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질긴 매듭
배미주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평점 :

질긴 매듭 - 배미주 , 정보라 , 길상효 , 구한나리 , 오정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여성 소설가 5인이 <모계전승>이라는 주제로 단편을 엮어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구미호와 계승을 잘 버무린 <엄마의 마음>이었다. 엄마라고 믿었던 사람이 어느 샌가 엄마가 아니고, 줄담배를 피우는 여자가 갑자기 찾아온다. 엄마라고 한다. 그러면서 대뜸 첫딸이 딸을 낳지 않으면 자신이 죽으니 이제 빨리 그 일을 해치우라고 한다. 친모라는 사람이 나타난 순간부터 완은 갑자기 검은 형체를 보게 된다. 그것이 저주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결국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한다는 설정이 스릴 있었다.
<거짓말쟁이의 새벽>은 쌍둥이지만 계속 비교에 시달렸던 지효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늘 뭐든 잘하는 지인과 달리 본인은 툭하면 급성 통증에 시달리며 입퇴원을 반복한다. 여기에 호주에서 살고 있는 이모 은조가 자신을 살뜰히 챙기면서 어쩌면 친엄마가 은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결국 지효는 한 사건을 통해서 자신이 아픔을 겪는 원인을 밝혀내게 된다. 여기에는 자신이 계속 작성했던 <원인 불명 기록부>가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자매가 없어서 자매애라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는 모른다. 늘 자매들끼리 나이들어서 친구처럼 지내는 것을 보면 제일 친한 친구가 되는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비교와 고민거리에 대한 간극은 심각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예전에 이해받지 못했던 사람과 지금 도움을 청해야 하는 사람 사이의 도움이 연결로 나타나는 소설이었다.
신선한 의미로는 <행성의 한때>가 있다. 7년 전에 갑자기 사라져버린 해린을 우연히 화성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무척 놀란다. 그녀의 할머니가 연구하던 마지막 말씀도 희안한데, 이제 지구가 아니라 화성이라니. 결국 그녀를 만나기 위해 화성에 도착한 나는 의구심을 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버린 해린을 인정하게 된다. 더 일찍 찾지 못해서 안타까워 할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행복을 찾아가게끔 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일 수 있다. 타인의 순수한 행복을 빌어주는 느슨한 연대와 사랑의 사이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