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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보의 사랑 ㅣ 달달북다 12
이미상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평점 :

잠보의 사랑 - 이미상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드디어 <달달북다>의 마지막 시리즈를 만나보게 되었다. 총12편을 전부다 만나볼 수 있었던건 엄청난 행운이었던 것 같다.
<잠보의 사랑>은 아버지에게서 굉장히 예민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주인공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독립하고, 소음과 관련된 에피소드로 연인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초반은 아버지가 얼마나 예민하고 집이라는 공간을 무소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불면증을 앓고 있는 나는 그 노력들이 과한 것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가족들에게 까치발 들고 다니게 한다거나, 모든 전자기기에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까지는 막지 않는다. 그런 폭력적인 시도는 아니지만, 그가 잠을 얼마나 갈망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지내고 싶어했는지에 대한 의미가 이해되었다는 뜻이다.
주인공도 그런다 하루에 2시간 자기와 하루에 17시간 자기 중에서 무엇을 택할 것이냐고. 불면의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2시간 자기를 택할지도 모르겠다. 2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은 굉장한 활력 속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채 말이다. 주인공의 말처럼 자신은 고통 속에서 누워있는데 누나와 엄마들이 누워있지 말고 몸을 일으키라며 몸을 써야 잠이 잘 온다는 소리를 들으며 미치겠는데도 움직여야 했을 때를 나는 절감할 수 있었다. 어지럽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도 잠이 오지 않아서 못자는 고통을 어떻게 알겠는가. 최근까지도 불면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원치 않는 조언들을 하는데 그냥 좀 냅뒀으면 좋겠다. 본인이 왜 못 자는지는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조절을 할 수 없으니까 병이지만. 여차저차 집에서 독립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니즈와 나머지 가족들의 대입에 대한 니즈가 합쳐져서 2층집으로 독립하게 된 주인공. 그러나 여기에서 빌런이 있었으니 2층에 살고있는 50대처럼 보이지만 40대인 선숙이누나에게 구조된 개다. 분리불안으로 짖는 줄 알았는데 유기불안으로 사람이 곁에 없으면 짖어대는 통에 자신의 불면과 개를 돌보는 살뜰한 마음에 이끌려 누나와 사귀게 된다. 마킹 실수로 인해서 여러번 파양당한 개를 구하고 그 녀석과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때그때 시간에 맞는 일을 해오다 보니 집을 비우는 시간에 시끄럽게 했을 거란 이야기였다. 그 때는 그 얼굴이 30대처럼 예뻐 보였는데, 헤어지기 6개월 전 쯤 제 나이(40대일까, 50대일까..)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대목에서 많이 슬펐다. 사람에게 끌릴 때와 아닐 때의 감정변화가 잘 느껴져서였다. 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다른 필터로 보는구나 싶어서. 친구가 제수씨와 같이 오라고 했지만 이미 헤어졌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주인공은 자신의 수면이라는 일차적인 문제가 해결되자 벌써 자신의 나이가 아까워진 것 마냥 얌체 같았다. 선숙이 누나가 등유 값이 비싸서 공립 수영장을 끊어서 씻으러 다니는 것도 궁상스럽게 보고. 역시 사람이란 그런 동물인가보다. 늘 급을 나누고, 누가 아까운지 고민해보는 관계에 대해 이기적인 존재.
수면이야기와 얽혀서 예민한 사람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지, 또 어떻게 접고 나오는지 짧지만 강력하게 알 수 있었다. 잠보라고 부르기엔 귀엽지만은 않은 주인공. 선숙이 누나가 헤어지자고 말할 때는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까 싶다. 제발 그렇게 변할거면 시작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