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조선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한 번도 로또를 사지 않았던 예순 다섯살의 혜령은 평생 처음 산 복권 1등에 당첨된다. 이제 세상이 멸망하지만 않는다면 혜령은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 될 터였다. 그렇게 10월의 어느 날 재난문자를 받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지진은 세상의 모든 인류를 쓸어가 버린다. 다행히도 산을 찾아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된 혜령은 봉산의 미완성의 화장실이 무너지지 않은 덕에 거기를 거점삼아 지내게 된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 먹거리를 구하러 다니고, 캔도, 식료품도, 이불도 챙겨와서 보금자리를 꾸민다. 살아남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몇 년째 사람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제목이자 김동규의 노래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놓은 저 하늘이 기분좋아>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다. 원곡은 노르웨이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의 〈Serenade to Spring〉이다. 굉장히 사람을 원하는 서정적인 노래인데, 소설의 전반은 디스토피아와 사람에 대한 갈등인데, 의외였다. 계속해서 혜령이 놓지 못하는 희망인 딸 이레와의 만남을 원하는 것이 이 노래와 제목에 녹아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내가 힘든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라는 것이 바로 너(이레)와의 만남 아니겠는가.

디스토피아를 이겨내는 주인공이 특히 할머니라는 점이 특별했다. 시간을 살아내는 모습이 굉장히 특별하지도, 뭔가 억척스럽게 해내지도 않는다. 혜령은 능이 버섯 군락지를 찾아내는 등의 최소한의 모험으로 삶을 이어간다. 물론 20년이 흐른 뒤에는 콩도 심고, 무도 심고, 절에서 김치도 가져왔고, 동굴 같은 곳을 찾아 천연 냉장고로 저온 저장도 한다. 굉장히 싫어하던 벌레들(특히 송충이)를 피하다가 점점 커지고 사람에게 공격적이 된 먹바퀴벌레까지 막대기로 맞설 수 있게 되는 능동성을 길러버리게 되었다.

계속 나 혼자겠지 싶어서 가끔씩 나타나는 노랫소리 등에도 관심을 두지 않다가 우연찮게 나 이외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바로 젊은이(그래도 40대) 노바다. 20대일때 지진을 겪고 이제는 40대가 되어버린 청년인데, 태양광 기술자로 캠핑카를 집을 삼아 살며 토마토와 고구마를 기른다. 캠핑카에서 지진의 물난리를 겼으며 사람은 구하지 못했지만 토마토와 고구마를 구한다. 나 역시 공상으로 평생 단 한가지의 천연 식재료만 먹어야 한다면 뭘 고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나는 토마토를 픽했었다. 소설에서 등장한 토마토가 그래서 반가웠다.

이후 먹바퀴벌레가 이어준 인연인 윤주와 그의 고용관계에 있는 몸이 불편한 윤섭이다. 이 둘을 빌런으로 짧게 치부하기엔 윤주와 나의 닮은 점이 많았다. 금붙이를 좋아하고 모으러 다니는 것이 제일 그렇다. 결국 윤주가 금에 집착하는 것은 지진 이전의 삶에서 돈 때문에 절연당해야 했던 치욕을 갚고 싶기 싶어서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치욕의 이면에는 자신이 지키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애정을 이어가고 싶어했음을 나는 읽을 수 있다. 결국 금거북이가 계약금이 되었지만 그래도 윤섭을 통제하면서도 보살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인간면인 적으로 봐줄 수 있지 않나 싶고. 그렇다고 해서 닥치는대로 자기 것으로 삼거나, 남이 주는건 당연하고 베풀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왔던 구역을 영역싸움으로 만드는 것 등은 적당한 갈등요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착하고 이타적인 사람만 있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좋은 의도로 나눔을 실천해도 꼬아서 혹은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물론 있다. 여기서는 둘 이나 되서 문제지만.

나 역시 갑자기 세상이 부지불식간에 멸망해버리면 어떤 식으로 생존해야 할지. 정말 생존하게 되면 희안하게 오래 살게될지. 곤충들이 50cm 씩으로 커져서 겁먹는 동시에 설국열차처럼 단백질원을 삼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 소설 역시 빨리 영상화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