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미국의 핵전력 - ‘핵무기 있는 세상’의 실체에 접근하는 취재 기록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와타나베 다카시 지음, 김남은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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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핵폭탄 2방을 얻어맞은 일본은 이 핵 때문에, 미국 등 연합군에 항복했다고 배웠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본이 서둘러 항복한 것은 소련군의 만주 진군 때문으로, 더 지체하다가는 독일처럼 나라가 둘로 쪼개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핵의 위력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한국전쟁에 불법 참전한 중공에 대한 응징으로 핵무기를 쓰는 것이 고려되었지만, 유럽의 영국, 프랑스 등이 강력하게 반대한다. 이런 반대는 당시에는 평화를 위해서라고 포장되었으나, 사실 소련이 이미 핵을 개발했기에, 영국과 프랑스가 보복당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핵은 상대방에게서 핵 공격을 당하는 것을 막고 억제한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것 외에 무력 사용을 주저하는 것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1945년 이후로 더 이상 핵 공격은 감행되지 않고 있다. 아니 왜? 핵이 없어서? 천만에 핵무기는 이제 세계에 넘쳐나고, 차르 봄바와 같이 리틀 보이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핵탄두도 있다. 서방의 미국과 공산 진영의 러시아 모두 막강한 핵전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핵이 핵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핵 없는 세상은 실현되지 않을까? 와타나베 다카시(김남은 역)의 [슈퍼파워 미국의 핵전력]은 이런 바람을 바탕으로 핵 억지력의 실체 즉 미국의 핵전력을 심층 취재한 기록이다. 언뜻 보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핵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핵전력? 그러나 전쟁을 대비하고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항상 전쟁에 대비해야 하며, 적으로부터 핵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핵 억지력이 있어야 한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핵을 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바로 교전국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의 핵전력 때문이다.

이 전력은 핵전력의 3대축 ICBM, 전략폭격기, 핵잠수함을 시작으로 핵무기와 관련된 미국의 정책과 피폭자들을 함께 다룬다. 북한이 핵을 가진 후에도 계속해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바로 괌 등 태평양의 미군 기지와 미국 본토에 대한 실질적인 공격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미국과 같은 해외 기지와 전략폭격기, 핵잠수함을 가지지 못하고 앞으로도 갖출 능력이 없는 북한이 가질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북한이 만약 B-52와 같은 전략 폭격기를 가지고 있어도 무용지물인 이유를 다시 알게 되었다. 아니 왜? 북한은 이를 운용할 자금과 능력이 없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군 부대는 10년 이상 포사격 한번 못한 부대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전략폭격기? 핵잠수함을?

핵이 핵을 억제한다? 이제 전차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여러 현대전을 거치면서 앞으로 있을 전쟁은 항공력이 승부를 좌우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소련의 항공 전력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전차전이 계속되고 있다. 아니 왜?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방공망에 소련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핵을 포기할 수 없으며, 핵무기 없는 세상이 실현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저자 외에 역자도 후기에서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이루어지는 러시아의 경제제재와 서방의 지원, 독일 등 유럽의 군비확장도 함께 다루고 있다. 전쟁을 억제하고 북한의 위협을 사전에 봉쇄하고 우리가 그동안 이룬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이런 핵전력과 억지력은 계속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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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동양사 만화라서 더 재밌는 역사 이야기 2
살라흐 앗 딘 지음, 압둘와헤구루 그림 / 부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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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교체, 독립을 위한 국민 투표실시. 우리 인간의 역사에서 이런 일이 보편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며,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왕조교체나 독립과 영토 확장 등은 평화적인 방법이 아니라 대부분 전쟁 즉 무력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전쟁을 시작했을까? 학교에 다닐 때는 문명이 시작된 신석기시대부터라고 배웠지만, 20세기까지 구석기 시대의 삶을 살고 있었던 오세아니아인들을 통해서 구석기인들도 전투와 전쟁을 벌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은 뺄 수 없는 요소이다.

