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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 ㅣ 메이트북스 청소년 4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강현규 엮음, 김성훈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 – 미겔 데 세르반테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돈키호테 완역본을 십 수 년 전에 사두고 다 읽지 못했다. 아마 최초 완역본이라고 선전했던 책은 양장에 벽돌책으로 아직도 책장에 모셔두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고전 대부분이 알려진 메인 줄거리와 다르게 실제로는 굉장한 시와 각주가 달려있기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만난 <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를 통해서 축약본이지만 돈키호테의 처음과 끝을 한번에 꿰었다는 점에서 나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나는 MBTI가 S즉 현실적인 사람이라서(단 한 번도 N이 나온적이 없다) 나와 반대극에 놓인 돈키호테가 잘 이해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거짓말을 하는 능력이며 이를 통해 이야기의 발전이 이뤄졌다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사도 소설을 좋아해서 결국 자신의 재산을 팔아 기사도 책을 사들이는 돈키호테. 돈키호테에서 돈은 존칭으로 그의 이름은 키호테가 맞고 키호테경 정도의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자기 자신이 라만차 지역의 기사 키호테 (경) 이라고 칭할 정도면 얼마나 자기애가 뛰어난 사람인지 알 것 같지 않은가.
일단 떠나고 보는 우리의 돈키호테는 성도 아닌 여관에서 기사 서품식을 강행한다. 일단 떠났고, 세기의 정인 둘시네아도 만들었고, 명마는 아니지만 로시난테도 들였다. 나로서는 이해안가는 히치하이킹 식의 무일푼으로 떠났다는 것이 제일 문제겠다.
이후에는 편력기사에게 필요한 종자를 데리고 떠난다. 섬을 지배하게 해준다는 사탕발림으로 동네에서 산초 판사를 영입한다. 처음에는 이 사람들 괜찮은건가 싶은 케미를 보여준다.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이라고 착각하고 돌격할때만 해도 산초는 아니라고 말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험이 점점 길어질수록 돈키호테의 투구에 치즈를 보관했다가 시치미를 떼는가 하면, 둘시네아를 만나지도 않고 만났다고 둘러대기도 한다. 그 거짓말이 자신에게 어떤 고초를 치르게 할지 모른채 말이다. 서로 마법으로 인해 사물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라는 만능 이유를 대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준다. 모험의 초반에서는 엄청나게 얻어맞는다. 그것도 둘 다. 제일 황당했던 것은 왕명을 받아 갤리선으로 끌려가는 죄수들을 풀어준 것이다. 아니 당신이 도대체 뭔데!
마지막 모험에서 끌려갔던 죄수 중 한 명이 점술사와 인형극 장사를 겸업하게 되는 에피소드에서 만나게 되지만, 그다지 좋은 인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둘시네아 관련해서는 공작이 산초의 고해를 듣고, 3천대의 자체형량을 내려준 것은 어찌보면 자업자득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공작 자신도 섬도 아닌 바라타리아 마을의 총독권을 주긴 줬으니 고맙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마을(섬이라 불러야 할까)에서 산초가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수많은 재판과 난관을 보면 위정자도 쉽게 해먹을 만한 노릇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돈키호테(알론소 키하노)를 위하는 신부와 이발사와 삼손 카라스코(거울의 기사이면서 백월의 기사)가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돈키호테를 읽으며 결국 내가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다 맞는지와 선한 의도로 실행했던 일들이 좋은 결과로 맺어지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전히 돈키호테가 고전의 반열에서 많이 읽히는 것은 생생한 캐릭터와 즐거운 모험 그리고 인간군상의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