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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안내서 공주
이진희 지음 / 파랑 / 2025년 12월
평점 :

기억안내서 공주 – 이진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올 봄 멀리 혼자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공주를 들렀다. 물론 들렀다는 표현이 정확하지만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아서 즐겁게 다녀왔다.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은 공주 사람들이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지금도 그 말을 처음 들어봤지만 우연찮게 들른 봄 갔던 마곡사는 너무나 공주에 다시 가고싶은 이유가 되어버렸다. 작가는 그래도 가을날의 마곡사를 유달리 좋아한다고 한다. 가까운 다녀올만한 사찰로는 갑사, 동학사, 신원사 등이 있다.
공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자신의 유년 생활과 부모님의 마지막이 담긴 고향인 공주에 대한 책을 내놓았다. 첫 에세이이자 첫 책에서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를 받는 사람이 흔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공주라는 인연이 그들을 엮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나태주 시인의 아는 선배의 딸이 그녀였으니까.
책을 펼치면 외지인인 나 같은 사람들이 지도에 표시해두었을 <공주 메타세콰이어 길>이 나온다. 물론 책에는 이 길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다. 그렇지만 그만큼 눈길을 사로잡는 풍광의 길은 맞다. 나 역시 봄에 다녀왔고, 다녀온 소감은 이렇다. 공주에 사는 사람들은 운동하러 찾는 곳이고, 관광객들은 사진 찍으러 오는 곳이구나! 여실히 느껴졌던 봄의 정취가 생각났다.
미나리깡에서 스케이트를 타던 추억, 호서극장, 아카데미 극장 등의 옛날 이야기에서는 옛 시절 공주를 추억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 극장에 대한 추억은 없지만 그래도 리뉴얼한 신기한 곳이니 지나가다 들러볼 수도 있겠다. 우리 동네에서 내가 다녔던 단관극장은 이미 다 사라진지 오래인데, 지역에 오랫동안 랜드마크로 있었던 단관극장들의 말로를 들으면 내가 다 아쉬운 심정이다. 이제는 대형배급사들의 멀티플렉스가 아니면 가지 않는 형편이 되다보니까.
이외에도 아쉬움이 있어야 또 오겠다 싶어서 미뤄둔 공산성 방문을 꼭 하고싶다. 공산성 금서루 앞 회전교차로 한가운데 있는 무령왕 동상이 360도 회전이 가능한 것이란 걸 공주사람들도 아는지 궁금해졌다. 10월부터 4월 까지는 원도심을 바라보는 쪽으로 서 있는단다. 5월부터 9월까지는 서쪽으로 향해 있다고. 이번에 공산성을 다녀오게 되면 역시나 4월에 봤던 방향이겠지만, 또 다른 날 방문하면 바뀐 동상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