살라흐 앗 딘과 압둘라 헤구루의 [전쟁으로 보는 동양사]는 동양의 오랜 역사를 전쟁 중심으로 만화로 구성한 책이다. 참고로 글을 쓴 살라흐 앗 딘과 그림을 그린 압둘라 헤구라 둘은 모두 필명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며, 전쟁으로 보는 서양사에 이어 2번째로 출간되는 책이다. 이 책은 만화로 구성되었기에, 남녀노소 모두 쉽고 재미있게 역사를 접할 수 있다. 만화라서 그냥 코믹하게 그렸을 것 같지만, 역대 황제들의 얼굴은 물론 초한지의 범증, 번쾌 몽골의 수부타이, 명의 왕진 등은 남아있는 초상화나 유명한 삽화에서 대월의 명장 진국준은 남베트남의 500동 화폐에 그려진 모습을 참고해서 그렸을 정도로 고증에도 신경을 썼다. 참고로 몽골 원정에 등장하는 폴란드 기병은 빨강과 하양이 뒤바뀐 폴란드볼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떠할까. 만화에 달린 글을 보면, 멘트 하나하나가 주옥같네, 엄청 쑥쑥 잘 읽히고 내용도 재미있습니다. 와 개꿀잼 등 호평 일색이며,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본인의 평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역사를 코믹한 만화와 뼈 때리는 멘트로 재미있게 구성했다. 나야 어릴 적부터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책을 끼고 살았지만, 사실 역사 특히 밀리터리, 전쟁사 영역의 팬은 그리 많지 않다. 대형서점이라도 밀리터리 코너는 작아서 찾기 힘들고, 힘들게 찾아도 책은 몇 권 없다. 그런 전쟁사를 간략하게 줄여서 쉽게 재미있게 구성했다.

“우리 시대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말한 영국 체임벌린 총리의 연설 1년 후에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이 벌어졌으며, 오키나와 히메유리 학생들은 “이제 일주일이면 일본군이 전쟁에서 이길 것이다”라고 믿고 있다가, 미군이 상륙하자 패닉에 빠지고 집단자살을 강요받았다. 이처럼 전쟁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항상 이를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 전쟁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그런 세상은 힘들겠지만, 그렇다면 더욱 전쟁을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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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 : 간신전 간신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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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폭군 연산군. 즉위 초 그를 가장 지지해 주었던 신하는 바로 노사신(盧思愼)이었다. 그는 연산군과 대간들과의 싸움에 항상 연산군의 편을 들었기에 생전 대간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평생 간신, 소인배라는 딱지를 달고 살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그는 죽어서도 정말 간신으로 기록되고, 실록에서도 형편없는 평가를 받고 있을까? 천만에 정반대로 청렴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무오사화 당시 평생 자신을 씹던 유림을 앞장서서 변호하면서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했으며, 이런 노력으로 많은 유림이 생명을 구한다. 노사신은 성종조를 거치면서 지나치게 커진 대간들을 억누르고 왕권의 강화가 필요했다고 생각했고, 그를 실천했을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성종조와 연산군 초기에는 막 나가는 것은 대간이었다.

한국 사마천학회 김영수의 편저 [간신(奸臣)전] 이 책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국 역사상 최악의 간신 18명을 수록하고 있다. 이들의 행적이 위로는 천자와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왕조 진(秦)나라. 그러나 진나라는 불과 진시황 사후 3년 만에 멸망한다. 그 이유는 지록위마(指鹿爲馬)로 유명한 환관(宦官) 출신 간신 조고(趙高)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고는 힘이 쎄고, 총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능력을 황제를 올바른 길로 보좌하는 일에 쓰지 않고, 제국을 15년 만에 멸망시킨다. 과연 간신들은 어떻게 나라를 망쳤을까? 이 책을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을까?

