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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후의 한국사 - 전쟁보다 치열했던,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살아남은 자들의 시간
이상훈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8년 8월
평점 :
전쟁사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열한 전투에 열광한다. 군사학에서는 2차 대전의 전격전과 낫질작전, 종심방어 등의 전술이 주요 연구주제이며 스탈린그라드 공방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진주만 공습 등의 주요 전투가 영화의 배경이 된다. 그러나 전쟁사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전후의 세계이다. 1차 대전하면 참호전과 가스전이 유명하지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오스만 제국도 이때 같이 공중분해 되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거치면서 현재의 국경선이 거의 완성되었다.
전쟁보다 치열했던 전쟁 이후의 한국사 이 책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살아남은 자들의 시간 즉 전쟁 이후 대해서 주목한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쟁 그 자체를 등한시 한 것은 아니다. 전쟁의 배경과 전투과정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보통의 전쟁사 책들이 전투에는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만 전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설명하고 끝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책은 우리의 오랜 역사 속에서 전쟁과 관련된 내용만 추려서 한 권의 책으로 편찬했다. 고조선과 한나라의 전쟁에서부터 고구려와 수·당과의 전쟁, 대몽항쟁, 임진왜란, 한국전쟁 등의 한국사에서의 굵직한 전쟁은 물론 휴전 이후 발생한 일본의 독도침탈 시도 등도 소개하고 있다. 주요 전쟁들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승자와 패자는 각각 어떠한 길을 가게 되었는지, 그들의 결과가 어떠한 미래를 불러 왔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과거에 전쟁사를 다룬 책들은 별다른 고증과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출판된 경우가 많아 수많은 오류들로 얼룩져 있었고, 이를 인용한 책들과 글들은 또 다른 오류를 양산하고 확산시키고 말았다. 그러나 이 책은 육군사관학교를 나와서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육군사관학교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역사학자가 쓴 책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사료들을 연구하고 교차검증을해서 신뢰성이 높은 자료들를 제시하고 있다.
전쟁에서 지휘관들은 항상 최선을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악의 선택을 해서 적을 이롭게 하고 아군을 몰살시키기도 한다. 신립의 탄금대 전투를 예로 들어보자. 천혜의 요새인 조령을 버리고 탄금대에 배수의 진을 친 그의 선택으로 조선군은 몰살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선조는 결국 수도 한양을 포기하고 몽진 길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신립의 이 선택에 대해서 한탄하고, 아쉬워 하지만 저자는 그가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주목한다. 이 책을 통해서 전쟁사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알아보도록 하자.
[전쟁보다 치열했던 전쟁 이후의 한국사] 이상훈 추수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