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 - 미쳤지, 내가 퇴사를 왜 해서!
장예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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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원. 숙명대학교 재학 당시에는 학교 모델로 활동했으며, 2012년 당시 최연소로 SBS 18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이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스페인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장면이 세계로 송출되어 크게 유명세를 탔다. 이후 SBS 여러 프로그램 및 각종 행사를 진행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장예원 아나운서가 이번에는 방송이 아닌 책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바로 그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인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다. 장예원 아나운서. 이 책은 그녀의 8년간의 SBS 아나운서 생활은 물론 아나운서의 꿈을 처음으로 가졌던 10대 시절과 대학 시절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던 그녀의 꿈도 담고 있다.

 

어린 나이에 모두가 선망하는 아나운서가 된 장예원. 그런 그녀는 왜 방송국 아나운서를 그만두었을까? 그녀는 스스로 일할 줄만 알지. 제대로 놀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새벽 6시에 출근하고,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던 그녀. 화려해 보이는 그녀의 삶 뒤에는 이런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 힘차게 살기 위해서는 숨 고르기가 중요하다. 첫 번째 꿈을 이루었다고 끝이 아니다. 더 큰 도약과 다른 꿈을 이루기 그녀는 8년 동안 다녔던 회사를 퇴사하고, 다른 길을 택했다. 인생에 정해진 길이 없다. 만약 정해진 길로만 살아가야 한다면 인생은 얼마나 답답하고 지루할까? 자신의 속도를 잃지 않고 가다 보면 마침내 원하는 종착지에 도달할 거다. 인생에 정해진 길은 없으니까.

 

장예원 아나운서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비교적 이른 나이에 취업에 성공했다. 아직 장수생인 친구도 있지만, 나눈 운이 좋아 대학 졸업 전에 시험에 합격하고 졸업과 동시에 백수 생활을 거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사회에 발을 들어 놓을 수 있었다. 장예원 아나운서보다 휠씬 더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냈기에 이제 나도 가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장예원 아나운서의 에세이는 이런 직장인들의 고민이 들어있다. 직장을 그만두면 당장 고정적인 수입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4대 보험도 안 된다. 그리고 다시 일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드는 것도 당연지사. 이런 글을 읽으니 퇴직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그러나 퇴사를 하면 그 다음 날은 무조건 행복하다고 한다. 그 며칠간의 행복을 위해서 직장을 그만둘 수는 없다. 이런 나의 마음을 장예원 아나운서의 에세이로 대신해 본다. 

 

「이십 대의 내가 부모의 기대에 맞춰 빠르게 걸었다면, 삼십 대에는 나만의 속도로 걷기로 했다.」 나는 지금 누구의 기대에 맞춰서 걷고 있을까? 이제 나도 나만의 속도에 맞추어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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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끌어당기는 유대인의 돈 공부 - 비대면 시대, 새로운 부의 길로 안내하는 신선한 지침서
김경철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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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자아성취를 위해서 직업을 가지고 일하겠지만, 대부분 사람은 생계유지 즉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그렇다면 돈을 벌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이 공부를 해도 학업성취도에 차이가 나듯이,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월급을 받아도 몇 년, 혹은 몇 십 년 후의 부를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김경철의 『돈을 끌어당기는 유대인의 돈 공부』 이 책은 삶, 일, 물질의 가치를 유기적으로 관계로 이해하고 깨달아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부의 길로 안내하는 신선한 지침서이다.

 

우리는 일을 하는 순간 돈을 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부를 축척한 부자들은 내가 자는 순간, 내가 여가를 즐기는 시간에도 돈이 돈을 벌어오게 한다. 유대인들은 과거 이런 금융업에 종사하여 막대한 부를 창출했으며, 오늘날 금융업의 초대를 닦았다. 과거 스페인에서 펠리페 2세가 유대인을 박해하자 이들이 네덜란드로 떠나자 스페인은 쇠퇴하고 네덜란드는 신흥강국으로 성장할 정도였다. 유대인의 이동으로 금융의 허브가 옮겨진 것이다. 금리가 물가 상승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이런 지식은 매우 중요하다.