이 책은 간신이 어떻게 등장하고, 권력을 차지하고, 국가를 망치는가를 18명의 간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조고, 동탁, 유근 등의 간신은 자기 나라를 망친 것뿐만이 아니라, 그 권력과 재물을 향한 끝없는 욕심에 자신과 가족까지 파멸로 이끌었다. 초한지 앞부분에 등장하는 조고와 삼국지의 반동탁 연합군에 등장하는 동탁 모두 자영과 여포에게 주살을 당했으며, 일족도 화를 피하지 못했다. 우리가 지금 시대에 이런 간신들을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이런 간신들의 출현을 막고, 이들이 권력의 핵심에 오를 수 없도록 하는 것에 있다. 간신이 성장한 배경에도 역사가 있었고, 그들을 제거하고, 억누른 힘도 바로 역사에서 나왔다. 우리가 끊임없이 역사를 연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소 역사를 좋아하기에 역사서를 많이 읽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영웅이나 왕이나 황제 같은 인물이 중심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진나라 말, 한나라 초의 조고와 촉나라 황호와 같은 인물은 황제를 다루면서 함께 다루는 정도다. 그러나 이런 간신들이 역사에 주는 교훈은 너무나 강렬하다. 이 책은 우리의 오랜 역사에서 간신들만 골라서 총 3권의 책으로 다루고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군주와 독재자를 위한 책이나, 오늘날 독재를 막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연구되고 있다. 우리가 간신을 연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을 연구해야 하고, 간신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과 같은 역사의 암적 존재를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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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1 - 유럽의 등불이 꺼지다 궁극의 전쟁사
곽작가 지음, 김수박 그림 / 레드리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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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1차세계대전을 다룬 책들은 모두 독일의 패배와 연합국 승리의 원인을 양면 전쟁에서 찾았다. 종전까지 자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싸우고 있었고, 이탈리아와 세르비아에게는 궤멸적인 타격을 주었으며, 러시아와 루마니아는 종전 전에 이미 패퇴시켜 그들에게 가혹한 조건을 끌어낸 독일은 홀로 무수히 많은 적과 싸우다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결국 전쟁에서는 패하고 말았다. 독일은 도대체 왜? 혼자서 무수히 많은 적을 상대했고, 초반에 유리했던 상황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을까?


곽자가가 글을 쓰고 김수박이 그림을 그린 [궁극의 전쟁사 제1차 세계대전 1편 유럽의 등불이 꺼지다]는 1차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사건과 독일이 양면 전쟁에 빠지고, 전쟁 전에 입안한 슐리펜 작전대로 프랑스를 6주 만에 함락시키지 못하고 장기전으로 들어가는 마른전투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1차대전의 시발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태자의 암살. 사실 이 과정은 우연과 우연이 겹친 결과였으며, 이미 이전의 암살 계획이 실패했기에,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운전사가 목적지가 바뀐 것을, 몰랐기에 결국 황태자는 암살되었으며, 전쟁의 막이 오르게 된다. 아무리 군사 강국 독일이라고 강대한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영국까지 상대하는 것을 버겁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전쟁이 피할 수 없게 된 후, 독일군은 슐리펜 작전에 따라 초기에 프랑스를 무찌르면서 러시아는 동쪽에서 묶어두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작은 승리를 얻은 후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다 초반에는 패하고 만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은 대한민국의 영토 대부분을 내주면서 후퇴해서 낙동강에 최후의 방어선을 펼쳐서, 결국 북한군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독일은 동프로이센 정도만 내주면 러시아군을 묶어 둘 수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 동프로이센은 독일 귀족들의 기반이 있는 곳이었으며, 독일제국의 기초가 된 프로이센이 시작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동프로이센을 지키며, 러시아군을 막기 위해서 서부에서 병력을 빼내서 대승리를 거두지만, 결국 이는 서부전선에서 독일군의 전력을 약화하면서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


