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책육아 - 13년차 교사맘의 우리 아이 생애 첫 도서관 육아
최애리 지음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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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책보다는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즐겁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줄 몰랐다. 그런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건 지독히 외로워서였다. 사람이 그리운데 어린 아이 육아중에 딱히 만날 친구도 없고, 그럴 기운도 없고, 뭘 해도 즐겁지가 않았을 때 유모차를 끌고 도서관을 찾았다. 첫째 아이 키울 땐 그렇게 힘든지 몰랐는데(돌이켜보면 그냥 당연한 줄 알았던 것 같다. 육체적으론 힘들었지만 그리고 아이가 주는 신기함과 새로움에 취해 심적으로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둘째 아이가 태어날 즈음 여러 문제들이 겹치고 홀로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그럴 때 날 위로해 준 곳, 내게 쉼이 되어 준 곳은 다름 아닌 도서관이였다. 신기하게도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치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 내가 무엇때문에 힘들었는지 내 속마음을 읽고 드러내 주는 말 들을 책 속에서 만났다.

얼마 전 내게 온 책, 『캐리어 책육아』의 저자는 나와는 조금 처지가 다르지만 그래도 책과 도서관이란 매개체를 통해 삶의 긍정적 변화를 경험한 분이라 참 반가웠다. 저자 최애리 작가님은 직장 생활을 하다가 서른이란 나이에 중등교사가 되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엔 대학원까지 다니며 초년 교사 생활을 보내고, 늦은 결혼을 하여 어쩌다보니 연년생 아이를 낳고, 그 뒤로 막내를 낳아 아이 셋 다둥이 맘이 되었단다.

전쟁 같은 연년생 육아에서 이제 막 숨을 돌리려 할 즈음 계획에 없던 셋째가 찾아왔다.

그 당시 집안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살던 곳보다 좁은 집으로 이사를 해야 했는데 그 상황도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아이 셋 독박육아에 의욕만 앞선 내 마음은 그렇게 우울의 미로에서 계속 맴돌고 있었다.

『캐리어 책육아』

요즘 책 읽는 엄마들이 참 많다. 거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자신에 대해 파악한 후 꿈을 찾아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엄마들도 있고, 전업맘으로 지내더라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배우기를 즐기고, 보다 안정된 엄마로 아이를 참 잘 키우는 엄마들이 많다. 그럼 나는 어떤 엄마일까? 사실 내가 잘 살아보고 싶어서 책 속에 파묻힌 건 작년 2019년이였던 것 같다. 당시 남편도 해외 장기출장을 가서 홀로 아이를 돌봐야했고 직장도 다니고 살림도 해야했다. 누가 보면 그런 와중에 어떤 짬이 나서 책을 봤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틈틈히 시간이 꽤 있어서 남편이 있는 지금보다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유시간이 상당했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 책을 보던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출근 전 책을 보든지, 읽은 책을 정리했다.

『캐리어 책육아』를 만났을 즈음, 나에겐 변화가 있었다. 2년 반의 좁은 집 생활을 접고 아이들이 여기 저기 부딪히지 않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고, 남편이 긴 출장을 마치고 복귀를 했다.

사실 이것 저것 남편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아이를 키우며 지낼 때는 의지할 분은 오로지 내가 믿는 하나님뿐이라, 삶이 바쁜 것 같지만 사람한테 의지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내가 만든 체계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어서 편안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내가 교육적으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아서 아이를 키우는 부담도 적었다. 이제 곧 큰 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생이 된다. '엄마가 책을 자주 접하면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따라서 책을 보게 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어서 안일하게 '아이들의 책읽기 습관' 잡아주기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물론 우리 아이들도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저희도 책을 읽겠다고 책을 집어와 펼치고 읽어달라고 한 날도 있었고, 자기 전 책을 3~4권씩 읽고 잔 나날들도 있었다.

『캐리어 육아』를 보면서 반성된 것이, 나는 책읽기를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했단 사실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책을 가지고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학교 일과 삼남매 육아를 널뛰듯 하는 일상에서 실상 책을 볼 마음의 여유도 내겐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여섯 살 때 유치원에서 받아온 '100권 책 읽기 스탬프판'이 계기가 되었다. 아이에게 화냈던 미안함을 풀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는 아이의 유치원 과제인 책 읽기 도장을 아이와 하나씩 찍어가기 시작했다.

