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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안효원 지음 / 밤나무 / 2026년 1월
평점 :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 안효원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제목만 보고서는 어디서 또 안식년처럼 1년 정도 시골살이 한 사람의 글이 아닐까 하고 가재미눈을 했다. 최근 한 달이나 일 년의 경험으로 책을 내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다. 그러나 작가는 달랐다. 프롤로그에서처럼 서울에서 기자와 글밥으로 먹고 살았으나 어느 날 갑자기 닥친 근무력증으로 인해 2010년 포천인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5년째 포천에 살고 있다. 나도 포천 근처에 살고 있어서 그렇게 두메산골 느낌인가 했는데, 비둘기낭 근처에서 포켓몬고를 하셨다는 것을 보면 아주 포천에 가까운 시골인 것 같다.
작가는 처음부터 내가 어쩌다 이렇게 논에서 벼를 도와 농사를 짓는 우렁이처럼 시골에 오게 되었을까를 한탄하였다. 보란 듯이 평생 농사를 지은 아버님 대신 굉장한 스마트 농법을 제시해서 우뚝 서 보일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볍씨를 모판에 틔우기 위해 한 일이 고온에 삶듯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모가 자라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모내기를 위해 품앗이 온 모든 인원들의 리스케쥴링이 더 긴박했다. 걸구치게 옥수수가 왜 있는거야 하고 뽑아냈는데, 아버님이 누가 심지 않았으면 이렇게 일렬로 가지런히 있겠니? 하고 재미있게 풀어내셨다. 더덕도 마찬가지, 소일거리 삼아 뒷동산 길을 내려고 했는데 고이 심어놓은 더덕을 다 없애버렸다. 이건 교묘하게 멧돼지한테 덮어씌웠었는데 이 일로 탄로가 나서 어쩌나 싶었다.
그래도 망가진 기계를 수리비를 내서 고쳐 쓰는 데서 오는 아버님의 혜안과 작가의 즐거운 논에 물 대기 등의 에피소드로 내가 먹는 한 끼의 흰쌀밥이 이렇게 많은 수고를 통해서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알았다. 태풍이 오면 그동안의 고생이 무력하게도 논은 초토화가 된다. 그렇지만 도시의 삶처럼 나를 채근 할 수는 없다. 농사일이라는 것은 자연의 뜻 조차도 받아들이는 일이다. 완벽하게 아버지의 그늘 없이 성공한 농부가 되지 않았다. 효원은 아직도 열심히 농사와 친해지는 중인 농부다.
이외에도 포천에서 초등학교 관련 위원장을 하고, 부천댁이 독서 모임을 하는 등 자신이 살고 있는 지방 소도시에 대해 열심인 부분이 기특했다. 가끔식 도시에 가면 배달이라는 신 문물을 아이들에 선사해준다는 효원농부. 굉장히 소멸되어가는 도시에 사는 현실을 잘 드러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