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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시간과공간사 클래식 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손현주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26년 4월
평점 :

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많은 책에서 인용되는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그대로 읽어보고 싶었다. 언젠가 버지니아 울프가 쓴 유서 전문을 읽고 싶다고 한 적이 있는데 <자기만의 방>에 사진과 함께 전문이 실려 있었다. 꽤 담담하게 적었으나 결국 자신의 삶을 마감하겠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넘어갈 수 있다. 생각지 못하게 자신을 따라다니는 신경쇠약과 발작등으로 얼마나 고생했을까.
1929년 기준으로 500파운드라는 돈은 7천만원쯤 된다. 꽤 괜찮은 연봉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12개월로 나눈다면 580만원 정도. 특별히 일하지 않고 연금처럼 이 돈이 들어온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실제로 연금복권 1등 당첨 월금액이 700만원이고, 실수령액으로 하면 540만원 정도라고 한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다. 드디어 여성에게도 참정권이 주어진다는 소식보다 자신한테는 예기치 못하게 사망한 고모가 물려준 500파운드가 더 소중했다고 말이다. 그녀는 결혼도 했지만, 여성이 글을 쓰는 데 있어 필요한 조건인 경제적 독립이 훨씬 더 컸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들렸다. 이외에 자기만의 방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렇지만 제인 오스틴 조차도 자기만의 방이 없이 거실에서 창작을 실천했고 명작인 <오만과 편견>을 만들어 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다 100년 뒤에는 여자들도 나가서 돈을 벌게 하고, 남자들과 같이 부대끼면 얼마나 바뀌었겠냐고 말이다. 공교롭게 거의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1930년대의 영국과 완전히 다르네요> 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하고 싶다. 그녀가 꿈꾸던 세상은 지금보다 더 바뀐 판이었을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전처럼 자신의 경제력이 남편에게 귀속된다거나, 더 오래전인 1400년대에는 남편이나 아버지에게 매를 맞아도 당연시 되는 시대는 아니긴 하다. 아주 없어졌다고는 말할 수 없고, 좀 더 교묘해진 세상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는 더 슬퍼하지 않을까.
본격적인 자기만의 필요충분조건이 나오기 전에 슬쩍 지나가는 <세상은 원하지 않는 것에 돈을 지불하지 않아요>라는 말도 기억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만 많이 읽은게 아니라 자본주의와 사회 관계론적으로도 버지니아 울프의 통찰력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세상의 관심을 얻으려면 욕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슬픈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이 더 지난 후에 사람들이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했단 말이야? 말도 안된다고 손사레 치는 시대가 도래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