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 세계 명시 필사책
김옥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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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 김옥림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벌써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지나간 2025년의 마지막을 좋은 시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다.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반은 한국 시인들의 시, 나머지는 세계 시인들의 시로 채워져 있다. 시가 있고 반대편에는 바로 필사할 수 있는 여백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작가가 알려주는 해당 시에 대한 정보와 글들이 실려있어 시와 여운을 느끼기에 좋았다.

그리고 책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표지가 너무 예쁘다. 미감이라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된 만큼 아무리 좋은 내용이 있더라도 가지고 싶어야 하는 책이 되어야 하는 것 또한 미덕이 되었다. 또 한가지 문구 덕후인 내가 말하자면 실제본이 되어있어서 필사할 때 책을 누르거나 할 필요가 없이 개운하게 180도 펼쳐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필사책이 나왔지만 실제로 책에 필사를 할 때 휘어질 글씨가 두려웠는데 이 책은 그럴 염려가 없다는 것이 굉장히 좋았다.

이제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면,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짧은 시일테지만 이 시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지금이 겨울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고, 외우기 제일 편해서 그럴 수도 있다. 윤동주 시인의 <호주머니>라는 시다.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이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윤동주 시인이 동시도 썼다는 것을 몰랐기도 하거니와 시의 언어적인 음률이 너무 좋았다. 갑북갑북은 평안도 방언으로 <가득>을 말한다고 한다. 가난한 화자는 주머니에 넣을 것도 없지만 추운 겨울에는 호주머니에 역시 넣을 것은 없지만 주먹을 가득가득 넣어 다닌다는 애처로움이 느껴진다. 지금도 추우면 손을 호호 불면서 발을 동동구르는 어릴적의 나와 지금의 나도 그려진다.

세계 시인의 시 속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이런 사랑>이 생각난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가 했던 사랑이 이 시에서는 굉장히 아름답게 그려져서 놀랐다. 더 나아지지 못할 것 같은 자신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표현한 감성으로 생각하면 더 처연한 느낌이었다. 그 어떤 것도 계속 보고 사랑하면 질릴 수 있지만, 당신은 한번 도 그런 적이 없었다는 그 솔직한 고백이란. 나는 이처럼 누구에게 푹 빠지지만 이런 고백을 누구에게 듣는다면 감동적일까 혹은 무서울까 하는 양가적인 감정도 들게 되는 시였다. 그래도 매일매일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퍽 행복한 일이겠지.

로버트 해리의 <지금 하십시오>는 새해의 시작에 어울리는 시로 반가웠다. 바로 지금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사랑한다는 말을, 고마움을 표현하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여러 번 해당 실린 시들을 음미하며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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