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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나는 낮에도 깜깜한데? - 마음의 빛을 보는 시각장애인 심리상담가 김현영 에세이
김현영 지음 / 저녁달 / 2026년 1월
평점 :

얘, 나는 낮에도 깜깜한데? - 김현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발레를 전공하고 지도 교수까지 역임한 저자가 시각을 잃은 전 생애를 그린 에세이다. 개인적으로 시각장애인과의 조우는 (그나마 만남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정도) 십여 년 전 회사 일로 클라이언트를 만났을 때였다. 시각장애가 있으셨지만 (실은 실례라 전맹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굉장히 똑똑하셨고, 사람과의 대화를 거의 외우고 복기할 정도의 능력을 가지셨던 사장님이었던 터라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보이지 않으니 상대방이 한 말을 외워서 설전을 펼치셨던 기억.
작가는 1990년대 초반에 망막색소변성증을 진단받고 2004년에 시각장애인 1급이 되었다고 한다. 천천히 자신의 빛이 소멸되어 감을 여러 가지 에피소드로 절절히 드러낸다. 부모님과의 틀어짐, 형제들과의 미묘한 불화. 가정 내에서 남편을 떠나기로 결심. 은둔생활로 삶을 이어나가야 할까 라는 고민까지 말이다. 초반에 등장하는 굿 강권은 정말 기가 막혔다. 아직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멀리 온 사람들에게 그들은 그러고 살고 있을까. 어디서나 약해진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들어와 상처주는 사람은 정말 추악하다.
그러나 결국 시각장애인 복지관으로 발길을 한다. 점자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각장애인에게 묵자는 일반적인 글자이고, 점자가 책을 읽는 등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용도이다. 공부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는다. 공무원 수험에 2년 도전해서 결국 허무하게 실패로 마무리 한다. 응시 시험장 선택이 잘못된 일화였는데, 앞이 보였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기회를 날려보내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작가 자신이 제일 많이 했을거라 생각했다. 읽는 나도 얼마나 안타깝던지.
이후에는 공무원 수험을 그만두고, 하고 싶었던 석사과정으로 심리학을 공부한다. 이후 박사까지 공부해서 마쳤다. 공부에 대한 열정도 열정인데, 그 수많은 시간 동안 대전에서 고려대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온 수많은 시간과 에피소드에 나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지하철 탑승 시 도움을 주는 공익 근무요원이 선글라스도 안 쓰고, 흰 지팡이도 없는데 어떻게 시각장애인인지 알아보냐는 말 때문이었다. 나도 시각장애인에 대한 전형적인 모습을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힘든 이동을 무릅쓰고 공부하고, 다 이겨낸 작가가 책 초반에 삶을 포기하고 은둔하고 있었던 사람과 동일인인지 의심될 정도로 변화한 삶을 지금 살고 있다.
심리학 공부로 일반인과 시각장애인도 돕는 심리상담센터를 개소하였다. 자신의 장애만이 아니라 지체장애인들과의 이야기들을 통해 전반적인 장애우들의 어려움과 현실을 알려주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작가를 통해, 지금 내가 주저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이유도 정당화 될 수 없음을 느꼈다. 노력과 극복만이 그녀에게 있다.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