 

돈을 벌면 도대체 무엇이 좋을까? 드라마에서는 돈이 갈등을 유발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이 행복한 것처럼 나온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는 돈을 버는 것이 가족과 화평하게 지내는 것과 밀접하고, 좋은 사람을 붙잡을 수 있고, 웃고 즐거을수 있다. 인생은 돈과 끊임없는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다. 행복이라는 것이 돈을 제외하고는 말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의 정치평론가 맷 타이비는 가난이 죄의 본질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유대인들은 가난은 집안의 50가지 재앙보다 훨씬 나쁘다고 이야기한다. 이 정도면 돈과 같은 부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을까?

 

저자는 부를 이룬 유대인의 지혜를 이야기한다. 유대인들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지혜라고 가르친다. 지혜는 유대인들이 나라를 잃었을 때도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과연 오늘 부를 이룬 사람들은 어떤 지혜를 갖추었으며,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 비밀을 이 책을 통해서 풀어보자. 미래는 준비된 자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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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야기 2 -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ㅣ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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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하다 대학원으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그때 지리학 강의 도중 한·중·일 삼국이 서양 학문을 받아들일 때 우리나라는 지리학을 제일 먼저 받아들였으며, 중국은 천문학, 일본은 해부학(의학)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고 했다. 서양학자들이 우리나라에 지리학을 가장 먼저 소개한 이유는 중화사상 즉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교과서가 사민필지(지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 이야기할 일본인들은 왜 해부학(의학)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그 기원은 난학에서 출발한다. 형장에서 인체를 처음 해부해 본 스기타 겐파쿠와 같은 의학자들은 인체구조가 중국의 의학서와는 달랐지만, 난학과는 일치하는 것을 보고 해체신서 등을 발간한다. 즉 난학이 그 중심에 있었다. 이처럼 이때까지 읽은 대부분의 책은 난학에 대해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일본인 이야기 시리즈의 저자는 난학은 진보가 아니며, 퇴보였다는 다소 충격적인 글로 책을 시작한다.

 

난학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새로운 시각에서 작성된 것으로서 다소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임진왜란 때의 일본, 에도시대의 일본. 이때의 일본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조선통신사 등의 내용과 달리 경제적으로 조선을 압도했으며, 특히 군사력에서는 명나라나 청나라 오스만 튀르크와 함께 세계 3대 강국으로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쇄국정책은 서양 전체가 아닌 네덜란드의 문물만 받아들였기에 이전에 비해 분명 제한적이었다. 그리고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는 부유했지만, 백성들의 삶은 굉장히 고달팠다. 조선에 비해 일본의 세율은 매우 높았으며, 봉건제 자체가 가지는 모순점도 컸다. 피지배 계층의 일본인의 인권은 매우 낮았으며, 어느 정도 계급이 되면 일반 백성을 함부로 죽일 수 있었다. 사쓰에이 전쟁도 영국인을 함부로 죽였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는가. 이 책을 통해서 근대 이전 에도 시대의 일본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저자의 이야기를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몇 가지 예로 마비키와 조선의 인권을 예로 들까 한다. 이는 갓난아이를 산채로 죽이는 풍습으로 일본에서는 성행했지, 다른 나라는 몰라도 조선에서는 성행했다고 보기 힘들다. 저자는 조선 시대 북방의 예를 들었으나, 조선시대 북방이 어떤 곳이었나? 삼남 지방의 천민이 강원도나 황해도 이북으로 이주하면 면천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벼슬까지 주었다. 그만큼 살기 힘든 곳이라 일반 백성은 가지 않으려고 했고, 도망친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이었다. 조선은 경제력은 낮았으나, 환과고독으로 불리는 사회적 약자의 구휼에 최선을 다하는 나라였다. 그리고 조선의 천민들과 백성들의 인권은 지금보다는 낮았지만, 당시에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조선 시대의 공노비의 출산휴가가 며칠인 줄 아는가? 100일로서 지금의 기준인 90일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었다. 조선에서는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을 위해서 솔정(보호자)까지 부역을 면해주고, 기근이 들면 곡식을 내려주었다. 나이 80이 넘는 사람이라면 천민이라도 면천해주고, 벼슬을 주었다.

