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데브라 N. 맨커프 지음, 정상희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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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예술가는 무엇을 훔쳤을까 - 데브라 N. 맨커프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좋은 예술가들은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들은 훔친다>는 말을 피카소가 했다고 알려지게 된 것은 스티븐 잡스 때문이다. 잡스가 무려 1984년 애플의 매킨토시를 발표하면서 피카소의 말이었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많은 사람들(나 포함) 믿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말을 피카소가 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대신 영국의 시인이자 평론가인 T.S 엘리엇이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라는 말을 자신의 에세이에 적어둔 것은 기록이 있다.

모방과 훔친 것에 대한 유명인의 말은 차치하더라도 하늘아래 새로운 창조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이 드는 작품이 유사이래 없었을까. 결국 위대한 화가들도 뭔가를 그리거나, 감명 깊은 작품이 있었다면 그 영향을 어찌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좋아하는 작품을 따라 그려보고, 더 낫게 만들어보고, 내 색깔을 입혀보는 작업이 결국 본인의 색채를 찾는 길일테니 말이다.

내가 앞서 말한 예시를 책에서 제일 잘 드러내 준 작품이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1850)>을 모작한 고흐의 1851년작 작품이다. 고흐에게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은 굉장히 소심해보인다. 잘 그린 작품으로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은 농업이란 게 이토록 웅장하고 숭고한 소명의식을 가진이가 하는 일이었나 싶은 마음이 들게끔 인물을 그렸다. 영향받은 작가의 작품을 따라서 그려본다고 해도 언제나 더 나은 작품이 나오지는 않는다. 다른 이의 매력을 잠시 빌려만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히로시게의 <가메이도의 매화 정원(1857)>을 모사한 <꽃 피는 매화나무(1887)>은 한자까지 따라 그려넣을 정도로 유사했지만 원작을 양 옆에 두고 봐서 그런지 이번에도 원작의 승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초반에 등장한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검은색과 금색의 녹턴: 떨어지는 불꽃>이라는 작품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류고쿠의 불꽃놀이>라는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연관성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을 정도로 전혀 다른 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에 에도시대의 작품들의 전반적인 유행이 있었다고 생각해도 그렇다.

완전히 동시대에 같은 가족의 일원으로 확실히 영향을 미쳤구나 생각하게 된 작가와 작품은 클로드 모네가 연작으로 25작품 이상 그린 <건초더미>다.

특히 시카고 미술관에 연작 작품이 제일 많이 소장되어 있고, 계절과 시간대 별로 비교해 볼 수 있다. 모네의 제자이면서 조수였던 블랑슈 오슈데 모네의 <수확>은 확실히 더 풍부하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블랑슈는 모네의 의붓딸이었다가 모네의 장남과 결혼하면서 며느리가 된다. 같은 시기, 같은 시간, 같은 정물을 보고도 결국은 다른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 오묘했다.

이외에도 고전을 비틀어 재해석하기로 유명한 작가 마르셀 뒤샹은 모나리자 엽서에 콧수염을 그려넣는 등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이런 류의 반전은 커힌디 와일리의 기마상을 통한 반전도 현대에 맥을 같이한다. 와일리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였는데, 결국 스트리트패션과 인종의 전복을 통해서 권력의 주체를 비트는 법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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