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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항공기의 시대
와타나베 신고 지음,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3년 10월
평점 :
1903년 라이트 형제의 Flyer 1호가 인류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지 불과 11년 후에 벌어진 1차 세계 대전에서 인류는 본격적으로 항공전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54년 후인 1957년에는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우주로 발사되었으며, 1969년에는 지구를 벗어나서 달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인류는 우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이 모든 것에 불과 10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010년대에는 한 개인이 국내에서 청계천 부품으로 만든 인공위성이 우주로 발사되었으며, 나사에서는 보이저 2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20년대에는 한국형 스텔스기가 시험 비행 중이다.
전투기와 우주선 혹은 인공위성 외에 대형 항공기들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지금의 하늘에 있는 비행기와 미래에 하늘을 누빌 비행기들만 중요할까?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항상 과거를 연구한다. 현대의 여러 법률과 제도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발전해 온 것들이다. 현대의 첨단 무기도 모두 돌도끼, 청동기, 철제무기, 화포의 시대를 거치면서 발전했다. 대형 항공기의 발전 과정과 그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책이 국내에 출판되었다. 바로 와타나베 신고(김정규 역)의 거대 항공기의 시대이며, 국내에서 밀리터리에 관한 책을 꾸준히 출판해 주고 있는 길찾기에서 발행했다.
이 책은 1차 대전 시기인 1914년 일리야 무로메츠로부터 시작해서, 2차 대전기인 융커스 Ju390, 메서슈미트 Me264, 등과 2차 대전 이후에 제작된 거대 항공기의 역사를 그림으로 담고 있다. 인류의 하늘을 향한 열망. 이를 처음으로 이룬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겨우 12~13초를 날았을 뿐이었으며, 1~2명이 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인류는 놀라운 속도로 그 열망(항공기)을 발전시켰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소개하고 있는 일리야 무로메츠. 이 거대 항공기는 비행기가 탄생한 이후 11년 만에 나왔지만, 4발 대형기에 사람 16명과 개 1마리를 태울 수 있었으며, 무려 2,500km의 비행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비행기 실용화의 선도국은 독일이었으며, 전쟁은 이를 더욱 빠르게 발전시켰다.
2차 대전기의 거대 항공기들은 보면 마치 작은 요새를 보는 듯하다. 이 책은 2차 대전은 물론 한국전까지 활약한 B-29와 영국 런던 제국전쟁박물관에서 본 랭커스터와 같은 유명 기체보다는 시제기나 비행 기간이 짧은 거대 항공기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비행기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 고증도 놀라운데, 하나의 예를 들면 Me323 기간트는 전쟁 당시 마르더를 실어 나르는 장면을 삽화로 수록했는데, 이 장면은 실제로 기간트를 대표하는 사진 중 하나이다. 옆에 있는 사람들의 포즈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것 까지 그대로 묘사했다. 밀덕 즉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본다면 책에 수록된 삽화의 모티브가 어디인지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2차 대전 후에서 현대의 거대 비행기는 Mi-25, AN-225, TU-160 등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는 비행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처럼 대형 항공기만 모은 책은 앞으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정 팬층 보유한 이런 밀리터리 서적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곧 절판되고, 구하기 어려워지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빨리 책을 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본 비행기들도 많았고(사실 대부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았다. 끝으로 국내 좁은 밀리터리 시장에서 꾸준히 좋은 책을 출간해주고 있는 출판사에게도 고마움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