 

형조에서 전지하기를,

"경외공처(京外公處)의 비자(婢子:노비)가 아이를 낳으면 휴가를 백일 동안 주게 하고, 이를 일정한 규정으로 삼게 하라." 하였다.

 

傳旨刑曹 : 京外公處婢子産兒後, 給暇百日, 以爲恒式 (『世宗實錄』 1426년 4월 17일)

 

형조에 전교하기를,

"경외의 여종[婢子]이 아이를 배어 산삭(産朔)에 임한 자와 산후(産後) 1백 일 안에 있는 자는 사역(使役)을 시키지 말라 함은 일찍이 법으로 세웠으나, 그 남편에게는 전연 휴가를 주지 아니하고 그전대로 구실을 하게 하여 산모를 구호할 수 없게 되니, 한갓 부부(夫婦)가 서로 구원(救援)하는 뜻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 때문에 혹 목숨을 잃는 일까지 있어 진실로 가엾다 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사역인(使役人)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 만 30일 뒤에 구실을 하게 하라." 하였다.

敎刑曹: "京外婢子孕兒臨産朔與産後百日內, 勿令役使, 已曾立法。 其夫全不給暇, 仍令役使, 不得 救護, 非徒有乖於夫婦相救之意, 因此或致隕命, 誠爲可恤。 自今有役人之妻産兒, 則其夫滿三十日後役使。(『世宗實錄』 1434년 4월 26일)

 

 

그리고 조선의 천민들은 주인이 함부로 죽일 수 없었다. 자신의 노비를 함부로 죽이면 처벌을 받는 나라가 조선이었다.

 

최유원(崔有源)이란 사람이 그의 종을 때려서 죽였으므로 형조에 명하여 이를 국문(鞫問)하게 하고, 인하여 말하기를,

"형률에, ‘주인으로서 노예(奴隷)를 죽인 자는 죄가 없다. ’고 했으니, 이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분별을 엄하게 한 것이며, 또 ‘주인으로서 노비(奴婢)를 죽인 자는 장형(杖刑)을 받는다. ’고 했는데, 이는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노비(奴婢)도 사람인즉 비록 죄가 있더라도 법에 따라 죄를 결정하지 않고, 사사로이 형벌을 혹독하게 하여 죽인 것은 실로 그 주인으로서 자애(慈愛) 무육(撫育)하는 인덕(仁德)에 어긋나니, 그 죄를 다스리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有崔有源者打殺其奴, 命刑曹鞫之, 仍曰: "律云: ‘主殺奴隷者, 無罪。’ 此則嚴上下之分也。 又云: 「主殺奴婢者, 服杖罪。」 此則重人命也。 奴婢亦人也, 不依法決罪, 而酷加刑杖以死, 實違其主慈愛撫育之仁, 不可不治其罪也。" (『世宗實錄』 1430년 12년 3월 24일)

 

학교에 다닐 때 배운 역사가 지금 보면 거짓인 것이 정말 많다. 앞서 말했듯이 조선통신사로 대표되는 조선의 앞선 문물은 거짓이었으나, 막장 수준으로 배웠던 조선의 인권은 오히려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 후기의 사회 이미지는 기상이변으로 세계적으로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던 시기였음을 감안해야할 것이다. 이를 감안하고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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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적은 민주주의
가렛 존스 지음, 임상훈 옮김, 김정호 추천 / 21세기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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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많은 국가가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한반도 역사상 최악의 독재국가인 북한마저도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내세우고 있다. 과연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정말 완벽한 제도일까? 그러나 고대에 그리스 시대에 이미 민주주의를 경계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플라톤이다. 플라톤이 누구인가? 2,000년이 넘는 서양철학의 역사가 그의 말의 각주에 불과하다는 불릴 정도로 위대한 철학자가 아닌가?

