리도 언젠가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미리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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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 흔하지만 가장 특별한 동행에 관하여
한혜진.오승현.박용미 지음 / 책소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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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인생은 아이를 낳기 전과 아이를 낳고 난 후로 극명히 갈린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보니 속아도 제대로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는 기쁨,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이라는 겉포장 아래 이렇게 무시무시한 '헬 오브 헬'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결혼 새내기, 임신 새내기들에게 이런 걸 알려주지 말라는, 나만 모르는 사회적 약속이라도 있던 것일까? 아니면 나도 이렇게 속아서 살고 있는데 너도 한번 당해보라는 잔혹한 복수극일까?」

위의 문장은 꼭 나의 마음을 옮겨놓은 듯하다. 뭔가 아이를 낳고 속은 느낌, 엄마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이다. 문장으로 적확히 표현하기가 어려웠는데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표현을 만났다.

내가 거의 유일무이하게 애정하는 '엄마들의 온라인 성장카페'에서 카페지기이신 미세스찐님(한혜진님)과 일명 엄방(엄마의 꿈방)의 햇살님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는 현직 카피라이터 오승현님, 용마란 닉네임으로 활동하시는 전직 카피라이터 박용미님이 함께 쓰신 책이 바로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이다.

작년 10월에 이 책이 나오고 바로 예약구매를 통해 만나보았다. 책은 역시나 겉모습도 안의 내용도 너무 너무 근사했다. 딱 제목과 찰떡으로 어울리는 느낌.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자기 삶에서 점점 '내'가 사라져가게 된 여성들이 모여 '나'에 대한 공부를 '함께'한다. 나 자신이든 시간이든 경력이든 아니면 그저 물리적인 에너지든, 출산과 육아라는 과정 속에서 삶의 어떤 것을 상실한 느낌과 그것을 함부로 말하면 모성의 책무를 힐난받는 무언의 압박... 이 모든 힘든 순간들에 대해서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주는 경험은 지속되고 있다. 내가 온전히 존재해야 한 번 더 환히 웃으며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만들어진다는 걸, 이 공간의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이 감사하고 놀라운 비법을 조난자의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엄마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우리는 즐겁게 서로를 구할 수 있다고.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프롤로그 중에서

위의 이유로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가 나오게 됐다고 한다. '엄마의 꿈방'이라는 맘 커뮤니티에서 여러 엄마들이 뼛속까지 내려가 진솔하게 나눈 다양한 경험담과 사유들을 한데 모아 엄마들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쓴 책이다.(p89인용)

 

책이 정말 예쁘다. 저런 아치형 문을 인테리어로 한 카페들도 많은데 책표지로 쓴 것은 처음 본다. 책표지에서 한 번 감탄하고 목차에서 한 번 감탄했다.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의 특별한 목차

짤막 짤막한 문장이나 단어로 구성되어지는 목차에 익숙한 나는 긴 문장의 목차들을 보니 참 신선하고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육아하느라, 때론 육아와 살림에 일까지 하느라 바쁠 엄마들을 위한 배려라는 걸 알았을 땐 또 한번 입이 벌어졌다. 책읽을 시간조차 없는 엄마들도 목차들의 주옥같은 문장들만이라도 읽고 '함께 육아하는 공동체'로서 연대하는 느낌을 받고 힘내라고 하는 듯 친언니같이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사실 문장 하나 하나 공감되고 마음에 아로새기고 싶은 문장이 가득 담긴 책을 만나면 깨끗하게 책을 보기가 어렵다. 형광펜으로 밑줄도 그어야할 것 같고 필사도 해야할 것 같고.....그런데 서평은 쓰기가 힘들다. 왜냐면 옮기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책 내용을 많이 쓰면 작가님한테 누가 될까 염려스럽고 서평을 다시 읽기도 힘들다.

그런 책이 이번에 다시 읽은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이다.

아이를 낳은 후에야 비로소 '외로움'이란 단어를 가슴으로, 온몸으로 정학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끊어져버릴 것 같은 허리, 돌덩이 같은 목과 어깨, 현기증 나는 머리, 무거운 두 다리, 시큰시큰한 무릎과 팔목, 그 와중에 너무 굶어 꼬르륵거리는 배, 그래도 참아보려 했다. 몇 분만 노력하면 이부자리에 머리를 뉠 수 있다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으로.

그런데 아이는 계속 울었다. 점점 목소리가 커지고 이내 괴성을 질렀다. 시계를 확인할 때매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중략) 아이의 울음에 내 울음이 섞였다. 엄마가 울어도 아이가 그것이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갓난아기라는 사실이 나를 더 서럽게 했다. 다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냥 이 방에서 나가 이어폰을 꽂고 볼륨을 높여 음악이라도 듣고 돌아오면 아이가 자동으로 잠들었으면 싶었다. (중략) 쓰러질 것 같지만 시간은 내게 쓰러질 틈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내일 또 오늘을 복사한 하루가 돌아올 거라는 사실은 나를 더 두렵게 만들었다. P35


내 손따라 움직여주는 순한 아이를 봤을땐 한없이 사랑스럽고 천사같은데 엄마도 아이를 낳고 몸이 예전상태로 다 돌아오기전에 점점 무거워지는 아기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제때 먹지못하는 엄마가 낮에도 돌보고 밤에도 온전히 혼자 돌보려면 여간 힘든게 아니다. 내가 아는 동생은 쌍둥이 아이를 키우는데 그 아이들이 어렸을때 젤 힘든 부분이 " 늘 이런식으로 다람쥐쳇바퀴 돌듯 살 것 같아요. 이게 끝나지않을까 두려워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엄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전문가보다 엄마의 촉이 곤란에 처한 아이를 구하곤 한다.

