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엔 누룽지나 오차즈케로 -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던 혀끝의 기억
후카자와 우시오 지음, 김현숙 옮김 / 공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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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엔 누룽지나 오차즈케로 - 후카자와 우시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소설가이자 재일교포인 후카자와 우시오의 에세이다. 표지는 아이스바 (일명 하드) 안에 한 여성이 불앞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굉장히 몽글몽글하고 서정적인 느낌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내용은 굉장히 딥하다고 느꼈다. 음식과 관련한 에피소드들 이지만 작가의 인생에 음식을 덧붙였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먼저 김치 그 위대한 음식으로 서막이 시작된다. 작가는 아버지에 의해 김치를 먹도록 강요받았지만 어릴적에는 잘 먹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은 김치를 잘 먹게 되었고, 한국인이라는 것과 김치를 잘 먹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1966년 생의 작가가 살아오면서 재일동포로 겪은 수많은 차별이 이 책에 녹아있다. 김치의 경우도 작가의 어머니가 이제는 연로하셔서 담그시지 않는데 김치를 사먹는 일본인도 많아지고, 유행하는 음식이 되었다고 흐뭇해하시는 내용에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스시에 관해서는 친언니의 죽음과 관련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를 밝혔다. 누군가에게 못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사연이 있어서 잘 먹지 않는 음식 하나쯤은 있지 않는가. 내용에서 예전 일본에서도 지금처럼 스시를 잘 사먹지 않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먹는 특식이라는 내용에서 음식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베이글의 경우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고자 미국행을 떠났던 작가의 사연이 나온다. 한국인이라고 반가워서 기숙사에 온 친구가 재일교포라는 말과 한국어를 말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저 멀리 멀어진 것도 꽤나 슬펐다. 작가의 말처럼 1986년이면 기세등등한 가문의 딸이 미국까지 유학 왔을텐데, 각자의 친해지지 못한 사연은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해외여행 자유화를 찾아보니 1989년이던데... 아무튼 이민자의 음식이었던 베이글을 미국에서 접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나중에 육아를 하면서 다시 붐이 돌아온 베이글을 먹으며 그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음식도 굉장히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

굉장히 자신을 외모지상주의에 가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작가가 맞선 시장에 나간 이야기도 신기했다. 일단 맞선 사진이라는 것을 찍는 다는 것도, 가족간의 계보를 주고 받는것도 말이다. 1994년 이전의 이야기지만,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다. 각자의 어머니들과 자녀들이 호텔 커피숍에서 교양있게 애프터눈 티를 마시며 각자의 미래에 대한 계산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크리스마스케이크 (나이 25세 이하) 라는 단어를 오래간만에 들어서 또 놀라기도 했고.

책의 면면히 어머니와의 관계, 가족간의 서열,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차별과 편견이 먹먹하게 녹아있는 깊이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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