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가의 동물수첩 - 인생에 꼭 한번, 사막여우와 카피바라에게 말 걸기
박성호 지음 / 몽스북 / 2025년 8월
평점 :

여행가의 동물수첩 - 박성호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하는 여행에서 만나는 동물은 기껏해야 누워있는 떠돌이 개거나, 길고양이 들이다. 특히 개는 좀 무서워하지만 랜선 집사로서 귀여운 고양이가 있으면 발걸음을 멈추고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사진에 담는다. 나와 그 고양이와의 만남을.
<여행가의 동물수첩>은 확실히 세계여행과 오지여행을 두루 다니는 전문 여행가 답게 개나 고양이를 내세우지 않는다. 이름도 생소한 카피바라와 매너티, 올빼미 등이 등장한다. 각자의 동물을 만난 여행과 동물들의 그 무해한 귀여움을 온전히 담았다.
먼저 표지에 등장하는 아마존의 카피바라다. 꼬리가 없는 큰 설치류란다. 물론 아마존에 갈 일이 없으니 야생의 카피바라를 만날 길은 소원하다. 그렇지만 굉장히 유유자적하게 공기처럼 만났던 친구라고 한다. 굉장히 편안함을 주었기 때문일까. 표지까지 장식한 걸 보면 말이다.
이집트에서 만난 피리 부는 아저씨와 코브라는 미디어에서 많이 보던 내용이라 재미있었다. 코브라는 피리소리가 아니라 피리 부는 아저씨의 무빙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라고 한다. 멀리서 자신을 (자신과 코브라를) 사진 찍는 여행객이 있으면 정말 재빠르게 사진 찍은 팁을 강탈해가는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그럴 때 마다 늘 튀어나와야 하는 코브라는 항아리 뚜껑에 머리를 콩 박았다고. 그렇지만 또 눈앞에서 피리가 자신을 공격하는 것 같아 결국 몸을 휘저어야 하는 코브라는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릴 적부터 수영을 배우게 되어 굉장히 몸에 익힌 덕분에 매너티와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도 여행과 동물의 만남이 인생의 배움의 누적 결과라는 뜻으로 와 닿았다. 결국 인생에 있어 그다지 이게 도움이 될까 싶은 일도 다 본인의 자산이 된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수영은 못하는 것보다 꼭 배워둬야 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 속에서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 최근 수영을 오래 한 사람에게 핀수영에서 쥐나는 것 때문에 극복 못하고 수영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다들 그 정도가 고비라고 하던데, 물에서 핀을 차고 매너티든 돌고래든 프리다이빙이든 하면서 물속의 아름다움을 더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그렇게 수영을 접은 것이 어 십 수 년이지만, 그래도 핀은 없어도 잠영정도는 잠깐 가능하니 해조류나 작은 물고기 정도는 나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텍쥐베리도 직접 키운 적이 있다는 사막여우의 귀여움도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어쩜 저 여우는 그렇게도 귀엽게 생긴 걸까. 그 귀여움을 알았기 때문에 어린왕자의 중요 대사까지 맡겨버린 게 아닐까 한다. 사막여우를 만날 수 있다면 나 역시 네가 오기 한 시간 전부터 설렐 것이 분명하다.
세계 곳곳의 여행과 여행을 업으로 삼는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특별한 동물과의 만남이 특별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