 

오늘 국회의원과 시장, 도지사, 군수는 물론 이제는 교육감도 선거로 선출된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일을 보면 오히려 과거 급제자인 조선 시대 군수나 관찰사에 미치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아니 오히려 전문 관료가 더 나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통령은 물론 대한민국 양대 도시인 서울과 부산의 시장도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선거 승리를 위한 각종 공약과 정책 남발이 선거 후에는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가 되고 있다. 어디 이것뿐인가? 선거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이 과거 그 분야에서 극심한 갈등을 초래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오늘날 민주주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없어져야 할 제도일까? 물론 아니다. 민주주의와 과거의 왕정,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를 비교하면 그 답이 나온다. 

 

가렛 존스(임상훈 역)의 『10% 적은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축소하면서 더 나은 길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보장했는가? 과거 정년만 보장해 달라고 했던 사람들은 정년을 보장받자마자 파업을 벌이고 있다. 표와 다음 선거를 위해서 정부는 그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모두 만족하고 있을까? 천만에 이제는 어렵게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 자신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는 존재하기 힘들다. 핌피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모 지역의 역은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기간 교통망이 기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최악의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선거와 유권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 국가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최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제도를 위한 방안을 이 책은 흥미진진하게 제시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줄이면서 공정하고 효율적인 제도는 정부만 도움이 될까? 천만에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바로 유권자다.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이 능력이 있을까? 해당 분양의 전문가들이 능력이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을 모른 척 한 것은 아닐까? 저자는 자신의 의견을 리콴유와 싱가포르 등 실제 사례를 통해서도 입증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민주주의를 줄일 수는 없다. 그 적정선을 찾는 것이 과제이다. 저자와 함께 10% 부족하지만, 더 나은 민주주의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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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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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의사가 조선 시대 초상화를 바탕으로 쓴 논문을 본 적이 있다. 초상화를 그림이나 예술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으로 피부 병변은 물론 시각장애 등 그림으로 알 수 있는 장애도 분석했다. 논문을 읽어보니 지금의 시각장애인 비율은 조선 시대와 비슷했으나, 현대에서 사라진 천연두는 당시에는 흔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직 의사인 박광혁의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은 동양화가 아닌 서양화를 의학적 지식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20년 동안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러시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 등의 세계 미술관을 다니며 쌓은 지식을 의학과 인문학적 코드로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같은 그림이라도 느끼는 관점이 다르면 감상 포인트가 전혀 다르다. 한 예로 책에 있는 제1차 세계대전 가스전 참상에 관한 그림을 보고 역사를 좋아하는 나는 전쟁사적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의사인 저자는 겨자가스로 인해 안구 손상을 입어서 눈을 붕대를 감고 있는 영국 병사들을 모습을 보면서 환자들의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또 그 고통 속에서도 줄을 서서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전쟁의 참상을 말했다.

 

저자는 의사이기에 머릿니와 관련된 그림을 통해서는 진화생물학을 들려주고, 병과 관련된 그림에서는 불치병보다 더 무서운 절망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굿닥터의 조건에서는 그림을 통해서 각종 의학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직업관을 밝힌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박물관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런던의 내셔널갤러리, 제국전쟁박물관 등 몇 곳은 나도 다녀온 곳이며, 저자가 책에서 소개한 몇 점의 그림은 나도 직접 본 그림이다. 그러나 나는 같은 그림을 보면서 저자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했었다. 의학은 일반인이 접근하기에 매우 어려운 학문이다. 그 어려운 의학을 이 책을 통해서 그림을 통해서 접근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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