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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각도 - 매일 밤 연애소설을 쓰는 할머니로 살고 싶어
양선희 지음 / 나무발전소 / 2025년 9월
평점 :

사랑의 각도 - 양선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매일 밤 연애소설을 쓰는 할머니로 살고 싶은 소망이 있는 시인이다. 책은 사랑의 각도로 오래 들여다보아야 예쁜 <나무>가 장식하고 있다. 작가가 사랑하는 것 들은 강과 나무, 고양이, 책, 마지막으로 원주가 있겠다. 서울에서 어린 시절 살아서 많은 추억들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원주에서 30년을 살았다 한다. 책을 읽으면 수 많은 나무들이 등장한다. 식집사인 내가 제일 인상깊에 읽은 구절은 식물의 성장하는 모습을 특수 카메라로 촬영해보면 식물의 끝부분이 미세하게 떨린다는 것이다. 생명은 성장하며 떨리는 것이라니 그 얼마나 은혜로운 말인가. 최근 들여온 구갑룡이 이제 막 새순을 뽑아내고 있었다. 빛을 받으라고 식물등 스탠드 옆에 두었는데 그 얼마나 야무지게 감아 올라가고 있던지. 특수 카메라로 촬영한 식물의 끝부분이 떨린다는 건 아마도 그 녀석에게 최대한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일거라 생각한다. 오늘은 감고 싶었니 그래 열심히 올라가라 하고 두었는데, 다음 날 일어나니 제 몸을 풀러서 또 나풀거리고 있더라. 어디로 떨리게 가고 싶은건지 나도 계속 관찰중이다. 물론 이 에피소드는 젊은 시절 만났던 연인과 재회와 엇갈림을 식물의 떨림과 같이 맞물려 주어서 더 깊이 와닿는지도 모른다. 나도 몇 십년 만에 옛 정인과 다시 연이 닿는다면 무슨 말들을 할 수 있을까.
개복숭아 나무, 반계리 은행나무, 고향집에 있던 지금은 베어져버린 모과나무 등등 굉장히 작가가 아끼고 사랑했던 나무들이 많이 등장한다. 곧 만추가 다가올 테니 원주의 명물인 반계리 은행나무에 또 방문해봐야겠다. 작년에 처음 갔었는데 왕복 네 시간을 꼬박 걸려 은행나무만 보고 왔어도 아쉽지 않은 길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이른 단풍과 완연한 단풍일 적 재차 방문해보고 싶다. 가깝게 있는 용문산 은행나무도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신안에 있는 팽나무를 좋아하는데, 그것 또한 보러 가고 싶어졌다. 여긴 최소 1박 2일 거리지만. 나 역시 나무를 보고 있는 것을 좋아한다. 오래된 나무들은 영험한 산신령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앞에 서면 한낱 백년 사는 인간이 이 천년 고목을 신기해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웃음을 잃지 않으려면 사랑하는 것의 이름을 자주 부르란다. 그래야 진실된 사랑의 미소가 지어지니까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식물이고, 작가는 고양이 하로를 사랑한다. 당신이 사랑하여 눈웃음을 짓고 바라보는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