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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ㅣ 트리플 37
임솔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평점 :

우리가 보고 있지 않았던 장면들 - 임솔아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트리플 시리즈의 37번째 책이다. 최근 이상문학상에도 당선된 임솔아 작가가 반가웠다. 책은 트리플답게 아주 짧은 단편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금빛 베드 러너>의 지윤은 자신의 병명과 엄마의 병명 사이에 굉장한 혼돈을 겪고 있다.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지를 알기 때문에 평생 동안 웃음을 연습해왔다. 어느 날 만난 엄마가 준 흰 봉투에는 <힘내십시오>라는 글자와 함께 내가 애인에게 썼던 편지와 엄마가 준 얼마간의 돈이 들어있었다. 널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내가 쓴 부치지 못한 편지를 엄마는 왜 나에게 준 것일까. 그와 별개로 엄마의 병을 핑계로 호캉스와 전시를 함께할 계획을 세운다. 환자와의 일정이 그렇듯 지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나를 걔들과 다르다는 식으로 편을 나눴던 상담사가 계속 생각난다. 어떻게든 멀쩡한 무리에 껴 줬으니까 고마워 해야 하는 걸까. 그냥 사람들도 다들 남의 속은 모르고 산다. 어차피 알고싶지 않은 것일 지도 모른다.
<도희의 한 시간>은 기차라는 공간 안에서 도희 삶을 회상하는 형태로 그려져 있다. 나는 거의 열차 여행을 하지 않는다. 정말 다녀온 곳들이라면 경주 정도일까. 그 정도로 멀지 않다면 차를 선호하는 편이다. 도희처럼 내 자리에 누가 앉아있다고 해서 물러나는 사람도 아니다. 모르는 사람과 말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중간에서 종착지가 갈라지는 산천 KTX를 탔던 생각이 났다. 제대로 탔음에도 불구하고 전전긍긍 했던 때가 있었다. 집에서 꽤 가까운 곳에는 다른 방식의 열차가 다니는데, 갑자기 그 생각이 났다. 열차란 타면 모름지기 꼭 그 곳에 정시에 도착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 않나 하는. 차 말고 기차로 갑자기 다시 경주가 가고 싶어졌다.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있었던 것처럼.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쉴 곳>이다. 민영은 엄마와 아빠처럼 오빠 민기 부부의 손에서 자랐다. 지금은 정화와 민기가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하는 길이다. 회사에서는 반항도 사과도 받지 못한 채 밀려나 퇴사했다. 몸과 마음이 나도 민영처럼 지친터라 어딘가 쉴 곳으로 가는 민영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물론 그 쉴 곳에 왔다고 하여 내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화의 이유도 민기의 이유도 있지만, 각자의 버티는 삶이 녹록치 않았음을 알기에 서로 대립하는 긴장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케렌시아는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