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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나의 안녕에 무심했던 날들에 보내는 첫 다정
김영숙 지음 / 브로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김영숙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단연코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꼽자면 MBN 대표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가 있다. 작가는 이 프로그램의 메인 작가로 8년째 굉장히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있다. 다른 작품들보다 실제로 살고 있는 자연인을 섭외하고 출연하게끔 하며 그들의 삶을 녹여내야 하는 원고를 매주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물론 최초 섭외는 막내 작가의 일이라지만, 매주 시사에 새로운 아이템에 차별성을 두어야 할 것들이 많이 보였다. 방송작가로서 특히 다큐멘터리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아버지의 최애 프로인 것과 별개로 나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산골에 숨어 살고 괴짜 같은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건강, 가족, 사업실패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사람들과의 물리적 단절을 선택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는 이 사람들이야 말로 인간관계에서 체면치레랄까 그 어떤 것도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이 필터를 장착해서 본다면 자연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을까 싶다.
방송작가라는 일 외적으로도 자신의 삶을 돌보는 글쓰기나, 사람들을 챙기기, 챙김 받기에 대한 내용도 많이 할애되어 있다. 돌아오지 않더라도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 한 달에 1건 정도는 정해놓은 사비를 들여 마음을 돌봐준다는 것이 썩 멋지게 느껴졌다. 나도 지금까지 생각나는 힘들었던 시간의 친구의 위로들이 내 삶을 받쳐주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나라고 왜 그런 사람이 될 노력을 하지 못했나 뜨끔했다.
다리와 건강 관련해서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숨기고 살아야 했던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으면서 삶을 이어가는 많은 부분이 다정한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가끔씩 만나는 이웃 주민이 속도 모르고 좋을때라고 이야기 했다는데, 모든 것이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이 된다는 것은 지금의 힘듦을 이겨내기에 좋은 지침이 될 것 같다.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에서 인용된 말인데, <지나간 것은 아름답고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을 떠올려 보겠다. 지금이라는 것은 살아나가는 데 고통이 따르지만 결국 아름다워질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