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 입문편 - 민달팽이 리듬으로 걷다
이화규 지음, 이세원 사진 / 나무발전소 / 2025년 4월
평점 :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 이화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잘 모르는 코리아 둘레길 4,520km를 완주한 작가의 이야기다. 연세가 좀 있으시고. 총 180일 동안 걸으셨고,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3년 정도 걸리셨단다. 한반도를 완전히 ㅁ자로 싸고 도는 길이다. 해파랑길(동해쪽) 750km, 남파랑길(남해쪽) 1,470km, 서해랑길(서해쪽) 1,800km, DMZ 평화의길 500km이다. 제일 나중에 개통한 구간은 역시 북쪽 구간이다. 걷는 에피소드 중간중간을 들여다보면 검문검색이 있거나, 불상자로 신고당하거나 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래서 물론 긴구간들이라 모두 다 걸어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책은 한반도를 오랜 시간 걸으면서 추억이 되어줬던 음악과 저자의 소회로 생각하고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혼자 뙤약볕에서 걷는 동안 내가 무슨 고행을 하고 있나 하셨다는 생각. 마을회관에서 뜻하지 않은 초대를 받은 이야기. 레트로처럼 시간이 50년이나 멈춰있는 다방에서 노란색 커피믹스를 한 봉지 얻어 마셨던 일 등은 신기하다. 그런데 시간이 멈추어진 그곳을 굳이 상호가 다 드러나게 (주인장은 돈도 안 받으셨는데, 그것도 선의보다 계좌 찾기 귀찮다는 이유였지만) 디스하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 받았을까. 의외로 mz들이 레트로 느낌으로 찾아갈 수도 있는데 하고 조금 아쉬웠다. 다른 사진들은 정확히 어디쯤이라고 주석이 달아져 있지 않은데 거기만 유독 상호사진이 드러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작가가 소개해주는 노래와 가사말 등을 따라가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나처럼 노래를 거의 듣지 않는 사람에게는 길의 동반자가 길 자체와 함께 음악이 된다는 것이 거기에 해당하는 노래가 매번 다르게 생각난다는 것이 신기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 발음이 듣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국어처럼 들리는 일종의 착각현상인 <몬더그린>현상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물론 올바이마이셀프가 오빠만세처럼 들리는 것을 이야기한다.
나는 데크길도 상당히 좋아한다. 일단 비오거나 먼지가 많은 날에도 깔끔히 걸을 수 있어서다. 물론 방부목이니 일률적인 데크화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아스팔트보다야 테크길이 낫고, 그것보다야 흙길이 낫다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흙길을 코리아 둘레길에서도 많이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중간 중간 알토란 같은 정보로 안성의 <용성호수길>은 흙길이라는 꿀 정보를 득템했다. 안성은 가깝기도 하고 자주 가는 곳이라 친구와 함께 더 더워지기 전에 방문할 생각이다.
나도 요새 제법 이곳저곳 도장 깨기를 하고 다녔는지 양구에서의 이야기가 반가웠다. 같은 조각가의 조각이 국내나 세계 여러 곳에 있는 것은 그렇게 놀랄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좀 북한과 가까운 쪽에만 있는 <그리팅맨>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양구 통일관 앞에 세워저 있는 유영호 조각가의 그리팅맨을 소개했다. 나는 연천에 있는 그리팅맨을 안다. 아주 높은 언덕에 외롭고도 환영인지 조신함인지 남자가 고개 숙이며 인사하고 있는 조각이다. 양구에 가보게 된다면 꼭 다른 그리팅맨을 만나고 싶어졌다. 근처의 대암산 용늪도 가볼만해 보였다. 예전에는 연구원에게만 개방했던 장소라고 한다. 다만 방문시의 주의점이라면 양구 수목원에서 방문 20일 전에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굉장히 긴 구간과 여정이었기에 고단함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완주를 통해 작가만의 속도를 지키며 걷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된 것 같다. 나야 시간내서 눈여겨본 장소들을 첩경으로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