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 글쓰기에서 출판까지 실전 로드맵
백미정 지음 / 대경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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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작가가 되는 일은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선뜻 "저 작가가 꿈이예요." 말하기가 어렵다. 또한, 나만의 글쓰기가 아닌 보여주는 글은 더욱 다듬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특히 타인에게 감응하는 글쓰기는 더 더욱 어렵다는 것을 잘 알아서 '작가'라고 하면 존경심부터 든다. 그런 나에게 온 책,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책을 보며,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을까 생각해봤다. 나는 내 감정과 생각들을 잘 정돈하고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리고 존재감 없이 살아왔던 지난 날들 속에 풀지 못한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풀어내기 위해 글로 나를 표현하고 내 이야기를 담아낸다.

지금은 많이 부족해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지만 언젠가 작가가 된다면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먼저 왜 작가가 되고 싶을까 생각해봤다. 무엇보다 어딜 가든 튀지 안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 존재감이 약한 나같은 사람도 세상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작가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듯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같은 사람들을 공감해주고 위로하며 연대하고 싶다.

요즘은 책을 낼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해져서 예전보다 작가로서 진입장벽이 조금 낮아진 듯 하다. 한동안 글쓰기, 책쓰기, 출판하기 등에 관심이 생겨 그런 책들을 보았는데 어느 책을 보면 나처럼 꾸준히 쓴다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쓰는 삶을 살아야 되는 이유를 명쾌하게 풀어낸다. 어떤 책은 원고 투고의 방법과 거절, 전업 작가로서의 현실에 대해 적나라하게 밝힌다. 어느 책을 읽든 읽고 쓰는 삶에 대한 의지는 변치 않지만 책을 내는 것에는 자신감이 생겨 책의 컨셉을 잡아보고 글감을 수집해 보고, 책을 읽다가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은 기록해놓다가도 '아무나 책 쓰는 게 아니지. 나는 아무런 스펙도 이력도 없는 정말 평범한 30대후반 아줌마인데, 내가 무슨...'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들 셋, 엄마작가 백미정님이 쓰신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감춰 뒀던 나의 꿈틀거리는 욕망을 살살 건드렸다. 제목에서도 보듯이 어느 스펙을 갖고 있는 이가 아닌 '엄마'라는 신분의 사람이 작가가 되면 좋겠다고 한다. 그럼 이분의 이력은 어떨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는 '애국자'라 칭하고, 누군가는 '거꾸로 목메달'이라 칭하는, 아들 셋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엄마작가. '생계유지'와 '현실도피'라는 아이러니한 이유2가지로 16년 동안 주야장천 일을 했다. 존재가 바스락, 소리를 낼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다보니 작가가 되었다. 잠시 희열에 빠졌으나,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글쓰기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다시금 당신을 떠올리며 글을 썼다.」라고 하는 작가 소개.

 

책을 받아보자 마자 펼쳐 보인 속 지면에 '희노애락의 모든 삶, 글 쓰는 삶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이분,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을 타겟으로 글을 쓰셨구나하는 짐작으로 뭔가 내 꿈을 들킨 듯도 하여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글쓰기에서 출판까지 실전 로드맵'이라는 부제를 보고 글쓰기에 대한 정보를 주는 책이라는 확인을 하고 목차를 둘러보았다. 크게 '왜 쓸까, 무엇을 쓸까, 어떻게 쓸까, 독서, 글을 쓰면서 글을 쓰고 난 후 궁금한 것들, 출판사들의 거절에 대한 자세, 작가가 된다는 것'등 총 7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책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에세이책을 읽는 느낌도 나고 솔직하고 거침없는 저자의 필력에 가끔 피식 웃기도 하며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자는 3년간 무려 15건의 출판계약을 따냈다고 하는데 정말 치열하게 쓰고 열정적으로 출판사문을 두드리셨겠단 생각이 든다. 정말 간절해야되는 구나. 실행에 옮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닐텐데, 어떤 마음으로 쓰셨을까 궁금해졌다.

