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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사과해드립니다 ㅣ 새소설 24
고요한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10월
평점 :

대신 사과해드립니다 - 고요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잘생긴 서호수 사장님이 스타벅스에서 여자분께 대신 사과해드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분이 하는 일이 바로 <사과 대행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정중하게 쏘리 플라워라고 이름 붙여진 꽃다발과 함께 사과를 하고 싶은 위임인을 대신해서 사과한다. 첫 등장은 지금 다쳐서 병원에 있는 로또 1등을 맞아놓고 아내와 몰래 이혼을 한 남자의 의뢰다. 결국 시켜놓은 밀크티가 부어지고, 무릎을 꿇고(사과 받는 사람이 시킴), 사람들의 시선을 온 몸에 받는다. 종국에는 사과를 다 하고, 사과 받았다는 증명서까지 야무지게 받아간다.
결국 사과라는 것이 잘못한 사람의 마음 편하자고 하는 것이긴 하지만, 때를 놓쳐서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대신하는 것이다.
사과 대행 서비스가 진짜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때 일본에 이색 직업으로 등장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심지어 맞아주는 서비스까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책은 그정도로 선을 넘지는 않는다. 그러나 폭력을 받아주는 것 보다 더 스펙트럼이 넓었으니 살인자의 사과도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사람을 죽인 죄를 사과로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이 의뢰는 호수 사장님이 받은 것은 아니고, 쏘냐가 신부님을 통해서 받아왔다. 친구를 차로 치어서 죽게 만든 남철은 자신의 무죄를 호소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친구를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사과를 하고 싶어한다. 실은 이 사람의 행태를 보면 정말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인지 자신의 억울함을 어필하고 싶은 것인지 그 무엇도 아니라 형량을 줄이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정말 짧은 12분간의 면회에서 간간히 나오는 대화 때문이다. 그래서 그 손자가 죽은 할아버지를 찾아가 쏘냐와 호수사장님은 사과를 하기로 한다. 이런 심각한 사안에 삼고초려 이상은 당연한 일이겠지. 스파이 전법, 미인계, 등등을 다 사용해 본다. 그러면서 계속 호수사장님의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의 한 축도 돌아간다. 사람이 사람에게 사과를 하면 받아줘야 하는 것인지. 어떤 사과가 진정한 사과인지. 실은 잘 모르겠다.
나 역시도 가능하다면 풀고 싶었던 문제가 있어서 최근 연락한 사람이 있는데 결국 회신을 받지 못했다. 사과의 사자도 꺼내지 못했다. 마음속 일부는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기도 하고, 미안한 감정으로 포장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그 어떤 것보다도 사과를 하려는 뻔뻔한 나 자신에 대해 조금 환멸이 나기도 했고, 그래도 시도는 해봤다는 홀가분함 양가 감정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가해자들은 우야무야 지나가버리는 게 아니었을까. 이 앙금이 시간이 희석시켜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아무튼 책속에서는 다리를 다치게 한 개에게 사과해달라는 노란 레깅스도 등장하고, 이상하지만 호수사장님은 그 의뢰도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이 사과를 받아야 할 입장에도 놓여본다. 이 일은 사과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받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녹이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어떻게 닿을 수 있을지에 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과를 하고 받아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들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