매일 책 한권이라도 읽어 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어느새 금방 100권을 채우게 되었고, 그게 뭐라고 괜히 뿌듯해졌다. 아이도 엄마와 함께 하는 그 시간을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작은 성공을 경험하고 나자 아이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자고 마음먹게 되었다.

『캐리어 책육아』 프롤로그 중

『캐리어 책육아』를 읽고 나서, 나도 저자처럼 해봐야지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럴 엄두도 나지 않고.... 작가님이 책 속에 담아놓은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노하우'를 정리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시도해보고자 한다. 물론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해지고, 책을 이해하는 능력도 생기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까지 길러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처음부터 욕심부리지 말고 하루에 한 두권씩 엄마와 책 읽는 시간을 통해 즐거움과 흥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103 빨리 읽기 독립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서적 사랑과 공감적 듣기 능력까지 쌓을 수 있다면 읽기 독립쯤이야 조금 느려도 크게 상관없다.

 

 

엄마표 한글, 친숙해지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

 

105 <라온>이라는 보드게임은 자음과 모음 타일을 이용해서 단어를 만드는 게임이다. 자음과 모음의 결합원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하여 낱문자 교육(음절식 교육)에 도움을 주는 놀이식 방법이다.

106 한글 노래_ 뽀로로와 동물 등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해 가나다송, 자음송, 모음송 등 한글 교육을 주제로 엄청나게 많은 노래 콘텐츠가 있다. 나는 유튜브 영상 추출 프로그램을 이용해 깔끔하게 따로 노래 영상을 모아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들려주고 자주 접하게 해서 익힐 수 있도록 도왔다.

109 신문의 경우 글자 크기와 색깔, 디자인이 매우 다양하다. 아이들과 거인 글자, 색깔 글자 놀이를 하면서 함께 읽어보면 정말 재밌다.

111 먼저 유튜브 검색 조건을 '영어'로 한정했다. 또 하나는 평일에는 절대 볼 수 없도록 했다. 즉 '영어로' 검색하고 '주말에만' 볼 수 있다는 조건으로 스마트폰을 일부 허용했다. (중략) 물론 허용되는 시간에도 아직까지는 엄마의 의도가 포함된 '유튜브키즈'나 '칸아카데미키즈'만 볼 수 있다.


 

우리 큰 아이는 한글을 배우고 있는데 내가 낱문자로 배웠던 것과는 달리, 통문자로 배우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 내가 배운 방식대로 "'ㅎ'과 'ㅏ'를 합쳐서 '하'가 되는데, 발음은 '흐+ㅏ'를 계속 발음하다 빨리 발음하면 '하'가 되는 거야."라고 가르쳐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금도 배운 글자는 잘 읽는데, 배우지 않은 받침이 섞인 글자는 읽지 못한다. 위의 한글 익숙하게 하는 팁을 아이에게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어울리는 몰입 독서 비결

 

몰입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있을 것

피드백이 있을 것

과제와 능력이 균형을 이룰 것

평소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책 읽기를 적은 양이라도 빼먹지 않고 매일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주말이나 방학처럼 시간이 많이 생기면 나는 삼남매와 책 읽는 날로 아예 '몰입 데이'를 정했다. 물론 아이들은 그런 날이 있는지 모른다. 엄마만 알고 의도해서 여는 '몰입 독서 프로젝트'다.

우선 몰입을 통해 재미를 느끼려면 목표가 있어야 한다. (중략) 내가 얼마만큼 책을 읽었는지 스티커나 스탬프 등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책을 읽을수록 채워지는 칭찬판을 보면서 아이들이 성취감을 꽤 많이 느끼는 걸 알았다. 나는 칭찬판이 다 메꿔지면 앞에 소개한 쿠폰(놀이터이용 1회, 마사지 1회, 엄마랑 자기 1회 등)을 챙겨주거나 아예 트로피나 메달을 줬다. (P117)

 

 

121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독서 통장으로 아이들과 읽었던 책에 관한 기억을 소환하고 동기 부여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131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 어떻게 사용해야 여유롭고 우아한 엄마가 될까? 나의 생활시간 사용을 분석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책 읽는 시간을 만들어내야 했다. 그때부터 플래너, 장보기 앱, 마트 안 가기, 가사도우미 서비스, 안 되면 가전제품 적극 활용 등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영역별로 세세한 전략을 짰다. (중략) 결국 책을 읽기 위해 시간을 확보 한다는 건 가사노동을 줄이고 엄마의 에너지를 아껴야 하는 일이었다.


