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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 새롭게 업데이트한 뉴 에디션 ㅣ 스타 라이브러리 클래식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민우영 옮김 / 스타북스 / 2025년 9월
평점 :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줄거리를 알 것이다. 나역시 그랬다. 노인이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고,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 뼈만 남겨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큰 구조는 그렇지만 직접 책을 읽고 나니 산티아고(노인)이 청새치(마를린)를 잡기까지의 혼자만의 독백과 상어와의 사투가 감명 깊었다. 초반에는 친구처럼 지내는 마놀린과의 우정과 유머도 한 몫 했다. 84일 동안이나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사람들은 산티아고를 재수 없는 늙은 어부 취급한다. 40일 정도까지는 마놀린과 같이 고기잡이에 나섰지만, 그 부모의 반대로 마놀린은 다른 배를 타게 된다. 일은 다른 곳에서 하고 있지만 그래도 다섯살 때부터 고기잡이를 같이 한 친할아버지 못지 않은 우정으로 마놀린은 산티아고를 보살핀다. 초반에 고기잡이를 나가기 전까지도 미끼로 쓸 정어리 두 마리를 구해주고, 끼니를 챙겨주고, 야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마놀린과 산티아고는 친구 같으면서 서로의 보호자 같은 느낌이다. 이는 산티아고가 청새치를 잡고 뼈만 남겨서 왔을 때도 같다. 총 길이가 18 피트(약5.5미터)나 되는 청새치를 잡았다는 것도 산티아고 혼자 결국 해냈다는 것도 그만이 믿어준다. 그리고 그게 비록 앙상한 결과로 돌아왔을지라도 다음을 위해 또 다시 나서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마놀린. 산티아고의 희망적 사고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대어의 꿈을 가지고 나서는 산티아고. 그는 늘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갑자기 큰 대어의 조짐이 생기고 삼일 동안이나 고기와 실랑이를 한다. 떠오르거나 원을 돌면서 지쳐가는 고기와의 싸움 내내 산티아고는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건다. 왼손이 쥐가 나서 견디지 못할때도 좋아하는 야구선수인 디마지오의 발뒤꿈치 타박상을 생각한다. 내가 아닌 다른 위대한 사람이라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그가 처한 아픔도 나와 같을까 같은 생각들이다. 돌고래를 뜯어먹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랑어를 뜯어 먹는다. 정 먹을 게 없을 때는 조류에서 털어낸 작은 새우로 끼니를 떼우기도 한다. 배보다 2피트 더 큰 청새치를 잡아서 결국 배 옆에 묶어서 다시 아바나 항구로 향한다. 문제는 청새치의 피냄새를 맡은 상어들이 계속 떼로 몰려 왔다는 것.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산티아고는 최선을 다한다. 처음에는 가장 좋은 부위 1/4을 빼앗겼군 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계속 상어의 습격을 받으며 죽이고, 칼을 잃어버리고, 손을 다치기까지 하지만 말이다. 결국 상어가 청새치의 머리를 습격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모든 게임이 종료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은 방망이까지 들어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다고.
다시 집으로 와서 죽음같이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마놀린이 커피와 먹을것으로 보살펴준다. 다시 둘은 앞으로의 고기잡이를 이야기하는 것에서 굉장히 큰 일이 있어도 결국 사람은 평생 해오던 일로 지탱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인생에 단 한번의 경험이 있더라도 결국 다시 해야하는 것은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읽기 전에는 굉장히 문장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대화체여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재독할 때 마다 산티아고의 심정이 조금 다르게 읽힐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망망대해에서 하나의 문제와 독대하는 각각의 선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