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노, 남겨진 아이들 - 누군가는 반드시 기록해야 했던 책임에 관한 이야기
장영진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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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남겨진 아이들 - 장영진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주변에 필리핀으로 매년 선교를 가시는 분들이 있다. 특별히 코피노를 도와주시는 것은 아니지만, <코피노, 남겨진 아이들>에서 바로 사진으로 등장하는 집의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정말 그러할까 라는 물음에서 진짜 그렇구나, 그 정도의 빈곤이 그 나라에도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코피노의 문제가 한국인으로서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사랑이든 매춘이든 어떤 과정으로든 한국인과 필리핀 사람의 관계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 그것이 책에서 계속 말하는 코피노다. 책 역시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죄가 없기에 그 생부를 찾고, 양육비를 받아내고, 소송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해야 하는 일로 설명하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나 몰라라 하는 배드파더스에 대한 생각은 같다. 그러나 이 일을 현재는 구본창 선생이 주도하는 위러브코피노(WLK)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에 가난을 언급한 이유가 코피노의 어머니들이 브레드위너(가장)로 시골에서 유흥업으로 나가며 만나는 경우의 수가 많다는 것이었다. 가난하다고 모두 화류계로 가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퍼센트가 꽤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버지를 찾았을 때 늘 나오는 이야기가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아느냐>라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필리핀의 문화적 특성인지 모르겠으나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지도록 한턱을 크게 내고, 돈이 생기면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써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저자인 한국은 왜 저렇게 빚이 있어도 당장 갚지 않고 한 달 치 월급을 다 써버릴까, 지원금을 받으면 종자돈으로 사용하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지원이나 소송을 통해 받는 양육비가 아이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을까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고 한다. 나 역시 이 단체에 대한 지원을 생각했다가 더 숙고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WLK가 소송을 위해 착수금을 받지 않는 대신 사후 정산을 하게 되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어떻게 해도 돈이 없지만 친부를 찾아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일 자체가 쉽지 않겠다 싶었다. 중간에 친부를 찾아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소송을 더 이어가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엇을 더 하라고 하겠는가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이어지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복잡한 사연이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에 대해 만나본 다양한 케이스들을 담아서 코피노 부모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된 것은 좋았다. 그렇지만 친자 확인되고 양육비에 대한 판결문까지도 받아 놓고, 거주지 불상 혹은 양육비 미지급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꺼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분개하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정말 국가적으로 어떤 제도로 강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나 국내에도 이혼가정에서 양육비도 안내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한데, 그것보다 더 하면 더했지라는 생각에 이르자 더 고통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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