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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달콤쫄깃 시골 라이프 쌩리얼 생존기
원진주 지음 / 해뜰서가 / 2025년 11월
평점 :

시골집에 살고 있습니다 - 원진주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나는 평생을 경기도민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인생의 반절 넘게 촌에서 단독주택에서 살았다. 그래서 늘상 뼛속부터 도시인이 귀농을 꿈꾸면 굉장히 말리는 편이다. 일단 지금까지 도시의 무관심에 익숙하던 사람이 들고나고 하는 것까지 참견하는 폭력적인 관심을 참아낼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내가 귀농에 찬성하는 지역은 많지 않다. 연고가 있을 것, 그렇지 않다면 적응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텃세라고 봐도 좋고, 좋게 말하면 친화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자 혼자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래도 평생 고향이었던 당진만은 피해서 귀촌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운명이 이끈 탓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진에 새로운 터를 잡았다. 집을 파시는 분이 인접한 두 채를 동시에 사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 때문에 갑자기 집이 두 채가 되어버린 것이다. 원래 남편은 방송피디고, 저자는 방송작가로 일하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아예 귀촌보다 5도 2촌을 하려고 했단다. 5일은 도시에서, 주말은 농촌에서 리프레시하는 느낌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농어촌 민박을 겸하고, 점차 남편분이 스테이 관리를 하게 되면서 본인만 서울 출타가 잦은 형식으로 고정되었다고 한다. 아마 점점 도시의 피로도보다는 흙을 만지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이 이들에게 더 맞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한번씩 광란의 밤을 보내러 서울로 출동했던 일화는 엄청 웃으며 읽었다. 아직 젊은데, 밤8시부터 불 다꺼진 시골에서 지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처음 지목 때문에 농사를 지어야 할 때도 네일아트와 농사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던 그녀가 이제는 디올가방이 아니라 신상 몸빼가 나오면 더 신나하는 것을 보면서 즐거움이 느껴졌다.
언제나 제철식품들을 먹을 수 있고, 모르는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면 그걸 온몸으로 제지해주는 이웃이 있다. 그들이 시골에서 사는 방법을 나름대로 잘 터득한 것 같다. 그나저나 시골살이에서 기동성인 면허는 필수인데, 얼른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더 기동력있어져서 시내로 커피도 슝 사러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