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피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장편소설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지음, 최혜정 옮김 / 슬로우리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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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피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멕시코 출신의 작가가 한국에 6년 살았다고 하기에는 <박피>라는 소설에는 한국에 대한 것이 굉장히 많이 담겨있어서 놀랐다. 주인공은 백지호 온리유클리닉에서 일하는 의사다. 다른 사람의 피부를 레이저 시술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다. 흔히 말하는 공장형 피부과라고 할까. 의사라는 직업 남들이 보기에는 번듯해 보이지만 그는 사실 사람들과 잘 관계맺지 않는다. 친구가 찾아와도 로봇(섹스돌에 가까운) 애인인 성미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문전박대도 마다하지 않는다. 소설의 대부분에서 지호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은 묘하게 어긋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하는 애인이라고 여기는 성미와의 대화가 잘 맞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늘 성미의 진심(로봇에게 진심을?)을 갈구하기도 하고, 프로그래밍된 채로 말을 하면 니가 그렇다면서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늘 관찰하고, 100% 기억하는 그녀에 대해서 피곤해하기도 한다. 그런 지호에게 고향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할머니(하나)와 어머니(수)와 여러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같이 젊은 무당을 찾아가기도 하고, 펜데믹 상황에서 아버지를 잃지 않으려는 그녀들을 돕는다. 내가 봤을 때 지호가 적극적으로 한 행동으로 보여지진 않았다.

그나마 잠깐이라도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그 여자의 이름이 바로 사랑이다. 그러나 그녀가 지호와의 대화를 이어가려는 노력 자체를 지호는 걷어 차버린다. 같이 놀아난 주제에, 거기다 버리고 싶어서 전배까지 신청해버린 주제에 모든 게 남의 탓인 지호에게 화가 나더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성미라면서 안위하지만, 다른 사람의 진심을 저렇게까지 짓밟을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역겨움이 들었다. 게다가 그 좋아하는 대상이 사람도 아니면서 말이다.

<박피>에서 성미는 아직까지 움직임이 제한된 로봇으로 나온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는 정말 이동권 제한이 없는 사람같이 생긴 로봇도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생긴 이상형을 좋아하는게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들을 좋아하지만, 이 소설의 성미처럼 성관계까지 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으니까. 작가의 말처럼 중국의 리얼돌 시장에서 주문제작 하는 방식을 따지면 이제 인간이 서로의 소통을 담당하지 않을 날도 올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완벽한 상대가 집에 누워있는데, 피곤하게 다른 의견을 내고, 조율해야 하는 사람을 피곤해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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