 

다섯 살은 너무 어리다는 걸 선생님들이 감안해주시면 안 되는 건지, 적응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 아이의 타고난 적응력만 운운하는 반응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 날 밤,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 나는 더 이상 유치원에 미련이 생기지 않았다. 아이는 속삭이듯 목소리를 죽여 조심스레 말했다.

"엄마.... 나는 체육이 너무 싫어. 원래는 좋아했는데 이제는 싫어."

"응, 체육 선생님은 나한테 하기 싫은 걸 자꾸 하라고 해. 나는 체육 선생님이 무서워. 우리 반 선생님도 무서워, 나는 유치원에 가기 싫어."

"유치원에 가기 싫으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런데 아이가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조용히 하란 듯 말하는 것이었다.

"쉿...! 엄마, 이건 우리끼리의 이야기야. 절대로 말하면 안 돼. 말하면 큰일 나."

그런 말은 누가 쓰는 거냐 고 재차 묻자 아이는 어서 자자며 말을 돌렸다. 대체 무엇이 다섯 살 아이를 이렇게 조바심 나게 한단 말인가? 다음 날, 유치원을 그만뒀다.

(중략)

. P60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적응하는 문제는 아주 큰 문제다. 엄마라면 선생님들이 자기 아이 기질이나 성격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를 파악할 때까지 기다려주길 원할 것이다. 나는 위와 같은 경험은 없었고 늘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펴주시는 믿을 수 있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판타지와 스릴러를 넘나드는 엄마라는 드라마, 극장을 가지 않아도 내 삶은 늘 버라이어티하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의 연속, 시시각각 변하는 낯선 상황의 속출, 듣도 보도 못한 괴성과 암호 가득한 몸짓의 언어, 이것은 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예측 불가 스릴러다. 해맑은 주인공 아이가 펼치는 아찔한 모험 스토리는 엄마라는 관객에겐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스릴러 장르이다.

어쩌다 보니 엄마는 영화 감독이 되었다. 고루한 과거로 뛰어든 타임리프 판타지와 예측 불가의 육아 스릴러를 어떻게 결론지을지 매 순간 고민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극장에 가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은 '엄마'라는 드라마는 끝을 알 수 없다는 게 그 묘미! 물론 오늘도 눈물나는 생고생 스토리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일 것이다. 자, 오늘도 레디 액션! P64


끝은 알 수 없는 게 묘미, 눈물나는 생고생.... 아이와 함께 하는 스펙타클한 세계에 대해 너무 재치있게 한 표현들이 재미있어 그 문장들을 옮겨왔다.

바로 옆에 잠들어 있는데도 나는 네가 너무나 그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다 참아지고 견뎌지는 순간, 바로 아이가 자고 있는 걸 바라볼 때가 아닌가 싶다. 나는 아이가 잠들면 아이를 그리워하는 이상한 엄마다. 아이가 자고 있을 때 만큼 사랑이 넘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p97

아이가 자는 동안 엄마는 과거에서 현재로, 또 미래로 여행을 한다. 과거 여행은, 경이로움에서 시작한다. 정녕 내 배에서 나온 아이가 맞나?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신기하다. 기적 같다. 현재 여행은, 하루를 돌아보며더 시작한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잘 자라고 있구나. 이런 아이에게 왜 너 잘해주지 못하고 화만 낼까? 못난 엄마 만나 네가 고생이 많구나. 미래 여행은, 약속으로 시작 한다. 내일은 화내지 말아야지. 내일은 더 잘해줘야지. 내일은 더 안아줘야지....p99-100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을 많이 한 문장 중 하나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나는 네가 너무 그립다」이다. 참 이상한 말이다. 옆에 있는데도 그립다는 말. 사실 연애할때도 이런 느낌까진 아니였다. 온전히 애정을 듬뿍 쏟을 수 있는 상대가 자식이지않나 싶다. 마냥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사랑스런 보물들..... 그런데 그런 아이인데도 낮에 이런 저런 이유로 어린아이와 옥신각신 하다보면 사랑스런 눈빛으로 봐라봐 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경우엔 밤마다 잠든 얼굴보며 웅크린 다리를 펴주고 작은 등을 쓸어주면서 엄마가 부족해서, 마음이 넉넉치 못해서 더 다정하게 대해 주지 못했다며 미안하다고 읊조리게 된다.

「아이를 만나고 나는 더 근사해졌다」 이 책 정말 다시 봐도 참 좋다.

정말 좋은 구절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참 몇 문장 꼽기가 힘들었다. 위에 옮긴 것 말고도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그 중 아쉽게도 세 개만 더 꼽아봤다.

아이라면 누구나 지나는 흔한 과정일지라도, 엄마에게는 한 순간도 놓치기 싫은

경이로운 다큐멘터리가 된다.

 

시간은 마이너스 통장도,

대출도 안 되는 걸까?

빈곤 계층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무리 남들이 나를 '엄마'라 칭해도

낯설기만하던 그 단어가 너의 입을 통해 나의 진짜 이름이 되었다

 

엄마로서의 삶은 참 스펙타클하고 다이내믹하다. 늘 새로운 이벤트가 있고 엄마나이를 먹을 수록 내공이 쌓여 아이를 대하는 여유와 기술이 생긴다. 그런 능력자들의 공로를 요즘은 그나마 조금 알아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엄마들의 삶을, 목소리를 대변한 근사한 책, 엄마이든 아니든 사람살이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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