개전 초기 프랑스군과 러시아군, 영국군은 모두 독일 이상의 삽질을, 했지만, 독일은 혼자서 3개의 강대국을 상대했기에, 초반의 승리를 이어가지 못했다. 1권이 끝난 후 2권부터는 이제 국가 총력전의 양상을 보이며, 참호전으로 대표되는 극심한 소모전을 그릴 것이다. 당초 계획과 달리 전쟁은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았으며, 이제 장기전으로 전개되고 만다. 양측의 공세는 모두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며, 이제 누가 오래 버틸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된다. 우리는 왜 지난 과거를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까?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며,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독일은 1차대전 당시 양면 전쟁으로 패전했지만, 2차 대전에서는 또 바다 건너 영국을 두고, 소련을 침공한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것 그대로다. 또 패전국이 된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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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항공기의 시대
와타나베 신고 지음,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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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년 라이트 형제의 Flyer 1호가 인류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지 불과 11년 후에 벌어진 1차 세계 대전에서 인류는 본격적으로 항공전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54년 후인 1957년에는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우주로 발사되었으며, 1969년에는 지구를 벗어나서 달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인류는 우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 모든 것에 불과 10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010년대에는 한 개인이 국내에서 청계천 부품으로 만든 인공위성이 우주로 발사되었으며, 나사에서는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20년대에는 한국형 스텔스기가 시험 비행 중이다.

전투기와 우주선 혹은 인공위성 외에 대형 항공기들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지금의 하늘에 있는 비행기와 미래에 하늘을 누빌 비행기들만 중요할까?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항상 과거를 연구한다. 현대의 여러 법률과 제도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발전해 온 것들이다. 현대의 첨단 무기도 모두 돌도끼, 청동기, 철제무기, 화포의 시대를 거치면서 발전했다. 대형 항공기의 발전 과정과 그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책이 국내에 출판되었다. 바로 와타나베 신고(김정규 역)의 거대 항공기의 시대이며, 국내에서 밀리터리에 관한 책을 꾸준히 출판해 주고 있는 길찾기에서 발행했다.

이 책은 1차 대전 시기인 1914년 일리야 무로메츠로부터 시작해서, 2차 대전기인 융커스 Ju390, 메서슈미트 Me264, 등과 2차 대전 이후에 제작된 거대 항공기의 역사를 그림으로 담고 있다. 인류의 하늘을 향한 열망. 이를 처음으로 이룬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겨우 12~13초를 날았을 뿐이었으며, 1~2명이 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인류는 놀라운 속도로 그 열망(항공기)을 발전시켰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고 있는 일리야 무로메츠. 이 거대 항공기는 비행기가 탄생한 이후 11년 만에 나왔지만, 4발 대형기에 사람 16명과 개 1마리를 태울 수 있었으며, 무려 2,500km의 비행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비행기 실용화의 선도국은 독일이었으며, 전쟁은 이를 더욱 빠르게 발전시켰다.

2차 대전기의 거대 항공기들은 보면 마치 작은 요새를 보는 듯하다. 이 책은 2차 대전은 물론 한국전까지 활약한 B-29와 영국 런던 제국전쟁박물관에서 본 랭커스터와 같은 유명 기체보다는 시제기나 비행 기간이 짧은 거대 항공기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비행기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 고증도 놀라운데, 하나의 예를 들면 Me323 기간트는 전쟁 당시 마르더를 실어 나르는 장면을 삽화로 수록했는데, 이 장면은 실제로 기간트를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이다. 옆에 있는 사람들의 포즈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것 까지 그대로 묘사했다. 밀덕 즉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본다면 책에 수록된 삽화의 모티브가 어디인지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2차 대전 후에서 현대의 거대 비행기는 Mi-25, AN-225, TU-160 등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는 비행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처럼 대형 항공기만 모은 책은 앞으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정 팬층 보유한 이런 밀리터리 서적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곧 절판되고, 구하기 어려워지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빨리 책을 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본 비행기들도 많았고(사실 대부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았다. 끝으로 국내 좁은 밀리터리 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책을 출간해주고 있는 출판사에게도 고마움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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