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투나 트리플 33
전하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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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투나 전하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트리플 시리즈는 두껍지 않은 책 속에 세 가지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꽤 좋아하며 많은 편을 읽었다. 이번에는 33번째 나온 트리플로 <시그투나>가 대표작으로 먼저 등장한다. 실제로 최영숙이라는 일제 강점기에 신여성이자 지식인으로 스웨덴까지 유학한 사람을 알지 못했다. 소설의 마지막은 그의 미래를 열린 결말로 두었지만, 굉장히 편협한 기사들로 인해 낙인찍힌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 그녀가 오래도록 살아내며 자녀도 그 시기에 홀로 꿋꿋하게 길러냈다면 지금의 평가는 씻어낼 수 있었을까. 한 사람의 죽음이 다 대변하지 못하는 그 사람의 노력들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참으로 아까운 사람이란 생각이다. 그렇기에 작품에서는 그녀의 뜻과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는 구조로 쓰여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제일 마음에 든 작품은 두 번째의 <인도차이나>. 나는 소설가고, 같이 북토크를 떠난 R은 영화 제작자다. 물론 둘은 꽤 불륜 사이처럼 보인다. 연인이라기엔 R의 말들이 미심쩍어서다. 마지못해 여행 삼아 소도시로 같이 떠나는 두 사람은 서로의 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서로를 길들이려고 각자 복도를 사이에 두고 앉아놓고도 그대로 간다. 나는 일정을 빨리 빼주지 않은 R을 벌 주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R역시 그러려면 그러라는 식의 태도다. 지금 그에게는 전화로 계속 불편함을 주는 후배가 있다. 처음에 잠깐 눈감아준 실수가 이제는 본인에 대한 원망이 되어 돌아오는 중이다. 그 관심 없음이 특히 R의 무신경함에서 드러나는 것이 느껴졌다. 작품 해설에서는 예전에는 상도 받을 정도로 반짝했던 능력마저 사라진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던데 나는 다르게 읽었다. 그 때와 같은 사람임을 바라는 게 무리라는 이야기는 이해하나, 가장 가깝다고 느껴지는 관계에서도 이렇게 자신만을 생각하는 개인화에 대해 더 크게 느꼈다. 마지막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마지막 이야기는 <조용하고 먼> 이다. 요새 내 능력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베껴쓰는 많은 문장들을 옆에서 예전의 내가 지켜본다면 비슷한 대화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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