나에게 쓸모 있었던 것들을 쓸모없는 글쓰기로 감금시키고 난 후, 나는 '거짓된 행복'에서 탈출해 '고통스런 해방'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미치도록 궁금할 때, 내가 잘 쓰고 있는 것이 맞는지 미치도록 궁금할 때, 쓸모없는 글쓰기를 계속 해 보자. 삶의 의미도 계속 물어보자. 답이 없어도 괜찮다. 괴로워도 괜찮다. 최고의 선이지 않는가!

「엄마인 당신이 작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P150

 

글쓰기와 집안일은 정리정돈의 힘이 강한 행위였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내 현실과 미래가 불안할 때마다 찾아오는, 평생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를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글쓰기를 하며 집안일을 하며 꾸역꾸역 모아갔다. 굳이 삶의 의미를 알아야 되나 싶다가도 걸레질이 삶의 의미 같을 때도 있고, 글을 쓰며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때에는 이 쾌감을 다른 엄마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삶의 의미가 되었음 좋겠다 싶기도 했다. (P15)

얼마 전 이사를 한 후,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느라 한동안 좀 집중하지 못한(?) 멍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책읽기에 집중하려고 했을 때라 위의 문장들이 와 닿았다. 집안일과 글쓰기. '정리정돈의 힘이 강한 행위'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수선한 집안을 정돈하느라 머릿속과 복잡한 감정들을 글로 정리하지 못하니 뭔가 불안하고 정신이 없었나보다.


솔직해지자. 내가 먼저 살아야 남도 살릴 수 있는 거다. 내가 무어 그리 대단하다고 오지랖을 펼치는가. 작가인 나부터 챙기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 글쓰기로 단단해진 나의 팔뚝이 독자들의 허우적대는 손을 잡아줄 수 있을 테니. (P31)

나는 애초부터 타인을 위한 글쓰기보다 '나를 위한 글쓰기, 나를 단련하는 글쓰기'로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내 수준을 넘어선 글들도 쓸 수 있지 않을까.


'문학은 용기다'라는 말은 한참 뒤에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정제된 마음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한데 중요한 건 글에 대한 나의 태도였다. 내가 글에게마저 잘 보이려 했다면 이 세상의 많은 엄마들, 이 세상의 많은 아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포기한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잘 살아낼 용기가 진짜 글감임을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잘 살기 위한 용기, 잘 쓰기 위한 용기 잊지 말고 잃지 말자. (P42)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주변 지인 엄마들에게 독서와 글쓰기 전도사마냥 굴었던 적이 있다. 내가 해보니 너무 좋아서 해보라고 권했지만 다들 쉽지 않게 생각하는지 선뜻 해볼까 생각해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몇 일간 책과 글을 누리지 못하고 살면서 드는 '나 잘 살고 있나? 왜 내 삶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지가 않지? 몸은 덜 바쁘고 덜 힘든데 왜 더 피곤하지? 왜 이유없이 불안한 마음이 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일기'를 좀 다시 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하루지만, 엄마로서, 아내로서, 직장인으로서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뭔가 허무한 느낌이다.


우리 엄마들은 삶의 고단함이 최적의 글감인 존재가 아니던가. 그대가 내 글에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되었다면 그대는 이미 작가의 피가 흐르고 있는, 외롭고 그리고 위대한 사람일 것이다. (P76)

시간을 정해 놓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짧은 글을 올린다.

누군가에게 나를 보이고 싶은 욕망과 인정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쓰게 된다. (P92)

나도 그런 욕구가 있나보다. 사생활이 노출되기는 꺼려하면서 가끔은 나를, 내 생각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있나보다.


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는 포인트는 넘치는 지식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진심임을 잊지 말고. (P117)

직장일 하듯 글쓰기 습관을 들이고, 집안일 하듯 작가의 마음을 지켜가자. (P122)

생활의 한 일부분인 듯 글쓰기를 하라는 작가의 문장이 가슴에 와닿았다. 뭔가 거창하게 꾸밈이 있는 화려한 글들은 아니고 소박한 글들이었지만 솔직하고 유쾌하게 다가온 책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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