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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의 짧은 체류
스티븐 L. 펙 지음, 김항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평점 :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 - 스티븐 L. 펙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세상이 지옥이 존재하느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일단 지옥보다는 윤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지옥이 존재한다 치고, 그럼 어떤 곳이 지옥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언젠가 읽었던 평온하지만 그 어떤 사람도 만날 수 없는 혼자 있는 외로움을 주는 곳 일거라고 상상해 왔다.
이번에 만나보게 된 지옥은 색다르다. 일단 지옥은 도서관이다. 그리고 지옥에 떨어진 나에게 미션도 존재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소런 조핸슨 마흔 다섯살에 일찍 죽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넷 있는 백인이고, 몰몬교 신자였다. 몰몬교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주인공은 독실했고, 커피도 마시지 않을 만큼 삶을 정갈하게 살아온 듯 하다. 그런 주인공이 악마를 만나 조로아스터교가 아니면 다 지옥에 간다면서 친절하게 지옥을 안내한다. 지옥은 도서관이며, 자기 인생을 제대로 쓴 책을 키오스크에 넣으면 탈출할 수 있는 간단한 미션을 준다. 얼핏 활자를 좋아하는 나에게 지옥이 도서관이고 책 읽는 미션이라면 이거 할 만한데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상상했던 혼자서 평생 찾는 것도 아니고 말도 통하고 같은 미국사람인 사람들도 꽤 있는 것이 아닌가. 안내문에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씻을 수도 있고, 밥도 나온다. 밥을 무인도처럼 해먹는 것도 아니다. 불이 켜져 있는 키오스크에 말하면 뚝딱 하고 나온다. 다만 자살을 해도 다음날 다시 부활하는 시스템이라 결국 그 인생책을 찾아내야만 한다. 문제가 있다면 책을 열어보면 제대로된 단어조차 찾기 힘든 책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주인공은 거기서 처음에는 주저하지만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복수하고 싶은 놈들에 의해 그녀를 잃는다. 참 어디가나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파벌을 형성하려는 놈들은 있더라. 읽으며 <눈먼자의 도시>에서 사람들을 장악하고 금품을 갈취해서 먹을 것으로 통제하는 놈들이 떠올랐다. 이런 게 결국 인간의 본질일까.
결국 다 읽고 나면 이 제목에서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무한하지 않은 곳에서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해나가는 것 그것이 지옥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