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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담긴 낯선 그림들
김원형 지음 / 지콜론북 / 2025년 11월
평점 :

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 김원형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재주는 정말 하나도 없지만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왜 그런가 하면 책에 등장하는 르누아르의 말을 인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림은 즐겁고, 아름답고, 예뻐야 한다. 그렇다, 예뻐야 한다. 세상에는 이미 불쾌한 것들이 충분하니, 우리가 더 만들어낼 이유는 없다.> 미감을 충족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물론 아름답기만 하다기보다 불안이나 어둠을 그린 작품들도 좋아하고 사랑한다. 아름다움이 1순위일 때도 슬픔이나 분노가 1순위일 때도 있기 때문에
책은 그동안 읽은 유명한 작가 18명의 숨겨진 그림들을 담았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이고 그들의 명작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테지만 이 책에서 만난 작가들의 작품은 거의 다 모르는 것이었다.
아직도 버킷리스트로 클림트의 <키스>를 보러가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다. 벌써 15년째 이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구스타프 클림트가 사람들의 인맥과 입방아와 시선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역의 한적한 호숫가에서 풍경화를 그렸다는 것은 몰랐다. 정사각의 캔버스를 택해서 여름마다 잘츠카머구트 지역에서 가장 큰 호수인 아터제에서 보냈다고 한다. 보통 그 당시의 작가들은 가로로 긴 캔버스로 자연과 사람을 동시에 담았지만 클림트는 인기작이 인물화였던 것과 별개로 풍경만을 담았다. 굉장히 담담한 느낌이었다. 마치 정화하듯이 말이다.
또 자화상과 인물화로 유명한 에곤 실레도 집들을 그린 작품들을 실어 안내해주었다. 길쭉하고 고독하다 못해 처연하지 않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에곤 실레라니! 어머니의 고향인 보헤미아의 작은 도지 크루마우를 방문해서 집들을 그렸다. 분명 집이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는 추상화 같은 집들이었다. 색도 그렇고. 실제 존재하는 집을 모티브로 그렸으되 굉장한 작가만의 재해석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네가 북부의 바다를 그린 작품을 그렇게 많이 남긴 이유.
드가가 무용수들 만큼이나 경마장과 기수를 많이 그린 이유.
사랑한 작가들이 리스트에 있다면 꼭 읽어봤으면 하고 추천한다.
안희연 작가를 통해서 나는 처음 알게 된 독일의 케테 콜비츠의 작품들도 좋았다. 그녀가 동시대에 살아있는 여성을 다룬 시각을 심도있게 파헤져준다. 자신 역시 전쟁으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이며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음이 잘 느껴졌다. 단순한 색감이지만 그를 통해 더 대비되는 슬픔들이 드러났다.
지금껏 읽었던 많은 명작들의 뒷얘기도 좋았으나, 작가들이 또 사랑한 다른 분야에 대해 더 폭넓게 알게 되어서 그림 애호가로서는 굉장히 뜻깊은 시간이었다. 다음번에 오르세에 간다면 앙리 루소가 그린 그림속의 그녀들이 더 반갑지 않을까 싶다. 세관원이었다가 일요일의 화가라고 호도 당했으면 어떤가, 그의 진심은 이제 세상 사람들이 다 아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