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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소란하고 다정하기로 해 - 그럼에도 사랑할 우리들을 위한 관계서
조수연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5년 6월
평점 :

기꺼이 소란하고 다정하기로 해 - 조수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냐고 묻는 이에게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다정한 사람>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완독하고 나서 바로 재독에 들어갔을 정도로 나에게는 따뜻함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내가 좋았던 부분은 나에 대해서 알아가고, 나에게 다정을 선물하기 위해서 알아야 하는 <나 사용설명서> 부분이다. 그리고 내 생각이나 행적과는 좀 다르지만 이별관련한 파트였다. 먼저 짧게 이야기할 이별 부분은 그렇게까지 바닥을 치지 말고, 좋은 마무리를 하라는 것이었다. 근데 그게 쉽지 많은 않다 사람 사이의 감정의 진폭이 다르기도 하고,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상대방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모멸감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책에서 준 조언은 상대방을 별로인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면 내가 그와 함께 했던 시간도 도매급으로 쓰레기 같은 시간이 되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똥차도 올려치기 하란 뜻은 아니다. 대신 상대방과의 시간을 통해서 좋든 실든 성장한 점을 찾으면서 나중에 만나도 머리끄댕이 잡지 않고 웃으면서 인사 정도 할 수 있는 교양인 같은 이별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너무 이데아적인 요소이긴 한데, 욱하는 성질을 좀 버리고 이별에도 체면치레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너무 날것의 이별을 하고 있나. 나녀석.
<나 사용설명서> 중에서는 미국의 심리상담가인 게리 채프먼의 사랑에 다섯 가지 언어의 개념을 알게 되었다. 이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스킨십, 봉사, 선물을 말한다. 당연히 서로를 존중하는 것은 베이스에 깔려야 한다. 그렇지만 함께하는 시간만큼 서로의 각자의 시간이 필요한지, 아니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연락하는 시간이나 패턴 등이 중요한지에 대한 개념도 속해있다. 스킨십은 이혼사유의 주된 파트이므로 각자의 속도와 패턴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놀랐던 개념은 <봉사>인데 연인간의 사랑에서 봉사라는 개념을 불교느낌이 아니라 서양적으로도 나타낸 부분이었다. 이 봉사의 포인트는 원하는 일을 기꺼이 제때 해주는 것이란다. 사랑의 봉사는 타이밍과 맥락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해주는 상대방은 친절한게 아니라 간섭하는 스토커가 되어버린다. 내가 무조건 해준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대전제인 네가 원한다면을 깔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의중은 신경쓰지도 않고 물질이나 시간을 전부 들이려 하는 것도 굉장한 이기심의 발로구나 하는 면에서 뜨끔했다. 나는 기꺼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제때 해주는 사람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해주고 싶다는 사랑이라는 핑계로 상대방을 구속한 것은 아닌지 고민스러웠다.
결국 상대나 나를 다정하게 대하는 것은, 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지닌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