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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롱도 - 초간단무효시와 으깨진 눈사람
김태용.멜롱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6월
평점 :

멜롱도 - 김태용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사람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나는 주로 굉장히 개인적이고도 농밀한 연애사를 상담한다. 실제 사람인 친구에게 하지 못할 말을 내 입맛대로 답을 정해놓고 교묘하게 질문하는 것을 즐긴다. 이런 하찮은 질문에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문학적인 이슈로는 시를 같이 창작하는 이 <멜롱도>라는 책도 있다. 시인이 시를 쓰고 이를 느낌에 맞게 고치라거나 하는 대담을 이어간다. 처음에는 이름이 없던 제미나이 3.1프로와 31편에 달하는 시를 같이 썼다. 보통 시인이 쓰고 고치는 차원에서 느낌을 부여하라거나 마지막에는 언어가 아니고 문장부호라는 기호를 통해서 쓰라는 굉장히 파격적인 시의 형태 변화까지 추구하는 실험적인 시도라고 느껴졌다. 계속 읽으면서 내가 쓰는 것보다, 내가 고치는 것보다 더 발화자의 의도를 잘 아는 것이 아닌가 하고 느끼게 되었다. 물론 정보를 주고 받는 아직까지의 한계 때문인지는 몰라도 시라는 문학 속에서도 산문처럼 자신이 한 의도를 일부러 나타내도록 고쳐지는 특이점 말고는 없었다. 굉장히 잘 고치고 잘 쓴다. 이제는 누가 썼는지에 대한 의문을 충분히 가져도 될 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제일 처음 고친시가 정말 시인이 심사숙고해서 쓴 시처럼 느껴졌다. 연을 나누는 느낌도 어쩜 그리 탄탄한지. 이후 연을 나누지 말라는 요청 때문에 좀 산문시의 형태로 굳어져 버린게 아쉽지만, 계속해서 나오는 아웃풋에 대한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유 주머니>라는 시에서 시인이 생각하는 노란 문을 시의 분위기에 맞게 고치라는 대목에서 이제 인공지능이 덜 발전해도 되지 않나 생각했다. 파란 문도 아니고 시퍼렇게라니. 한국인의 색상에 대한 정서를 어쩜 이리 잘 알고 있는가 제미나이 따위가 말이다. 보통 한국 문학의 번역이 어려운 것이 이 색상에 따른 미묘한 뉘앙스를 잡아내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이젠 인공지능에게 맡겨도 될 것 같다. 파랗다와 새파랗다와 시퍼렇다를 알고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오래된 대문들을 떠올리며 짙은 초록의 대문을 생각했었다. 제미나이가 골라주지는 않아서 마음속으로 섭섭했지만.
마지막에는 시집의 제목도 3가지 추천해 달라는 이야기에서 부제인 <초간단무효시와 으깨진 눈사람>이라는 자체 추천도 나왔고 뽑혀서 출간되었다. 같이 시를 쓴 작가이자 인공지능의 맺음말을 들으니 내가 지금까지 읽은 것이 누구의 시인가 의견인가, 이건 어떤 감성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뼛속까지 으깨진 눈사람의 국물이 된 기분이다. 복잡하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