 

무언가 얻고자 하면 그만큼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야하나보다. 아이들과 책을 읽기 위한 저자만의 노하우가 담긴 문장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쓰는 시간은 소중히 다루지 못했던 지난 날들이 좀 반성이 되었다.

책육아를 돕는 도구들

캐리어 책육아 P140

1. 독서대

2. 소파/ 의자/ 빈백

3. 흘려듣기 장비 _ 재미난 영어책 읽기를 위해 영어 영상 흘려듣기를 함께 한다. 물론 영어 노출을 많이 하기 위해 엄마가 의도한 시간. 스마트 텔레비전과 외장하드 활용.(디지털화하여 파일형태로 소장)

4. 집중듣기 장비_해드셋, 청력보호기능있는 것을 구입.

 

  

7. 캐리어★★★★

 

 

 

 

『캐리어 책육아』 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가 쓴 목록 제일 밑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도구일 것이다. 나도 코로나사태 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도서관에 입장하지 못한다는 핑계로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는 것을 그만 두었다. 지금은 원하는 책을 대출하는 것은 가능하니, 다시 아이들 책을 찾아보고 조금씩 빌려오는 것 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러다가 나도 언젠가는 도서관 책을 빌리기 위해 캐리어를 끌게 되지 않을까.

 

148 우에니시 아키라의 『습관 심리술』 , 누다심의 『엄마의 첫 심리공부』를 읽으면서는

165 내가 나를 먼저 괜찮게 바라봐주자고 마음먹었다. 아이낳고 살찌고 늙어버린 아줌마가 아니라 저출산의 시대에 아이를 셋이나 낳아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거기다 내 아이도, 남의 아이도 잘 키울 수 있는 꽤 괜찮은 직업을 가지지 않았느냐고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167 나는 더 이상 내 현실을 독박육아라는 실험상자안에 가두지 않기로 했다. 독박이라고 말하면 왠지 억울하고 불공평한 것 같다. 하지만 독점이라고 하면 이익을 혼자서 독차지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사랑하는 삼남매의 사랑을 독점하기로 했다. 독점육아로 말을 바꾸고 나자 생활이 조금씩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말이 바뀌니 의식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하고 싶은 것도 많이 생기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들도 열심히 찾게 되었다.

173 '부의 추월차선'에서 저자는 열정을 가지고 사랑할 수 있는 나만의 돈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 그럴 때 진짜 부, 3F와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자유에 관한 내용이 나를 가장 설레게 했다. 이 책을 읽은 후

184 보물지도 무비는 모치즈키 도시타카의 '보물지도 무비'라는 책을 읽고 만들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꿈과 글과 사진, 음악을 이용해 뮤직비디오 형태로 만들어서 보고 듣는 것이다. 가족사진을 시작으로 타고 싶은 자동차나 가고 싶은 여행지 등 이루고 싶은 꿈이 들어간 장면에 이해리의 <나는 문제없어>라는 노래를 넣어 만든 약 4분짜리 음악 영상이다.

245 낭독은 까막눈이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글을 깨치게 해 주었다. 엄마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시간을 독점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도 도서관에 다니며 미국 공공도서관의 오버 드라이브 서비스로 영어책을 볼 수 있었고 아이들은 한글 책을 읽어 가듯 영어책도 술술 읽기 시작했다. 이제 챕터북도 곧잘 읽어내니 영어울렁증 있는 엄마로서 감격스러울 뿐이다. 우리 아이의 미래가 더 궁금해졌다.


책과 함께 하는 삶을 통해 저자가 느끼는 생각들을 담은 문장을 담아왔다.

그 중 '독박육아'말 대신 '독점육아'로의 전환이 기억에 남는다. 나도 이젠 '독점육아'로 명명해야겠다. 책을 통해 아이들만이 아니라, 엄마도 긍정적으로 변하는 삶. 그것을 위해 오늘도 난 읽고 쓴다.

좋은 책을 만나 참 감사하다.

저자의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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