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캔버스
김영호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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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캔버스 - 김영호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오늘도 예술의전당을 비롯해서 전시 몇 가지의 얼리버드 티켓을 예매했다. 그만큼 그림 보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다. 물론 원래 전시된 미술관을 가기 힘든 탓도 있지만 기회가 닿았을 때마다 봐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이름난 작품들은 꽤나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치유의 캔버스>에서 만난 작품들은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병이 있는 사람들이나 특유의 모먼트를 잡아내는 것이 다른 미술관련 책들과 차별화된 점이다. 저자는 서울대 의대 교수로 의예과 학생들이 공부만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인문학적, 미술학적 소양을 심어주고 싶어서 해당 강의를 준비했다고 한다. 덕분에 의사의 관점에서 해부학이나 질병을 유추할 수 있는 미술사를 들을 수 있었다.

<작품 속 모델의 인권은 어디에 있는가?>는 챕터의 램브란트의 <니콜라스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는 굉장히 쇼킹했다. 렘브란트야 워낙 빛의 화가로 유명하고 뒤에 실린 민병대의 출정리스트로 알려진 <프랑스 바닝 코크 대장의 시민군 행진>이 있다. 자화상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그러나 처음 접해보는 해부학 강의에는 시신이 누워있고, 이미 팔을 해부해서 의사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아마 의대생들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장면이었겠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1632년 작품인데, 벌써 해부학에 대한 발달이 기록된 것과 진배없으니 의학의 발달사도 같이 기록된 기념비적 작품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여기 사형을 당해서 누워있는 도둑은 1632131일 공개 교수 해부를 목적으로 사형된 아리스 킨트라는 사람이란다. 이를 통해 당시 해부는 범죄자의 시신을 주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람의 죄의 중함은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위대한 작가의 그림으로 박제가 되어버린 것은 또 다른 문제일 터. 이런 부분은 어떻게 여겨야 할지 고민스러워졌다. 해부는 동의했지만 그림으로 영원히 남는 것은 원치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외에도 뒤러의 <모피코트를 입고 있는 자화상>의 경우 굉장히 젊은 나이인 28세에 자신의 영역에서 부와 영예를 다 가진 뒤러의 자신감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귀신같이 작가는 그가 묘사한 가느다란 손가락과 우측 안면 비대칭을 이야기하고 있다. 난 아무리 봐도 모피코트만 보이는 것이 굉장히 돈을 많이 번 화가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점이 역시 다르구나 싶었달까. 굉장히 안면과 손을 자세히 묘사한 것을 보면 뒤러도 해부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도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롬바우트의 <이뽑는 사람>이라는 작품이 실린 파트에서는 박장대소를 했다. 지금도 나는 치과에 가는 것이 무섭다. 최첨단 엑스레이와 도구들과 발치를 통해 얼굴 교정까지 하는 이 마당에도 치과의 드릴 소리만 들으면 긴장되고 식은땀이 난다. 그러나 1635년의 치과란 것은, 특히 발치라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까웠다는 것이 굉장히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쌩으로 이빨을 뽑히는게 나은지, 고통을 감내하고 사는 것이 나은지 환자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것도 공포로 느껴지는 듯 하다. 지금 이 시대에도 이를 뽑아야 한다면 마취를 하고서도 엄청난 일인데! 굉장히 현대의학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꼭 환자와 질환자가 등장하지 않고 상징적 해석에 관한 내용, 종교적 내용 등 폭넓고 굉장히 신선한 시각으로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캔버스로 치유 받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미술사와 의학사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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