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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야일기 - 북극 마을에서 보낸 65일간의 밤
김민향 지음 / 캣패밀리 / 2025년 3월
평점 :

극야일기 - 김민향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작가가 부모님을 여의고 나서 북극 마을에서 65일간 극야를 체험하며 써내려간 일기다. 표지의 짙은 밤처럼 미국 최북단 마을인 우트키야비크는 서늘한 느낌이다. 해마다 11월18일부터 1월 22일 정도까지 해가 뜨지 않는 <극야>가 60일 이상 지속된다고 한다.
극야의 시작시점부터 백야가 시작되는 시간까지 머물며 사진을 찍고, 애도의 시간을 가진 기록이다. 따라서 작가의 짙은 슬픔이 책의 가득 묻어있기에 책장과 사진을 넘기는 것이 쉽지 많은 않았다.
열대지방에서 다리가 있는 집은 많이 보았는데, 극과 극은 통하는걸까. 영구동토층이라 집 아래 나무다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체류기간 동안 많은 것을 고치고, 물을 주문하고, 식료품을 사고, 우체국에 다녀온 이야기들이 있다. 하루에 빨래를 한 번 씩 하는 나라는 사람은 알래스카에 가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일상적인 생각도 들었다. 물을 쓸 때마다 게이지가 내려가면 물 주문을 해야 하는 곳에 사는 기분은 어떤 걸까. 내가 사용하는 물의 양이 고스란히 기억되는 곳의 느낌이라. 책의 후반부에는 얼어붙은 하수도와 역류 그리고 그에 대한 처리에 씨름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나도 추워서 모든 것이 쉽게 얼어버리는 곳. 그 곳에서 삶을 영위하기란 이다지도 까다로운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 애도의 시간을 가지려는 곳에서 사람들이 정전이 되면 도와줄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이는 곳이라는 게 작가가 극지방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독한 지역이라 사람들끼리 돕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곳. 내가 사람들을 원치 않아도 서로 돕는 것이 체득화 되어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사람이 밖에 있으면 차를 태워줄지 물어봐 주는 상냥한 곳. 집에서 음식을 만들면 나눠먹거나 사먹을 사람 있는지 물어보는 곳. (물론 먹을 것에 대해서는 살인적인 신선식품 가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행복 고양이인 찌부와 작가가 더 행복했으면 한다. 찌부의 이야기만 나오다 후반부에 줄줄이 사진이 등장하는데, 왜 이름이 찌부인지 1초 만에 이해하게 되는 사진들이었다. 나에게도 행복을 준 행복고양이 찌부.
이외에도 집에 가만히 있어도 오로라를 볼 확률이 80%나 되는 신기한 곳. 초록색 오로라 댄싱 사진들이 눈을 정화시켜 준다. 해가 있는 곳과 어둠이 반반인 사진도 독특했다.
북극해가 파도치는 모습 그대로 얼어있는 사진도 기억에 남는다. 그 얼음 파도 뒤에 북극곰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곳. 나무는 전혀 살 수 없어서 평평하고 하얗던 곳.
늘 어두운 밤이 없는 백야에 대한 이야기만 듣다가, 해가 뜨지 않는 끝없는 어둠을 겪은 이야기를 견뎠다. 내가 새벽을 좋아하는 이유가 곧 밝아지리라는 희망 때문인데, 극야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